나만의 소낙비

우리들의 죽음_정태춘

대지의 마음 2012. 11. 8. 07:31

 

수능날 아침. 누나의 안타까운 죽음을 듣고 마냥 울었다.

물론 민결이와 태림이가 떠오른 건 당연했다.

두 남매가 비슷한 나이 또래이고, 손 잡고 있는 사진 속 아이들이 너무나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홀로 앉아 훌쩍거리는 모습이 신경쓰여 눈물을 멈추려해도 그러질 못했다.

저 아이들의 죽음을 두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따지는 것도 신경질이 났다.

누구나 태어나 한 생을 살아가면서 왜 저 아이들의 가족은 저토록 큰 시련과 가슴아픈 사정을 마주해야 할까?

 

휴~

내가 저 아이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노래 속 '우리'의 죽음이란

저 아이들의 죽음이 아니다.

'우리'의 죽음이다.

 


 

파주 남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많은 국민들의 바람과 부모의 간절한 기도도 화마의 잔인함을 결국 넘지 못했다.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두 살어린 남동생을 끔찍히도 아꼈던 13살 누나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인 지 10일 만인 7일 오후 가족곁을 영원히 떠났다.

간호사 꿈이었던 소녀. 어린 소녀가 소망한 그 꿈은 어쩌면 늘 세상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자라는 장애 남동생을 보살피기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장애인 단체들은 "어린 소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 백병원은 이날 "파주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유독가스를 마시고 남동생과 함께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었던 박모양(13)이 오후 5시10분에 사망했다"며 "사망 원인은 유독가스 중독에 의한 합병증"이라고 밝혔다. 박 양은 지난 달 29일 중환자실에 입원할 당시부터 남동생과 함께 의식을 잃어 줄곧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지내왔다. 병원 의료진의 다각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누나는 이틀 전부터는 혈압이 떨어지고 뇌파 반응도 점차 약해지는 등 상태가 점점 악화됐다.

 

 

 

경기 파주 화재현장에서 뇌병변 1급 남동생을 보호하다 함께 중태에 빠져 있다 7일 사망한 박모양(13)이 가족과 함께 나간 외출에서 동생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어머니(44)는 "오늘 아침에 병원에서 큰 아이가 생명이 위험한 상태라는 연락을 받았다. 혈압이 계속 떨어져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아이가 불쌍해 종일 눈물만 쏟았다"며 "면회시간내내 손을 잡으면 혹시라도 아이에게 해가 될지도 몰라 아이의 발을 쥐고 '살려만 달라'고 하늘에 간절히 기도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며 통곡했다. 아버지(46)는 "큰 애는 어릴적 밖에 함께 나가면 활발한 성격에다 눈이 예뻐 만나는 사람들마다 귀여워했다. 그 예쁜 딸이 이렇게 일찍 내 곁은 떠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통닭과 피자도 마음껏 사주지 못한 못난 애비가 죄인"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박양의 남동생도 회복이 불투명한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남동생은 뇌파 검사에서 아직까지도 일절 반응이 나타나질 않고 있다"며 "언제 회복될지는 예상하기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박양은 지난 달 29일 경기 파주시 금촌동의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뇌병변 1급인 남동생(11)을 보호하다 함께 유독가스를 마시고 중태에 빠졌었다. 박 양은 평소 남동생의 대소변을 처리해 주고, 등하교길에는 항상 손을 잡고 다니는 등 애틋한 우애를 보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회복을 바라며 온정을 보내왔다.

 

 

장애인단체들은 "부모가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 같은 불행이 발생했다"며 "정부는 장애아를 둔 가족들이 마음놓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장애인들의 생명의 위협속에서 보호될 수 있도록 현재의 장애인활동 지원 정책 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실장은 "정부의 장애인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파주 남매 가족은 정부의 안일함이 빚어낸 결과"라며 "정부는 장애인 개개인의 상황이 고려되는 실질적인 장애복지정책을 시급히 만들어야 하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질때 까지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파주|이상호 기자 shlee@kyunghyang.com >


 

 

 

 

[우리들의 죽음_정태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