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철마야

[스크랩] `철도안전은 안녕하신가?"-고 이은우님의 영전에 부쳐

대지의 마음 2013. 2. 14. 08:49

 

 

“철도안전은 안녕하신가?”

- 철도노동자 故 이은우님의 영전에 부쳐 -


난 오래도록 이 글을 쓰자고 계획하고 있었다.

철도관료들의 개인 영달만을 위한 몰염치함은 벌써 오래 전부터 도저히 회복이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몰염치함은 철도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짓밟는 것은 물론 철도안전과 철도노동자의 안전을 극한 데까지 밀어 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난 여러 가지 이유로 이 글을 빠르게 작성하지 못 했다. 그리고 결국 故 이은우님의 부고를 받고야 말았다.

내겐 평생 죄가 되리라. 내가 이글을 좀 더 빨리 썼더라면 그래서 철도관료들에게 조금이라도 경각심을 주고 자신을 뉘우치게 할 수 있었더라면 사태는 이렇게까지 치닫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故 이은우님의 산재사고 이후에 각 역과 모든 철도노동자들에게 내려 온 공문과 각종 지시사항은 또 다시 나를 절망에 빠지게 했다.

그렇다. 기대는 헛 된 것이었다.

반성은 절대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도대체 관료들은 자신을 반성하기는커녕 또 다시 똑같은 지시사항,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 하면서 모든 책임을 현장에 떠넘겨버리는 그런 지시사항, 그래서 또 다시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도록 방치하는 그런 지시사항만 현장에 내려 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이 글을 쓰고자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故 이은우님은 물론 전체 철도노동자에게 내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해야 할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러지 않으면 내가 도저히 이 철도의 현실을 당해 내지 못 할 것 같았다. 절망의 나날을 벗어나지 못 할 것 같았다.


반성이 제 스스로를 반성할 때까지.............. 그것은 바로 철도에서 반성해야 할 그 현실과 그 반성해아 할 내용을 뿌리로부터 걷어내는 것으로 가능해 지리라. 그 일은 결코 한 순간에 이뤄질 일이 아니겠지만 나와 우리 모두는 포기하지 말고 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포기하면 내가 지는 거다. 포기하면 우리가 죽는 거다. 내가 살고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해 굽힘없이 이 길을 가기로 하자. 길 끝에는 분명 새 희망이 새벽여명처럼 우리를 맞으러 나오리라.



1. 현실 1 : 일기(日記)

“사람이 죽어도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 2월 6일 새벽 2시 교대


진눈깨비로 내리던 것이 결국 눈이 됐나보다.

CCTV로 보이는 선로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

역장님은 교대하면서 D역은 벌써 일찌감치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고

우리도 새벽 4시에는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시간에 맞춰

직원들을 깨우라고 지시하신다.


D역쪽에서 들려오는 무전기 소리가 또렷하고 맑게 한겨울 찬 대기 속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 D역은 야간에 네 명이 근무니 이 시간 선로에는 누군가 혼자 나가서 제설작업을 하고 있거나 잠자고 있어야 할 직원이 잠들지 못 한 채 선로에 함께 나가 있을 거다.


열차가 다니는 선로 위에 혼자 나선 거라면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한 온갖 법령과 규정, 단협을 위반한 셈이고 둘이 나갔다 해도 누군가 잠자야 할 시간에 자지 못 한 것이니 초과수당을 지급해야 할 텐데 그러지 않을 게 뻔한 일이니 정당한 노동력에 대한 갈취에 해당된다.


Y역은 아직 고요하다.

그러나 Y역도 K역도 P역도 M역도 또 다른 D역과 K역도 조만간 시끄러워질 거다. 제설작업은 한겨울 언 몸이 온통 땀에 젖을 정도로 숨차고 고된 것이며 근육과 신경을 꽉 움켜쥐는 긴장감 속에서 이뤄진다. 그 긴장감은 간혹 그리고 자주 주위에 있을 위험요소조차 까맣게 잊게 만드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12월부터 쏟아져 내린 폭설에 대해

단 한 곳도 정당한 초과근무수당을 청구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4인 근무역은 물론 2인 근무역과 3인 근무역에 대한 필요한 안전조치 역시 전혀 취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비용절감이라는 귀신은 관료들의 영혼을 삼켜 버려 ‘비용발생은 곧 악(惡)’이라는 주문을 걸어 버렸고 그게 아무리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의 문제라 해도 비용이 발생하는 어떠한 안전조치도 무시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래서 지금 철도안전은 전혀 안전하지 못 하다. 저 비용절감이라는 귀신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잡아먹어도 결코 반성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간다. 그리고 개인의 영달만을 꾀하는 관료는 기꺼이 그 귀신에게 제 영혼을 내어준 채 꿋꿋이 그 귀신이 주기로 약속한 출세의 길을 가자고 다짐한다.


■ 05:17


드디어 Y역에서도 무전기 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K는 열차감시인도 없이 홀로 철길 위로 나섰나보다.

그리고 당무역장인 부역장은 정해진 취침시간을 다 누리지 못 한 채

조작판 앞에 졸린 눈을 비비며 앉았으리라.


뒤따라 K역에서도 한겨울 대기를 요란하게 울리며 역을 찾는 무전기 소리가 들려온다.


■ 2월 7일 05:30


어제 쌍용역에서 산재사망사고가 있었다.

퇴직을 앞둔 노선배가 열차안전운행을 위해 선로상 눈을 제거하기 위해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사고보고와 함께 따라 나온 지시사항에는 ‘온풍기 등 소음이 있는 장비를 들고 선로작업시에는 열차 감시인을 지정’하라고 했는데 이건 분명 의도적이거나 아니거나 규정왜곡이다. 이 사람은 법과 규정도 모르고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걸까? 법과 규정은 열차운행선에 있는 모든 작업에 대해 열차감시인을 배치하도록 돼 있다. ‘소음이 있는 장비’를 들었을 때가 아니라 모든 작업에 그렇게 열차감시인을 지정하라는 거다.


그런데 오늘도 새벽부터 Y역에서는 K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파로 선로에 여기저기 문제가 생긴 듯 전철기 전환시험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사람이 죽어도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시공문은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직원들의 날인만을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공문구가 될 그 지시사항이란 것들은 직원들의 마음을 더욱 공허하게 만들 뿐이다.


관료들은 여전히 형식적이고 무책임하며 복지부동이고 무사안일이며 그 결실로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고 ‘쟁취’하는 반면 직원들은 제 목숨이 달린 문제이고 정당한 노동력을 억울하게 갈취당하면서도 떳떳하게 잘못된 관행과 지시에 맞서지 못 하고 있다.


처참한 현실이다.



2. 현실 2 : 지시(指示)들.......

“철도관료들은 안전조치를 지시할 뿐 스스로는 안전을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1) 직무사고예방  본사 “경보 - 제 2호”


마. 제설작업시 작업절차 및 안전수칙 준수

(2) 열차운행선(선로전환기) 소음이 많은 제설작업 시 열차감시자 배치


직무사고예방  본사 “경보 - 제 2호”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담당자는 아무래도 법령과 규정 노사단체협정서의 내용을 잘 모르거나 잘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저렇게 쓴 것 같다. 그렇다면 소음이 적거나 없는 제설작업에는 열차감시자를 배치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인가? 나는 저 문장이 그렇게 읽히는데 나만 그런가?


법령과 규정을 좀 더 살펴보자.


<산업안전보건 관리 규정(개정 2012.08.10. 제2012-094호)>

제21조(열차운행감시인 배치 등) ① 소속기관의 장은 열차(차량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운행에 의한 충돌사고(산업재해)의 우려가 있는 궤도의 보수·점검작업을 하는 때에는 열차운행감시인을 배치하여야 한다. 다만, 선로순회 등 선로를 이동하면서 수행하는 단순점검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개정 2011. 7. 6 고용노동부령 제30호)>

제407조(열차운행감시인의 배치 등) ① 사업주는 열차 운행에 의한 충돌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궤도를 보수ㆍ점검하는 경우에 열차운행감시인을 배치하여야 한다. 다만, 선로순회 등 선로를 이동하면서 하는 단순점검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열차운행선로 지장작업 업무 지침(개정 2012. 2.29. 제2012- 16호)>

제7조(열차감시인 배치) ① 작업책임자는 열차 또는 차량 운행선에 열차 또는 차량과 작업원 또는 장비 등이 접촉할 우려가 있는 다음 각 호의 작업을 할 때는 열차감시인을 배치(다만, 단선구간, 양방향운전구간, 열차감시가 불량한 급곡선부 등 열차접근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취약개소는 열차감시인을 전ㆍ후 양방향에 배치)하여야 하며, 철도운행안전관리자는 이를 사전 점검하여야 한다. 다만, 선로순회 등 선로를 이동하면서 수행하는 단순점검의 경우와 열차 또는 차량과 접촉할 우려 없음이 확실한 작업에 대해서는 시행부서장이 배치를 생략할 수 있다. <개정 2011.6.1>


<단체협정서(한국철도공사와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12년 11월 2일에 체결)>

제95조(안전작업보장)①공사는 열차운행선상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준수한다.

1. 열차의 운행에 의한 충돌사고의 우려가 있는 선로의 보수․점검작업(선로전환기 청소작업 포함)을 하는 때에는 열차운행감시인을 배치하여야 하며 지정된 열차감시인은 작업에 참여하지 못 한다. 다만, 선로 순회 등 선로를 이동하면서 수행하는 단순점검의 경우와 열차의 운행에 의한 충돌사고의 우려가 없도록 안전조치(신호의 정지 등)를 시행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며 단순점검의 범위는 별도로 정한다.


법과 규정이 이렇다. 법과 규정은 ‘소음이 많은 제설작업’뿐만 아니라 모든 열차운행선상의 작업에 대해 열차감시인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저 지시문서는 ‘열차운행선상의 모든 제설작업에 대해 분명히 열차감시인을 배치하라’는 내용으로 수정돼야 한다.


물론 담당자는 특히 ‘송풍기’와 ‘소음’를 강조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저 문구로 인해 현장관리자들은 ‘소음’이 없는 제설작업의 경우 열차감시인을 배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혹시 모른다, 나중에 사고가 나면 그때 그러지 않았느냐고 따지고 들지.



2) 어느 본부장님의 현장경영활동시 지시사항.


- 2013. 02. 06발생한 쌍용역 직무사상사고 사례에 대한 예방대책 교육

⋅ 제설작업 등 운행선 각종 작업 시 열차감시인 반드시 배치(1인 작업금지)


아주 깔끔한 문장이다. 법과 규정에 전혀 위배되지 않으며 ‘기본’에 충실한 내용이다. 그런데 왜 저 멀쩡한 문장에 나는 혐오의 감정을 느끼는가? 왜 갑자기 가라앉았던 분노가 머리끝까지 올라서며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는가?


무엇보다도 저 지시 안에는 어떠한 반성도 없다. 또 반성이 없으니 당연히 대책도 없다.

그저 지시일 뿐이다. 그 지시를 담보할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 내용은 전혀 없다. 현업관리자들은 그러니 저 지시를 당연히 ‘허사’로 받아들일 게 뻔하다.


저런 지시를 내리자면 우선 관련 스태프들에게 ‘그동안 우리는 열차감시인을 잘 배치해 왔는지 점검부터 했어야’ 옳았다.

그리고 스스로도 떠듬떠듬 관내 역과 사무소의 근무인원을 떠올려보고 그 인원으로 평소 열차감시인 배치가 가능한 일인지 따져봤어야 했다.


도대체 두 명이 근무하는 역에서는 어떻게 열차감시인을 배치하고 제설작업을 할 수 있었을까? 열차감시인을 배치하자고 비번 휴일 근무자들이 나와서 비상근무라도 한 건가? 그들에겐 휴일수당을 제대로 챙겨줬나?

세 명, 네 명이 근무하는 역에서도 역시 밤에는 잠을 자야 했을 텐데 어떻게 열차감시인을 배치하고 제설작업을 할 수 있었을까? 잠들을 안 잤나? 잠들을 안 잤으면 초과근무수당이 발생했을 텐데 그건 제대로 챙겨줬나?

올해는 유난히 눈이 많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눈을 치운 거지? 어떻게 큰 문제없이 열차가 안전하게 제 시간에 크게 벗어나지 않고도 다닌 거지?

눈이 저 홀로 녹아 버렸나? 열차감시인 대신 어떤 유령이나 허수아비라도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건가?


그러나 아마도 저 높은 분은 더 이상 생각하기 싫어졌을 게 분명하다. 높은 분은 두 명 또는 세 명, 또는 네 명 근무하는 역에서 정상적인 근무인원으로는 도저히 열차감시인을 배치하고 제설작업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테고 그것을 따져 물어봐야 어마어마한 초과근무수당(사실은 전혀 어마어마하지 않고 직원들의 노고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데도) 지급이라는 ‘비용발생’을 만나게 될 것이며 그건 바로 자신의 근무성적으로 반영될 거라는 사실을 재빨리 간파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반성은 불가능해진다. 반성이 없는 대책은 세워질 수 있나?

안전은 돈보다 중요하니 앞으로 안전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비용발생을 감수’할 것이며 만약 이후로 법과 규정을 위배하고 열차감시인을 배치하지 않거나 정당한 노동에 대한 댓가를 지급하지 않고 어떤 이유와 방법으로든 갈취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문책, 징계위에 회부해 버리겠다는 확실한 지시가 없는 한, 그리고 실제 그렇게 집행하고 스스로 회초리로 제 종아리를 내려쳐 모범을 보이지 않는 한 아무리 법과 규정에 그렇게 쓰여 있다고 말해도 현장관리자들은 요지부동일 것이다.

현장관리자들은 언제 있을지 모를 안전사고보다도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초과근무 발생과 그에 따른 윗분들의 여러 방법을 동원한 압박과 실제적인 어떤 ‘조치’를 더 견디기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안전사고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초과근무 발생은 현실로 벌어질 일이니 윗분들의 압박이 이만저만하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 지시는 아무래도 허공에나 어울릴 문구가 되고 아무도 따르지 않을 지시가 될 운명이다. 제 덫에 자기가 걸려든 것처럼 비용절감이라는 족쇄는 철도안전과 심지어는 철도노동자의 생명조차도 집어삼켜버리고 만다.


참고로 나는 ‘재해복구에 따른 초과근무 내역을 제출하라는 두 차례의 요청’(경영인사처)공문에 대해 적어도 우리 관리역에서는 그리고 본부의 역분야에서는 전혀 그 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다른 관리역이라고 다르랴? 다른 본부라고 다르랴? 달랑 2월 4일 초과근무내역만 몇 군데 제출했다는데 그것조차 故 이은우님 사고 때문에 생색내기 차원으로 그런 건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아집과 탐욕은 사람을 어리석게 만든다. 그리고 그 어리석음은 우리에게 그 어리석음의 결과를 거짓 없이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 당장 자연재해에 따른 추가예산 확보는 이렇게 해서 없던 일이 되고야 말 것이다.


몇 마디 더 붙이자.

도대체 한파주의보나 대설주의보 이런 게 발령되면 본부장님 이하 여러 관리자들이 비상근무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분들이 비상근무를 하며 하는 일은 무얼까? 혹시라도 밤새도록 제설작업을 하는 직원들의 무전기 소리라도 들었을까? 또 혹시라도 그 소리를 들었다면 그 소리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열차가 아무런 문제없이 다니게 돼서 마음이 편안했을까? 그 엄동설한 속에서 ‘열차감시인도 없이’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마음은 뭐였을까? 어떻게든 그 고생에 대한 댓가를 치러야겠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겼을까? 그 ‘조금의 생각’조차 비용발생과 그 비용발생에 따라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이 먼저 떠올라 급하게 머리를 흔들어 모처럼 다가온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을 부랴부랴 털어내 버렸을까?


자, 사장님은 어땠을까? 이제 저 ‘비용절감’이라는 귀신이 어떤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심각하게 고뇌하고 그 비용절감보다 안전이 훨씬 중요하며 필요하다면 철도와 철도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충분한 대책을 세워줘야 하지 않을까?



3. 대책......?

“비용절감이라는 신줏단지를 깨버려야 한다!”


열차안전과 철도노동자의 안전을 지키자면 그 숱한 공문상에 나오는 문구 그대로 ‘기본에 충실’하면 된다. 법과 규정을 지키면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아 국민과 철도노동자를 위험에 몰아넣는 관료들에 대해서는 징계조치 등 엄중문책하면 된다. 사고 났을 때만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평소에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서 그렇게 조치해야 한다. 특히 철도안전과 직원들의 노동력 갈취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해서 원천부터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관료들의 모든 권한과 책임을 통제하고 있는 저 비용절감이라는 신줏단지부터 깨는 조치가 필요하리라.


1) 모든 열차운행선 작업에 대해서는 법과 규정에 따라 어떤 일이 있어도 열차감시인을 배치한다. 필요하면 비상근무인원을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하며 그 계획을 모든 소속의 내규에 반영한다.


2) 비상근무에 따른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지급한다. 지난 것은 철저히 조사해서 소급 지급한다. 제대로 된 조사를 위해 이번 겨울의 날씨자료와 기상특보발령 내역, 각 역의 표시제어부를 통한 장애기록부, 무선통화기록 등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3) 법과 규정과 지시에도 불구하고 지시에 따르지 않는 소속장에 대해서는 앞으로 법령, 규정 위반과 안전조치 미흡 등을 들어 징계위에 회부하는 등 엄중문책한다. 직원들의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갈취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조치를 취한다. 조사결과에 따라 올겨울 제설작업 시 열차감시인을 배치하지 않았거나 정당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소속장에 대해서 재발방지를 조건으로 경고조치한다. 책임과 문책은 현업관리자가 아니라 현업관리자를 관리하는 상위 관리책임자에게 더 무겁게 주어져야 한다.


4) 특별지시로 철도는 돈이 아니라 안전이 우선임을 분명히 천명하고 앞으로 안전과 관련된 조치로 발생한 비용에 대해서는 관리자 평가내용에서 제외한다.


故 이은우님은 떠나가셨다.

그리고 남아 있는 우리에게는 어떤 중대한 책임이 남아 있다. 그 책임은 우선 잘못된 관행과 행태를 바로 잡아 철도에서 더 이상 故 이은우님의 경우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리라.

만약 이러한 사고와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러한 명백한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것을 고치지 못 한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철도에서 안전을 말하고 무엇으로 철도에서 부끄럼 없이 살아갈 수 있겠는가? 무엇으로 철도민영화를 반대할 것이며 무엇으로 국민철도를 외칠 수 있을 것인가?


곧 봄이 올 것이다.

그러나 철도의 봄은 철도노동자의 노력 없이는 도대체 오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파릇한 봄 풀잎으로 돋아나기 위해

꽁꽁 언 겨울 철도를 있는 힘껏 부수자!



 

출처 : "철길에 부는 바람"
글쓴이 : 한우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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