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그리워

[섬진강 여행 두번째]2일차_순창 구송정유원지에서 담양까지(41km)

대지의 마음 2014. 6. 24. 05:30

 

아침이 되었습니다.

푹신한 잔디밭 덕분에 깊은 잠을 잤습니다.


잠에 빠진 딸을 깨우지 않고 조용히 밖으로 나옵니다.

짙은 안개가 내려 옆 텐트도 보이질 않습니다.


타프 아래 앉아 안개 속 풍경을 바라봅니다.

(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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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미역국입니다.

딸은 간편하게 먹는 미역국을 좋아합니다.

다른 텐트들에서도 아침 준비에 분주합니다.

조촐한 아침 식사지만 김치와 미역국만으로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웁니다.

(8시 10분)







안개에 젖은 텐트를 말리기 위해 출발을 늦춥니다.

햇볕에 장비를 말린 후에 짐을 챙깁니다.


오늘도 햇볕이 아주 뜨겁겠습니다.


짐을 챙기던 딸의 짐받이 로프가 엉켜 체인이 벗겨졌습니다. 

한참이나 땀을 흘려야 했지만 다행히 운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출발 전에 기념 사진을 남깁니다.

2일차 라이딩이 시작됩니다.

(10시 22분)


 

 


자전거길로 돌아온 딸의 라이딩이 경쾌합니다.

어제 하루 동안 숙달된 탓이겠지요.



 

 



적성교 아래를 통과하니 짧은 경사길이 곧바로 나타납니다.

급회전시 충돌의 위험을 조심해야 합니다.


미처 자전거에서 내리지 못한 딸의 오르막을 오르는 법.

아주 특이합니다.^^



 



급커브를 돌자 매점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아주 반갑습니다.

반찬을 시원하게 보관할 얼음이 필요합니다.



 



시원한 물과 얼음을 구입하고 나오는 길,

탁자에 앉아서 두부김치 안주에 막걸리를 드시고 계시는 라이더가 보입니다.


"막걸리 한 잔 드실래요?"


고마운 말씀에

"아휴~, 그래도 되겠습니까?" 하고 대답합니다.


거의 반사적으로(?) 나온 대답에 아빠도 놀랍니다.^^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매점에 들어가 막걸리 한 병을 더 구입해 옵니다.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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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오신 라이더님과 즐거운 대화가 오고 갑니다.

섬진강 구간의 아름다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자전기길 만들기 등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여유있고 다른 것에 얽매이지 않고 여행하시는 모습이 좋습니다.

네이버 카페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에 간혹 여행기를 남긴다고 하셨습니다.

아이디를 물으셔서 '대지마음'이라고 알려드립니다.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시자는 약속을 남기고 헤어집니다.

(11시 40분)






며칠 뒤에 카페 '자여사'에 올라온 여행기에 우리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맛있게 먹었던 막걸리맛이 다시 떠오릅니다.





적성교 옆 휴게소는 일광사 앞에 자리합니다.

일광사 뒷편 산자락이 체계산입니다.

체계산의 끝자락이 보입니다.



 




섬진강을 건너 원평삼거리에서 왼편으로 길을 잡고

지북사거리까지 줄곧 달려갑니다.

1시간 넘게 막걸리로 보낸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서도 조금은 속도를 내야 합니다.


11시 40분이 넘은 시간이지만

섬진강을 벗어나 영산강으로 넘어서는 길까지 접어들어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아이스크림을 두개나 먹은 딸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화탄잠수교 앞 매운탕집은 점심 손님이 가득합니다.

야외테이블까지도 빈 자리가 없습니다.

(11시 58분)







다리건너는 모습을 담기 위해 딸에게 먼저 출발하라고 일러줍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딸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셔터를 마구 눌러 봅니다.

ㅋㅋㅋ...



 

 



좌우로 균형있게 자전거를 운행하는 딸.

딸은 양손을 모두 잡지 않고도 신나게 자전거를 운전할 수 있습니다.




 



유촌대교 아래엔 섬진강군민체육공원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보입니다.

다리 아래는 시원한 돗자리를 깔고 맛있는 먹거리를 나누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대교를 지나 우측편으로 운동장에 안내하더니 다시 다리 아래를 통과해 첫 출발지로 돌아오고 맙니다.

아니 이런....!?


유촌대교가 사람을 잡습니다.(?)

결국 도로를 따라 자전거길로 돌아오긴 했지만 뙤약볕에서 허비한 시간을 생각하니... 휴우~!







공원을 다행히(?) 벗어나 자전거길로 들어서는 순간,

딸의 짐받이에 실린 짐이 몽땅 바닥으로 내팽개쳐집니다.

로프가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았습니다.


자전거 체인에 엉켰다면 아찔한 사고가 날 뻔 했습니다.



 

 



짐을 다시 한번 점검합니다.

시원한 물도 한모금씩 마십니다.







영산강 방향으로 길이 나뉘는 유풍교에서도 쉬지 않고 바삐 달려갑니다.


섬진강과 영산강 연결노선 26km.

우리의 라이딩도 26km 남았습니다.







연결노선은 무척 지루합니다.

콘크리트 도로에서 올라오는 후덥지근한 기운도 숨쉬기 힘들게 몰아칩니다.

적당한 그늘도 많질 않습니다.


점심 식사를 할만한 적당한 자리를 찾을 때까지는

한눈팔지 않고 라이딩하기로 합니다.

무더운 도로에서 쉬느니 서둘러 더위를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비슷한 다리를 몇 개나 가로질러 건너도 쉴 곳을 찾지 못합니다.

식사도 문제지만 우선 햇볕을 피해 물을 마시고 숨을 돌릴 공간이 필요합니다.


1시가 넘어서야 가까스로 교량 아래 쉴 곳을 찾습니다.

그나마 시원한 공기가 남아 있어 다행입니다.



 

 



짐을 풀고 물을 마신 후 점심을 준비합니다.

아침에 남은 밥에 라면을 곁들이기로 합니다.


허겁지겁 달려드는 딸의 젓가락질에 그야말로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냅니다.

꿀맛이 바로 이런 맛입니다.^^




 




13시 40분

하루 중 가장 햇볕이 뜨거운 시간입니다.

도로에서 올라오는 열기까지 더해져 딸에겐 정말 힘든 순간입니다.


이제 남은 거리는 약 18km.


 

 



힘이 들지만 딸은 천천히 나아갑니다.

대견합니다.

라이더 두 분이 무서운 속도로 우릴 앞질러 갑니다.

하마터면 부딪칠 뻔 했습니다.



 





수양쉼터에서 쉽니다.

이제 남은 거리는 11km.

아무리 많이 잡아도 1시간 안에는 도착이 가능합니다.


 

 




체계산 휴게소에서 만난 라이더가 주신 비스켓을 먹습니다.

더운 날씨에 먹는 비스켓이지만 씹을수록 달콤함이 전해져 옵니다.


 

 

 


어제부터 밧데리를 아껴두기 위해 꺼두었던 전화기도 확인합니다.


웃는 표정의 딸, "카톡이 640개나 왔네."

"뭐어~!!"


어제부터 오늘까지 딸의 카톡방에 등장한 메시지 640개.

아빠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 소통 실력들입니다.

대단합니다.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을 깨기 위해 물병을 들고 호들갑을 떨어봅니다.

좌우로 흔들어보고, 의자에도 부딪혀보지만 떨어지는 물방울은 아주 조금입니다.




 

 



14시 26분.

이제 쉬지 않고 목적지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지루한 오르막이 계속됩니다.

경사는 높지 않지만 페달에 힘을 주지 않고는 꼼짝도 하질 않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페달을 굴리는 딸이 고개를 숙입니다.




 

 



이목마을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쉬어 갑니다.

쉬지 않고 오르기엔 힘이 듭니다.


이목마을만 지나면 담양군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이제 지루한 오르막도 끝나고 시원스런 내리막이 멀지 않습니다.

14시 37분.





 




드디어 담양군 진입.

길도 엄청난 내리막길이 시작됩니다.

ㅋㅋㅋ...


무서운 속도로 전진!





 

 



급한 내리막을 먼저 내려선 딸이 그늘에서 아빠를 기다려 줍니다.




 



큰 길로 나아가자 대형 트럭이 먼지를 남기고 달려갑니다.

에고고...

자전거 옆을 지나칠때라도 속도를 늦추고 가면 좋으련만... 쯧.





 


그리고,

영산강과 만납니다.

영산강댐으로 오르는 길에 만났던 모형비행기 활주로.


휴..

이제 정말 목적지가 멀지 않았구나.


"딸! 조금만 힘내자!"




 



 오후 3시.

엄마와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보다 30분쯤 일찍 메타세쿼이어길에 도착합니다.



작년 2박 3일, 그리고 올해 1박 2일에 걸쳐

인증센터에서 찍은 수첩을 들고

종주 인증을 위해 매표소로 향합니다.


(하지만, 결국 종주 인증은 하지 못합니다. 메타세쿼이어 입장객에 대한 매표 업무에도 인력이 부족한데

자전거길 관련 업무까지는 병행할 수 없어 인증 업무를 취소하였답니다.

딸의 서운한 한숨소리가 들려옵니다.)



 




오늘 하루 동안 41.44km를 달렸습니다.




 

 



매표소 입구 근처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짐을 풀고 누워 하늘을 바라봅니다.

뜨거움을 견디고 잘 참아준 딸에게 고생했다는 말을 해줍니다.






_여행일 : 6월 14일 ~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