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저녁.
문재인 후보의 마지막 유세가 열린 광화문에는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후보들이 대거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손학규 후보는 자신의 구호였던 '저녁이 있는 삶'을 문재인 후보에게 증정했다.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그 어떤 말과 정책으로도 옮길 수 없는 삶의 질 문제, 삶의 철학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 늦게 돌아온 집에서 저녁 식사도 하는둥 마는둥 하고 잠을 청한 후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뜨고 즐겁지 않은 직장과 학교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사람들 속에서
'희망'이란 무엇일까?
저녁 12시가 넘은 시각,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파트 단지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환히 불을 밝히고 힘든 생활을 챙겨야 하는 현실에서
누구나 한번쯤 살다가 사라지는 '인생'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난 2010년 짧은 기간의 호주 여행에서 느낀 충격은 그런 것이었다.
5~6시가 넘으면 가정으로 돌아가 그 누구도 아닌 '자신'과 '가족'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오히려 가정은 사회 속에서 자리를 튼튼하게 잡았고 소외됨이 없었으며 사회적 관계는 더욱 더 존중되었다.
어느 사회보다 '건강한 사회'라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짧은 호주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 느꼈던 8월의 후덥지근함은 계절이 여름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멀리 보이는 고층 빌딩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야 하는 절망스런 마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는 그 자체로 삶의 위안이 아닐까 쉽다.
특별한 구호를 쉽게 풀어놓은 가사를 창작하고, 멜로디를 붙힌 분이 순천대학교의 박치음 교수였으니 그 또한 우연은 아닐게다.
저녁이 있는 삶
하루 일을 마치고 비누 향기 날리며
식탁에 둘러 앉아 웃음꽃을 피운다.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자.
모두 함께 일하고 모두 함께 나누자.
저녁이 있는 삶
너의 기쁨 슬픔은 나의 기쁨과 슬픔
이제 가슴을 열고 이야기를 나누자.
<노랫말 해설>
故 김남주 시인이 생전에 박치음에게 선물로 번역해 준
칠레 시인 네루다의 작품 <평화 있어라>의 한 대목 '기차 노동자가 하루 일을 마치고 목욕한 후 뽐내는 비누 향기에 평화 있어라'와
박노해의 작품 <평온한 저녁을 위하여>에 나오는 '떳떳'과 '당당'이란 시어를 빌려왔다.
마지막 부분 '너의 기쁨 슬픔은 나의 기쁨과 슬픔'은 최근 영성음악가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박치음의 철학이 표현된 것이다.
즉, 인간의 삶은 기쁨과 슬픔이 찾아 오고 떠나감의 연속이며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하는 공감과 소통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의미이다.
-악보와 노랫말 해설은 네이버 '저녁이 있는 삶을 바라는 서민' 블로그에서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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