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하고 이기적인

[후기]안전 의식 혁명(하가 시게루 지음, 한언)

대지의 마음 2016. 1. 23. 12:04







안전의식혁명(하가 시게루 지음, 조병탁, 이면헌 옮김, 한언)



안전불감증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간직한 나에게 표지 제목에서 부터 '안전불감증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라니.

전 어디 부서 차관에서 어느 기업체 임원까지 추천하는 말을 붙인 이 책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뭘까?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만 있다는 식의 '안전불감증'이라는 용어에 대해

모 교수는 자신 있는 영어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영어로 번역해볼 것을 권했다.


안전문화와 철학이 다르고 사회적 분위기가 다른 외국사회에선 '안전불감증'과 같은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것이 훨씬 좋은 것도 있지만 '안전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노력은 많은 부분을 외국에서 배워야 한다.

억압적인 사회에서 '안전'도 '통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우리 사회에선 절대적으로 배워야 할 과제이다.


안전문화와 철학의 전환이 결국 사고로 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최초부터 다른 전제에서 글이 시작되어야 우리 사회에 유익했을 것이다.


.......


그럼에도 이 책에서 몇 가지 대목을 옮겨올 수 있었다. 다행이다.




[메모]


전형적인 휴먼에러의 정의는 시스템에 의해서 정해진 허용한계를 넘어 버리는 인간 행동 집합의 임의의 한 요소이다. 인간 행동의 좋고 나쁨(에러인지 그렇지 않은지)의 기준은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휴먼에러가 주목받게 된 이유 중 하나로 공학 기기의 신뢰성 향상을 들 수 있다. 기계 부품의 고장의 줄고 사고 원인 전체에서 인간의 조작 실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시스템이 복잡화, 거대화되어 하나의 실수가 커다란 피해로 이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고의 많은 부분이 휴먼에러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설비가 아닌 인간의 의식이나 주의력을 높이는 것으로 사고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휴먼에러라는 개념을 오해한 것이다. 휴먼에러는 시스템 속에서 활동하는 인간이 시스템의 요구에 대응하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책은 당연히 설비를 포함한 시스템 전체를 놓고서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휴먼에러는 실패나 무심결에 발생하는 실수와는 다르다. 휴먼에러는 시스템 속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판단이나 행동의 실패인 것이다.

 

...

 

에러나 사고를 일으키는 종업원은 조금도 믿음이 가지 않는,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는 나쁜 종업원이다. 그들을 직장에서 추방하면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라는 사고를 썩은 사과 이론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과가 썩는 환경을 그대로 놔둔다는 것은, 썩은 사과를 폐기하더라도 다른 사과가 또 썩어버리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에러를 남들보다 50% 많이 범할 가능성이 있는 10%의 사람을 찾아내어 내보기보다도, 직원 모두의 에러 가능성을 10% 줄이는 편이 시스템 전체의 안전성을 확실하게 높여준다.

 

...

 

아차사고 보고나 발견된 정보에 의거해서 사고로 이어지는 리스크가 얼마나 큰가를 예상하여 대책의 우선순위를 검토하는 방법이 리스크 평가이다. 여기에는 그렇게 과학적인 방법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매우 조잡한 직감적인 방법이 많다.

 

제로 리스크는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면서 리스크에 대해 눈을 감지 않고 리스크 정보를 적극적으로 모은 뒤 우선순위가 높은 대책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중시하는 것이다.

 

리스크를 알았으니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면, 리스크 관리자나 경영자에게는 리스크를 모르는 것이 득이 된다. 성실하게 리스크와 마주하려고 하는 리스크 관리자를 처벌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