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낙비

담쟁이_도종환 시, 백자 곡

대지의 마음 2013. 5. 20. 05:13

 

 

[삼남길 7코스 강진 구간에서 담쟁이를 만납니다. 백자가 부른 담쟁이를 몇 번이고 들은터라 반갑습니다.]

 

 

 

담쟁이

 

_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절망에 빠져 있을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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