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그리워

[섬진강 여행 두번째]1일차_섬진강댐에서 순창 구송정유원지까지(약 30km)

대지의 마음 2014. 6. 23. 05:29

 


섬진강 상류에서 영산강까지 이어지는 약 70km 거리를

1박 2일로 다녀왔습니다.

딸이 함께 했습니다.



대략의 여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섬진강댐을 출발해 진메마을, 천담마을, 구담마을을 거쳐

약 30km 를 달려 구송정유원지에 이르는 1일차 라이딩을 시작합니다.


갑작스런 감기몸살에 아들은 함께 오질 못했습니다.


엄마가 섬진강댐까지 데려다 줍니다.

햇살이 뜨겁게 내려쬐지만 그늘에 앉아서 짐을 챙기는 내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줍니다.

기분까지 들뜨고 상쾌합니다.

(오전 9시 58분)



 


짐을 챙긴 딸은 거울을 봅니다.

부쩍 외모에 신경쓰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자전거를 세우고 멀리 풍경을 내려다봅니다.

딸과 함께하는 둘만의 1박 2일이 은근히 기대됩니다.



 

 


섬진강댐 데크에 올랐습니다.

공사 때문에 어수선합니다.

예상했던 고요함은 찾을 수가 없어 아쉽습니다.




지난 4월 16일 안타까운 사고로 희생된 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리본이 달려 있습니다.

아직 12명이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니......


분노와 슬픔마저 무뎌지는 시간들입니다.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순 없지만, 깨어있는 시민의 각성만큼은 시간도 이길 순 없을 겁니다.

 

딸이 노란 리본 속 글귀를 살펴봅니다.


 

 


이제 본격적인 라이딩을 시작합니다.

작년 하류 끝까지 2박 3일의 시간 동안 페달을 밟아야 했던 강의 가장 상류.

여기서 그토록 먼 거리를 돌고 돌아 바다로 향하는 강물.


"이 조그만 개울이 작년에 보았던 섬진강 하류의 어마어마한 강물이 되는거야. "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을 딸에게 새삼 강조해 봅니다.





시작은 아주 가파른 내리막입니다.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는 시원스러운 질주의 즐거움 때문에 느끼지 못합니다.


위험스럽게 속도를 올리는 딸이 걱정됩니다.^^


 



강물과 나란히 함께 갑니다.


 

 


약 5km 를 라이딩해 섬진강휴게소 인증센터에 도착합니다.

딸은 바쁘게 인증 도장을 받기 위해 수첩을 찾습니다.




점심 해결을 위해 물을 보충하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그늘에 앉습니다.

이런 군것질이야말로 여행길에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휴게소 앞 삼거리에도 나무마다 노란리본이 매달려 있습니다.

전국에서 온 섬진강 여행객들의 마음입니다.


 


 

 

 

 


 

10시 45분.

덕치면으로 통하는 도로를 따라 평탄한 도로를 통과합니다.

차량 통행이 없는 길 일수록 신호를 무시하는 고속의 차량들이 많은 법입니다.

교차로를 가로지르는 동안 자전거 페달에 유달리 힘이 들어갑니다.


 


 



 

덕치면 파출소 옆에 회문산 등산로로 통하는 입구가 있습니다.


회.문.산.

역사의 아픔이 서린 곳입니다.

책 속에서만 듣고 보았던 회문산의 모습이 보입니다.


 

 


 

 

도로 위에 뜨거운 열기가 후끈거립니다.

올해 처음 자전거 안장에 앉은 딸의 엉덩이가 들썩거립니다.


다리도 움직이기 쉽지 않고 엉덩이도 불편한 모양입니다.

중학교 입학 후에 좀처럼 몸을 움직이지 않고 친구들과 모여 앉아 수다떨기에 바쁘니...


조금 익숙해질 때까지 자주 엉덩이를 들고 운행하기로 합니다.


이 도로를 계속 따라가면,

광주까지 52km.

순창까지 16km.


 


 

 


강과 조금 떨어져 덕치면을 건너오자 물우마을 방향으로 다리를 건넙니다.

이제 섬진강 상류의 예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비가 오면 이 다리는 잠기고 맙니다.

섬진강엔 강 옆으로 크나큰 산들이 많습니다.

깊은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까지 합해지면 수량은 엄청납니다.


그래서 섬진강엔 우천시 우회할 도로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많이 보입니다.



  

 

 


딸은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약간의 오르막도 한 번에 올라채지 못합니다.

급실망입니다.


올해 처음 타보는 자전거이더라도... 예전 같으면 금새 몰고 올라갔을텐데... 쩝!

움직이지 않는 만큼 체력은 떨어지는 법입니다.





물우마을을 지나면 한가로운 강변 라이딩이 시작됩니다.

깊은 산들 사이로 강은 흘러갑니다.

넓은 들판과 강에 익숙한 탓인지,

산으로 둘러싸인 좁은 사이로 난 강물이

낯설지만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습니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전국에서 최고로 아름답다고 꼽는 강이 섬진강입니다.

옛 국도변의 벚꽃길이 아름다운 구례~곡성 구간이 최고겠지만

그 다음으로 아름다운 길을 꼽으라면 섬진강 상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딸과 대화를 나눕니다.


"좀 피곤하고 귀찮아도 강과 산을 천천히 살펴봐라."

"왜?"

"더운 날씨에 힘이 들겠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 때 좀 더 천천히 둘러볼껄.

다시 갈 수도 없고 이걸 어쩌지 할 때가 많더라.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말이야." 

"엉..."





그렇게 얼마를 지나자 큰 마을 앞 나무 그늘이 나타납니다.

나무에 가려진 마을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딸, 조금 쉬었다 가자."



 

 


엥...

진메마을이네...!!!


섬진강하면 떠오르는 시인 김용택의 생가가 있는 곳.

어릴 적부터 자라온 마을 풍경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그토록 아름다운 서정을 담은 시들이 창작되는 걸까?


궁금하고 궁금했던...

진메마을!


당산나무 옆으로 김용택 시인의 생가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왼편 정자 옆에 모인 동네분들은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며 무언가 일에 몰두하고 계십니다.


크게 틀어놓은 음악은 옛 음악들인데...

흔한 뽕짝들이 아닙니다.


시인의 마을이라 그런가?

음악 수준이 다르네.ㅋㅋ...

 


 


 


 

"어디 보자... 시인의 생가는 어디일까?"


옳지. 저 집이로구나.

옥수수가 심어진 밭 뒤로 보이는 저 집.


집 앞으로 곧장 보이는 섬진강.

특별한 시인의 감성이 자라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딸과 김용택 시인에 대해... 그 시인의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진메마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자전거를 출발합니다.

 

 

 

 

 


강변에 전망 데크가 보입니다.

많은 여행기에 등장하는 이 데크는 강가와 가깝고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어서

늘 캠핑족들의 차지인 곳이라고 합니다.


흐트러진 텐트 옆으로 짐만 보일 뿐 사람은 보이질 않습니다.





데크에 서서 강의 위 아래를 번갈아 살펴봅니다.


한가롭고 고요합니다.

낚시하는 사람의 모습은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해 줍니다.

 


 





데크 아래에서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중년 부부의 점심 식사가 한창 준비되는 모양입니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그게 뭐예요?"

"괜찮허요. 쏘가리요."


옆에 보이는 소주병이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 부럽습니다.


 




진메마을과 천담마을, 구담마을로 이어지는 길은

강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다슬기를 채취하거나 낚시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강의 아름다움을 더해줍니다.


아름다운 영상이 돋보였던 영화 '아름다운 시절'에 등장한 강가 빨래터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젊은 두 명의 라이더가 쏜살같이 우릴 추월해 달려갑니다.

풍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엔 너무 빠른 속력입니다.^^



  

 

 

 


 

11시 50분.

장군목 유원지 구름다리에 도착합니다.


장군목이란 이름은 용골산과 무량산 사이가 장군대좌형 명당으로 알려지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합니다.

섬진강 상류 풍경 중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예향천리 마실길이라는 둘레길의 한 부분이 이 곳 장군목입니다.

 


 

 

 


  



 


사진도 찍고 풍경 구경에 한참을 보냅니다.

슬슬 배가 고파 옵니다.


장군목 인증센터가 있는 마실휴양숙박시설단지를 지나 식사할 적당한 장소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12시 00분.



 

 

 



인증 도장을 찍은 딸과 함께 캠핑장이 있는 시설단지 위쪽을 돌아봅니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아직 빈 공간이 보입니다.

몇 달 전에 사전 예약을 해야 이용이 가능한 캠핑장입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야영이 가능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예약을 해볼까도 고민했던 곳입니다.

몇 개월전에 예약이 가능하다는 말에 포기했지만,

샤워장과 화장실이 있는 이런 장소를 자전거길 옆에서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마실휴양시설숙박단지 앞 주차장에도 역시 노란리본이 달려 있습니다.


이제 식사할 적당한 장소를 찾아야 합니다.



 

 


 

12시 30분.

"아빠, 저 위에 봐봐."

"엉? ㅋㅋㅋ. 우와 아주 좋은데..."


길 옆에서 10여미터 위쪽으로 정자가 보입니다.

식사와 휴식을 취하기에는 기가 막힌 장소가 될 듯 합니다.


저런 장소를 어떻게 찾아냈을까?

딸, 고맙다!

 


 


 



드디어 맛있는 점심 식사가 시작됩니다.


삼계탕.

비록 봉지에 담긴 초간단 삼계탕이지만 맛은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허겁지겁 고기만(?) 건져가는 딸의 손놀림이 바쁩니다.

곁들인 김치의 맛도 굿!
 


 

 

 

강 건너엔 펜션 단지가 들어섭니다.

장군목 유원지 곳곳이 개발되었고 여전히 진행중인 모양입니다.

애향천리 마실길 주변, 장군목의 아름다운 경치는 잘 살렸으면 좋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그늘에 앉아서 휴식합니다

 

 

오늘 야영을 할 구송정유원지까진 어림잡아도 2시간이면 넉넉할 겁니다.

다만 내월삼거리로 우회하는 경로에 약간의 경사지가 있어서

딸에겐 힘이 들겠지만 쉬엄쉬엄 올라보기로 합니다.

 

 

<내월삼거리>

 

 

 

그리 길지 않은 오르막이지만...

역시 딸에게선 몰아쉬는 숨소리가 힘들게 전해져 옵니다.

 

점심께 다리가 아프다고 투덜대더니 쉬지 않고 올라오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물론, 작년 이 맘때 딸의 체력이라면 콧노래를 부르며 올라왔을 길이었겠지만 말입니다.)

 

 

 

  

 

 

다행히 중간에 쉬지 않고 인내심있게 페달질을 해 고개를 넘었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이제부턴 긴 내리막의 연속입니다.^^

반대편에서 라이더들이 힘겨운 숨소리를 뱉어내면서 오르막을 올라옵니다.

 

반가움에 나누는 인사말도 거친 숨소리가 묻어나옵니다.ㅋㅋ..

 

 

 

 

 

 

우계마을을 가로질러 구남교를 건넌 후

오늘의 야영지를 찾아가기 위해 자전거길을 벗어납니다.

 

다행히 구남교 근방에 목적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14시 00분.

 

 

 

 

 

 

1.5km 정도를 달려 목적지인 구송정유원지에 도착합니다.

GPS를 살펴보니 30km 정도를 달려왔습니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습니다.

 

14시 25분.

 

 

 

 

 




 

구송정유원지는 넓은 잔디밭과 아홉 그루의 소나무로 유명한 곳입니다.

캠핑을 위해 찾아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약 300년전, 이 마을에 재능이 뛰어난 70세 노인 아홉 명이 풍악과 시문을 읊으며 살았다고 하는데,

그 때 사계절 푸른 풍경을 조성하기 위해 소나무를 심고 지금까지 자라난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구노송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간단한 매점이 있고, 샤워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무더위 속 라이딩에 땀을 흘린 우리가 머물기엔 좋은 공간입니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녀보지만 미리 자리를 차지한 대형 텐트들 사이엔 적당한 공간을 찾기 어렵습니다.

해가 넘어갈 때까지는 조금 더울지라도 잔디밭에 텐트를 세우기로 합니다.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각.

뭔가 먹어야겠다는 딸의 요리가 시작됩니다.

 

우선, 딸이 좋아하는 옥수수 스프.

 

 

 

 

 

 

그리고, 딸이 선택해서 준비한 오리훈제.ㅋㅋ..

 

 

 

 

 

 

매점에서 급하게 공수한 이 지역 생막걸리.

 

 

 

 

 

 

 

1차로 간단한 요기를 마치고 샤워 후에 본격적으로 식사를 준비해보기로...ㅋㅋ..

태양도 힘을 잃어 한층 시원해진 타프 아래에서 밥을 하기 시작합니다.

 

 

자전거와 자전거를 연결해 젖은 옷을 널어둡니다.

따로 자물쇠를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겠습니다.

 

 

 

 

 

 

 

딸이 쉽지 않은 코펠밥을 잘 해냈습니다.

몇 차례 물을 부어주고 불을 조절해준 노력때문입니다.

 

 

 

 

 

 

진짜(?) 저녁 식사는 항정살구이.ㅋㅋㅋ..

 

우리가 생각해도 너무 먹어대는...쯧.

 

 

  

 

 

텐트 옆 잔디밭에는 공을 차는 가족의 함성이 우렁찹니다.

아들이 함께 왔다면 좋아했을텐데...

아쉽습니다.

 

 

 

 

 

저녁 늦도록 고기에 막걸리...

딸과의 이런저런 얘기들...

 

 

딸과 아빠의 자전거여행 1일차,

야영장의 밤이 깊어갑니다.

 

 

  

 

 

 

_여행일 : 6월 14일~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