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래치는 펭귄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카트린 지타, 걷는나무)'에서.

대지의 마음 2016. 11. 18. 10:51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카트린 지타, 걷는나무)'에서.




파업한지 52일을 넘겼다.

역대 최장기 파업 기록을 하루하루 바꾸고 있지만 내부는 차분하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채권모금은 3일만에 70억에 육박했다고 전해진다.

모두들 파업을 통해 배우고 단련된 집단적 단결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쓸려고 마음먹었던 철도 안전과 관련된 보고서들은 중단된 상태에 있다.

초기 흐트러지지 않게 마음을 챙긴 것과는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글을 읽고 공들여 글쓰기에 전념할 각오를 붙들고 있기 힘들었다.

결국 나는 '지금은 함께 어울리고 글은 나중에 쓰도록 하자'고 마음먹기에 이르렀다.


매일 저녁,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무지 부담스러운 걱정은 떠나질 않고 있다.


이미 써놓은 글의 흐름과 동떨어진 심리적인 상태이니 우선 뭐라도 읽는 일이 급하다.

흐트러진 평정심을 되찾는 일.

평소 갖고 있었던 독서 패턴을 찾는 것으로 시작하려 한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이다.

경험으로는 내가 정신적으로 건강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혼자 걷거나 산을 오르거나 자전거를 탔었던 듯 하다.

이제 나는 내가 혼자 무언가에 집중할 힘을 여기서 얻어야 한다.


물론 온 긴장을 동원해 독해하려 애쓰지 않아 부담이 적은 이 책이 얼른 손에 집힌 건 내 심리적 상태와 관련이 있겠다.

전자책 리더기 안을 채운 읽다만 여러 책들 중 가장 쉽게 손이 가는 책이기도 했다.


몇 구절 다시 살펴보면 좋을 글 조각을 챙겨오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그 구절들을 읽으며 잠시나마 생각에 빠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나는 흐트러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잡을 수 있었기에 만족스럽다.


혼자하는 여행에 버금가는 내 생활의 평정을 되찾고 건강한 긴장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지금 중요하다.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의 책 여행의 기술에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혼자 여행을 예찬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함께 가는 사람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도록 우리의 호기심을 다듬기 때문이다. (···) 동행자에게 면밀하게 관찰을 당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이 억제될 수도 있다. 또 우리는 동행자의 질문과 언급에 맞추어 우리 자신을 조정하는 일에 바쁠 수도 있고, 너무 정상으로 보이려고 애를 쓰는 바람에 호기심을 억누를 수도 있다.

 

-당시 나의 하루하루는 긍정적인 미래에 도취되어 신 나게 공부하다가 부정적인 상상에 좌절하며 괴로워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되고 싶은 게 세계 최고의 심리상담가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사람들이 낯선 길을 선택해야 할 때나, 마음의 상처와 스트레스 때문에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 함께 해법을 찾는 친구이자 조언자가 되려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꼭 올해 안에 시험에 통과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몇 년 안에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고 평생을 할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급해졌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내 삶을 즐겁게 하고 더불어 다른 사람의 삶을 즐겁게 만들겠다는, 처음 가졌던 희망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희망을 빨리 달성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압박감을 주며 괴롭힐 이유는 없었다.

 

-희망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야 하는 것은 산을 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산을 오를 때는 봉우리가 아니라 발을 내딛을 곳을 보며 가야 한다. 조급한 마음으로 산꼭대기만 좇으며 가다 보면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거리에 지치고 코앞에 있는 돌부리를 보지 못해 넘어지고 만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이 초반에 너무 힘을 빼는 스타일이다. 무엇이든 빨리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혹사시키고 과도하게 경쟁하며 남을 앞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만 빨리 지쳐 나가떨어질 뿐이었다.

 

-대화가 인간의 지적 활동에 묘약인 것처럼 고독은 인간의 정신 활동에 묘약이다. - 에밀 시오랑

 

-사람들은 흔히 용기를 신중함 혹은 냉정함의 반대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용기는 위험과 위험 부담을 방비하기 위해 신중함과 냉정함을 전제로 할 때가 많다. 신중함이 결여된 그릇된 용기는 경솔함이나 무분별로 이어질 수 있다.

 

-프랑스 출신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인류의 거의 모든 문제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오랫동안 단지 자신과 홀로 있지 못하기에 생겨난다고 말했다. 혼자서 여행을 떠나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동안 숨겨져 있던 엄청난 것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모래에 갇혔을 때는 타이어에서 공기를 빼고 차의 높이를 낮춰라. 그러면 차가 모래 위로 올라설 수 있다. 인생도 그렇다. 정체된 상황은 우리의 자신만만한 자아에서 공기를 조금 빼내야 다시 움직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도나휴,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자신의 행동을 낯설게 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내가 담배에 중독됐다는 것을 담배가 없는 곳에 가서야 알게 된 것처럼,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져 놓아야 무의식중에 내가 하는 행동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슬픔을 소중히 간직하고 돌봐서 그 자체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 되게 하라. 깊이 애도하는 게 바로 새롭게 사는 것이다. - 헨리 소로우, 소로우의 일기

 

-“즐거운 추억이 많은 아이는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할 것이라는 소설가 도스토옙스키의 말.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시작하면 혼자서 자신의 길을 가기보다는 조력자 신드롬(Helper syndrome)에 가까운 자기 헌신을 한다. ‘조력자유형에 해당하는 이들은 인생이라는 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도우려고 한다. 그러나 도움을 받은 사람이 자신에게 감사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늘 타인을 의식하고 오늘 자신이 좋은 인상을 주었는지매일 밤 불안해한다. 또한 자신의 욕구보다는 동반자들에게 지나치게 집중하기 때문에 자신의 길을 소홀히 여기며 상대에게 집착할 수 있다. 그래서 자기만의 길을 가겠다고 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자신이 희생하는 만큼 상대에게도 똑같은 희생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은 헌신과 희생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오래 이어가고 싶다면 함께하는 삶에도 자유가 있어야 한다. 각자의 관심 분야와 목표를 추구할 자유, 모험심을 실현할 자유, 자신의 욕구를 펼쳐 나갈 시간을 스스로에게 할애할 수 있어야 한다.

 

-성향과 생활 방식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성향과 생활 방식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가끔씩 홀로 여행을 떠나보면 자신이 현재 어떤 기분인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게 된다. 혼자서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복잡한 감정에서 완전히 벗어나 마치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상태가 된다. 그래서 아무것에도 매여 있지 않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신의 변덕스러운 기분과 불합리한 언동에 대해 되짚어볼 수도 있다. 또한 홀로 여행을 하는 동안 자신이 어떤 욕구를 갖고 있는지 감지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또한 갈등이 생길까 봐 마음속에 숨겨 두었던 욕구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상대의 사소한 단점에 화내는 대신 그가 가진 좋은 점들에 시선을 돌려 볼 수도 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지나간 삶뿐이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삶은 이해하려 들지 말고 그저 살아내야 한다. - 쇠렌 키에르케고르

 

-“우리가 죽음을 통해 배우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여행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은 삶의 터전을 단단하게 가꿔 나가는 방법이다. 그 방법을 직접 깨달을 수 있는 여행을 하게 되길 바란다.

 

-인간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배움에 학습 목표가 필요하고, 인생에 삶의 목표가 필요한 것처럼 여행에도 목표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여행을 떠날 때 여행 그 자체를 목표로 한다. 내가 그냥 뉴욕에 가겠다라고 생각했듯이 파리 여행하기, 아프리카 여행하기를 목표로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여행 계획이지 여행 목표가 아니다. 여행의 목표는 여행을 가서 무엇을 하고 싶다로 설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거창해야 할 필요는 없다.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작가의 생가에 가 보기, 축제에 참여해 보기, 감명 깊게 본 영화 촬영지 찾아가기,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따기, 사막에서 별 보기, 여태까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던 일 10개 하기,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이동하기 등이 모두 여행의 목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