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남이의 1집 음반, '함께 흐르는 날들'

 

 

 

부남(우린 그렇게 불렀다.)이는 우리 지역 철도원들의 모임에도 수차례 함께해주었다.

모임의 앞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항상 무대 위의 부남이와 눈빛으로 인사를 나누어야 했다.

행사 뒤에 공연을 마치고 떠났다는 동료들의 이야길 들을때면 무척 서운했었다.

 

'그래 공연 수고비는 어떻게 잘 챙겼는가?' 라고 반복해서 물었는데

어쩜 '그런 건 신경쓰지 말아라.'는 부남이 목소리가 떠올라서 그랬을테다.

 

89년에 우린 처음 만났는데 그녀의 1집 음반을 듣는 내내 지나간 세월이 자꾸만 떠오른다.

열정만 있었던 우린 많이도 부딪히고, 술 좋아하는 탓에 또 많이도 어울렸다.

 

초창기 정말(!) 예뻤던 목소리가 조금씩 탁해지고 녹슬어가더니...

어느새 그 때의 목소리로 이쁘게 변해있다.

마치 지나간 세월의 간격을 순식간에 좁혀버리듯이 말이다.

 

 

동아리 BAND에서 음반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십시일반 모금이 진행되었고,

중국 여행까지 다녀오느라 잊고 있었던 그 음반은 퇴근길 지친 몸을 한방에 상쾌하게 돌려놨다.

 

한 곡 한 곡마다 그녀가 시간 들여 불어 넣은 느낌들이 신기하게(!!) 전해진다.

그래서, 나는 이 음반의 무엇이 어떻다는 흔히 나오곤 하는 평가마저 할 게 없다.

나와 아무런 관계없는 '음반 속 음악'이 아니라 그녀의 정서와 흘러간 시간, 추억마저도

모두 다 공감하게 되는 '아주 특별한 음악 여행' 정도가 적당할 듯하다. 

 

 

 

 

 

 

전체를 감싸는 차분하고 따뜻한 정서는 '함께 흐르는 날들'이라는 앨범 제목과 멋지게 어울린다.

난 특별히 그녀가 곡을 붙인 <오래된 골목>과 <사람의 숲>이 마음에 든다.

물론 첫번째 곡인 <그 바람에선>과 몇 해전 들었던 <그대 가슴에 내리는>도 아주 좋다.

(아니 뭐, 그냥 다 좋다!)

 

오래 시간 준비해 온 그녀의 음반이 많은 이들에게 흘러 더불어 함께 사는 '사람의 숲'을 아름답게 빛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욱 더 그녀만의 독특하고 개성있는 음악으로 승승장구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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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목_조성국 시, 류의남 곡

 

 

이 골목에 이십수년 살아도 가보지 않은 샛길들 많다

이리 굽고 저리 굽어서 한치 앞을 분간 못하는

내 발길 일러주는 애기보살 점집 있고

어슷하게 기운 녹슨 함석문짝 여인숙 있고

늘 게슴츠레 눈빛 던지던 과수댁의 외상 점방 있다

꽉 막힌 골목길이란 없다

 

저 막다른 끝에 누군가의 집이 있고

헐값에도 팔 수 없는 싸구려 고물들

켜켜이 쌓인 빛바랜 책장들

저물도록 요란스런 고물장수 목소리

그 쉰 소리가 흔들어놓은 이 순간

깜박하고 이내 꿈틀거리는 저 외등처럼

오래된 골목 샛길 자꾸만 되돌아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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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숲_류의남 글, 곡

 

 

아파트 숲 속을 걷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어보니

골목까지 빽빽한 자동차들 바삐 달리는 오토바이

주위를 둘러보면 어디에도 회색빛 건물들이

내 아이들 맘 편히 걷기 힘든 무심한 도시의 숲

 

아~ 여기가 바로 우리들이 살아갈 곳이지

아~ 이 도시가 내 아이들이 살아갈 숲이지

마음을 다해서 우리들 미래를 위해서 우리들

아름다운 사람의 숲을 만들어

언제나 소중한 꿈을 꾸지 우거진 숲 맑은 공기

더불어 함께 세상의 꿈을 아름다운 사람의 숲을

 

아~ 여기서 우리 사는 동안 마음 나눌 수 있는

아~ 소박하고 아름다운 꿈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의 도시를 꿈꾸네 따뜻한 우리를 꿈꾸네

아름다운 사람의 숲을 꿈꾸네

언제나 소중한 꿈을 꾸지 우거진 숲 맑은 공기

더불어 함께 살 세상의 꿈을 아름다운 사람의 숲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