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치는 펭귄

미국에서 태어난게 잘못이야_토머스 게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부키)

대지의 마음 2014. 10. 1. 09:14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저자
토머스 게이건 지음
출판사
부키 | 2011-10-19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무한경쟁 미국 vs 여유만만 유럽 어디가 우리의 모델이 될 수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미국의 노동 변호사인 저자가 GNP도 높고 저마다 더 훌륭하다(?)고 이야기하는 미국보다 GNP는 낮아도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평등한 유럽사회를 비교해서 사례 중심으로 서술한 책. 월간 노동세상에 나온 책 소개를 보고 한 번쯤 읽어야겠다 마음 먹었고, 노회찬이 추천하는 3권 중 한권이며 나중에 김영훈 위원장 강의에도 등장했다. 저자가 미국과 유럽을 비교한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책 표지에 나온 말처럼 복지논쟁 100번하는 것보다 이 책 한번 읽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미국에서는 실패한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라고 하지만 그것도 얼마 전의 말이지 이제는 <실패한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정답이지 않은가? 그 실체를 만날 수 있다.

 

 

생활 일반에 대한 사례가 많이 있지만 나는 미국과 유럽의 독서문화를 비교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고 동감이 된다. 저자가 유럽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어디를 가나 두툼한 신문(표지만 봐도 지루할 것 같은...)이나 엄청 어려워보이는 책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 모습이라고 한다. 그리고, 독일인이 미국인에 비해 신문을 더 열심히 읽는 이유를 작가 나름대로 다음 3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미국에는 사회민주주의가 없다. 독일은 평범한 시민에게 부분으로나마 실질적 권력을 부여하고 있지만 미국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결과 독일인은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두툼한 신문을 꺼내 열심히 읽는 풍토가 마련되었다는 것. 둘째, 유럽인은 TV를 시정할 시간이 없다.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처럼 사회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외출하기가 한결 편해지면 사람들은 하다못해 클럽으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도 신문이나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를 느끼게 되는 법이다. 셋째, 독일 신문은 온라인으로 읽기가 정말 힘들다. 누구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글을 보는 것보다 종이 인쇄로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게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이곳에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어쨌든 독일인들은 인터넷보다 더 지루하고 딱딱할 수도 있는 종이 신문을 들고 다니며 읽는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우리 나라도 미국과 마찬가지다. 서울 시내 지하철을 타면 마치 영화 <매트리스>에서 본 장면을 연상하게 된다. 지하철 천장에서 내려온 코드에 꽂힌 사람들 마냥 일렬로 정렬해서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아, 보이지 않는 라인이 천장에서 내려와 저마다 거대한 시스템(?)에 접속하고 있는 건 아닌가 궁금하고 나만 동떨어진 소외감(?)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생활이 훨씬 차분하고 윤택해보이는 증거로 보이진 않는다. 이 책에 나온대로..

 

 

돌이켜 생각하면 공기도 맑고 한층 여유로워보였던 호주도 그러지 않았는가? 남동생이 인터넷을 접속해 전자메일을 잘 활용하지 않는 이유가 <속도가 너무 느린 점>, <인터넷을 접속할 욕구가 별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접속이 편하고 속도가 빠른 나라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 생활은 뭐가 달라졌는가? 인터넷에서 쉽게 얻는 정보가 그 사회의 복지수준을 나타내지는 않지 않는가? 그냥 '지내지는' 생활이 아니라 한 순간이라도 '사는 재미에 빠진' 생활이 가능해야 그야말로 복지사회가 될 수 있는 거 아닌가?

 

 

[덧붙임]

-베를린, 록밴드도 꾸준히 정부보조금을 받는다. 물론 형식은 다르지만 록음악을 하는 예술가조차 사회안전망 안에서 활동한다.

-작가는 제조업 기반이 사라져 버리면 민주주의도 사멸한다고 본다. 제조업이 발달하면 노동운동을 조직하는 일이 쉬워지고, 노동운동이 활성화될수록 각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가운데 사회민주주의를 유지하기 한층 용이해진다. 제조업의 토대가 무너진 영국과 미국의 투표율을 조사해보라. 그런 다음 제조업의 토대가 튼튼한 프랑스와 독일의 투표율과 비교해보라.

-글로벌 은행의 노사공동결정 이사회의 예. 정원사가 노동자 이사로 선출되었다. 은행에서는 보통 영어를 사용하는데 그 사람은 영어를 못한다. 결국 이사회 회의에서는 모두 독일어를 사용해야 한다. 어떤 내용이 논의되는지 노동자 이사가 알아야 하니까. 아! 세계화에 이런 방식으로 대항할 수 있겠구나!

-노동조합은 안중에도 없다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니까 마지못해 가입해서 유능한 변호사를 무료로 사용한다? 이에 대한 유능한 변호사의 대답. '아, 그거야 그녀의 권리입니다'(?)

-독일에서는 세금의 일부를 직접 교회에 납부한다. 독일인이면 어느 누구나 소득신고서 한 구석의 확인란에 가톨릭 교회와 루터파 교회 중 어느 하나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원하는 곳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교회와 국가가 분리되어야 하지만 세금으로 교회를 지원할 때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장점도 있겠다. 정치적 편향성이 약해지겠다는 것) [2012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