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문학동네)
2017년 3월.
다치바나 다카시에 대한 관심은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시작되었다.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우주로부터의 귀환', '임사 체험', '사색 기행' 그리고 몇 권의 책이 더 있을텐데...
('사색 기행'에 대한 짧은 감상은 노보에 실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관심이 없는 분야까지도 흥미진진하게 살펴볼 지적 호기심을 얻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는 일부러 사서 볼 필요까지는 없겠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가졌다.
그런데 며칠이 못가고 덜컥 구입하고 말았다.^^
그의 책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고 무엇보다 고양이 빌딩을 채운 장서 사진을 보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독서는 관련된 여러 책을 동시에 독파해 수준 높은 이해의 단계에 이르는 방식이다.
그 일단은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 잘 담겨 있다.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접하기 어려운 조건의 나에게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 눈여겨 보았다.
그 후 몇 가지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실지로 입문서와 전문가용 책을 동시에 구입해 교차해 읽어가면서 공부해 보았다.
많은 도움이 되었고 지금까지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나만의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의 독서는 자칫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떨어질 거라는 비판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책 '서재'에서 그는 많은 책들을 꿰뚫어 간략하게 핵심만을 정리해준다.
장황하지 않게 기존 독서의 지적 성과물을 마치 1권의 책을 읽는듯이 해설하는 모습은 놀랍다.
최근 나의 철도안전분야 학습이 하고 싶은 말만 많았지 정작 핵심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까지 이르지 못함에 비한다면 말이다.
모르면 장황해지고 깊이 알면 알수록 단촐해지는 법이다.
새로운 지식도 얻게 되었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와 관련한 원인 진단은 여러 자료를 검토한 저자의 문제제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기본 인식에는 동의가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예비 전원은 알려진 바와 같이 지하에 있었다.(이것이 사고를 통제하지 못한 핵심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설계는 GE가 기본적으로 져야 할 몫으로, GE는 토네이도와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중요했지 지진과 거대한 해일은 염두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다른 배경을 알고나면 사고 대책도 다른 방향의 고민이 생기게 된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내용은 많다. 비트겐슈타인,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작품들, 종교와 철학......
다치바나 다카시가 만난 콜린 윌슨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방대한 책이 필요하다. 자신의 흥미를 끄는 것을 조사해 자료를 모아가면 결국 저서 한 권 당 작은 방 하나를 건축하게 된다'고 했다.
한 분야에 대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스스로 필요한 것만 취해 섭취한다고 이룰 일이 아니다. 깊은 사색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안전은 인문학적 성찰이 전제되지 않으면 쉽게 기술실무적, 행정이론적인 함정에 빠지고 만다.
개인의 의식과 행동 하나하나가 피동적인 수준에서 정해지지 않고 자율적 책임 아래 이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설득, 조직하는 일이다. 나아가 문화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인문학적 사색이 아니라면 이해가 되겠는가.
또 속없는 마음이 생긴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관심을 가졌다는 모든 분야를 접해보고 싶은 충동. 그리고 용기를 갖게 된다. 어떤 분야라도 끈질긴 독서와 사색이라면 분명 수준 높은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마지막으로 나는 나의 서재를 하나로 잇는 해설이 가능할까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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