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낙비

나무의 꿈_수니

대지의 마음 2010. 10. 16. 21:10

 

 

 

나무의 꿈 -



임의진 詩
수니(Soonie)



초록별 뜬 푸른 언덕에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딱따구리 옆구리를 쪼아도  벌레들 잎사귀를 갉아도

바람이 긴 머리 헝크러놓아도  아랑곳없이 그저 묵묵히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아름드리 어엿한 나무가

만개한 꽃처럼 날개처럼  너를 품고 너희들 품고
여우비 그치고 눈썹달 뜬 밤 가지 끝 열어 어린 새에게

밤하늘을 보여주고  북두칠성 고래별 자리 
나무 끝에 쉬어 가곤 했지  새파란 별똥 누다 가곤 했지


찬찬히 숲이 되고 싶었지  다람쥐 굶지 않는 넉넉한 숲
기대고 싶었지 아껴주면서 함께 살고 싶었지

보석 같은 꿈 한 줌 꺼내어  소색거리며 일렁거리며
오래 오래 안개 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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