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도 미니멀리즘 : 단순한 음식은 어떻게 단순한 삶을 완성하는가
_황민연 지음, 사이몬북스
-습관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절대 아니다. 100점은 아니라도 건강하게 먹는 습관이 쌓이고 쌓여야 자연스럽게 몸에 배고, 입맛이 변하고, 저절로 그렇게 된다. 매일 아침을 과일로 시작해보기, 흰밥을 현미밥으로 바꿔보기, 흰 빵 대신 통곡물빵이나 현미떡 먹기, 우유는 무가당 두유로 선택하기, 요리할 때 설탕과 기름 양 줄이기,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채식식당에 가보기, 고기 세 번 먹을 거 한 번 먹기, 외식보다 집에서 요리하는 습관들이기, 동물성 음식 없이 요리해보기 등등. 이렇듯 건강한 대안은 항상 존재한다. 건강한 음식이라는 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건강으로 시작한 자연식물식이었지만 나의 소비습관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고 난 이후로는 더욱더 생각이 넓어졌다. 더 이상 ‘육식 대 채식’이 아니다. 무엇이 환경, 동물, 사람에게 좋은 것인지를 고민하다보면 동물성 음식, 가공식품,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 유기농 제철채소와 과일을 감사한 마음으로, 필요한 만큼만 먹는 것이 보탬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누가 너는 유별나게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기분 좋게 대답할 것이다. ‘저는 이렇게도 잘 살아진다’고 말할 것이다.
-자식들에게 우유와 유제품을 먹이는 엄마들, 부모님 오래 살라는 칠순잔치 때 케이크와 고기를 준비한 자식들, 새로 온 멤버를 위해 삼겹살을 먹는 직원들, 생리통이 심한 여자친구에게 초콜릿과 과자를 주는 남자친구, 명절이라고 스팸과 올리브유를 선물하는 이웃,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치킨을 사주는 친구, 여행기념으로 그 나라의 각종 초콜릿과 과자를 선물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진짜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감히 그런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권할 수 없다. 건강보다 입맛이 우선이자 행복이라면 어쩔 수가 없다. 먹겠다는 것을 말릴 수야 없겠지만, 먹으라고 권하기는 힘들다. 사랑하는 사람이 삼겹살과 치킨을 먹고 술, 담배를 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지만, 정말로 사랑한다면 아프지 않고 건강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무지함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한다. 열린 마음으로 지식을 받아들이는 태도, 스스로 찾아보고 선택하려는 노력, 통념을 깨부술 용기가 없으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망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동물성식품과 부드럽고 맛있게 가공한 식물성식품을 좋은 식품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하는 부모에게 이런 음식으로 효도하고, 귀여운 자식에게 이런 것들을 먹인다. 그러나 이런 식품들은 모두 군살을 만드는 식품들이다. 그래서 부모들이 살찌고 아이들이 비만해진다. 부모를 살찌워 질병이 생기게 하고 싶은 자식이 어디 있으며, 자식을 병들게 하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진실을 모르면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눈먼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사랑에는 지식이 필요하다.
-완전에 가까운 채식(자연식물식)을 한 이후 뱃살, 변비, 땀 냄새, 얼굴 기름, 피로, 불면증, 두통, 빈혈, 수족냉증, 생리전증후군, 생리통, 독감, 역류성 식도염, 장염, 편도염, 음식 집착, 운동 강박 등, 내가 그동안 사소하게 여겼던 신체적 정신적인 ‘질병’들이 모두 그리고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식품 그대로를 먹기로 했다. 현미를 도정하면 백미가 된다. 통밀을 도정하면 흰 밀가루가 된다. 과일을 가공하면 과일주스가 된다. 가능한 가공하지 않은 자연적인 음식을 먹자는 것이 자연식물식이다. 정제설탕과 정제소금 대신 비정제 원당과 천연소금, 향신료 등을 이용하여 요리한다. 식물성 기름(참기름, 올리브 오일, 해바라기씨유, 포도씨유, 코코넛 오일 등) 대신 물과 채수(채소를 우린 물)로 요리한다. 그렇게 나의 식단은 현미밥 같은 통곡물, 고구마와 감자와 옥수수 같은 구황작물, 다양한 제철과일과 채소들, 콩류, 견과류, 씨앗류, 해조류, 다양한 향신료, 천연소금 등으로 이루어졌다. 쉽게 생각하면 사찰 음식과 꽤 비슷하고 우리 선조들이 먹었던 고봉밥에 소박한 나물반찬 몇 가지와 비슷하다. 현미밥에 양파 장아찌, 쌈채소와 오이고추, 두부와 애호박, 양파, 고추 등을 넣고 끓인 맑은 된장국, 제철과일 같은 것이 나의 주 식사가 되었다. 스님들이 절에서 먹는 사찰음식에서 흰밥과 식물성 기름을 현미밥과 물로 대체하면 그게 자연식물식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논하기 위해서는 결국 음식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 설탕, 치킨, 삼겹살, 피자, 케이크를 먹으면서 정신적 성숙함과 건강함을 얻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통받고 자란 남의 살에 욕심내면서 정신적으로 평온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적으로 고기를 주식으로 먹을 수밖에 없는 과거의 히말라야 산맥의 라다크Ladakh 사람들은 가족처럼 키우던 가축을 먹을 때 신에게 용서를 구하고 먹었다. 살생을 해야 한다면 여러 마리를 죽이기보다 덩치가 큰 한 마리를 죽여서 나눠 먹었다. 물고기는 사람들을 배불리려면 너무 많이 죽여야 하므로 먹지 않았다. 오늘날 공장식 축산에서 고통받고 죽은 동물을 먹는 현대인들과는 달랐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쉽게 화를 내고, 충동적이고, 공격적이며,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우울했다가 기뻤다가 감정의 기복이 크다. 왜 화가 나는지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라다크 사람들은 마음이 여유로우며 건강했다. 그들은 화내고 싸우는 법을 몰랐다. 나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수행자들이 자연식물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먹는 것이 기본적으로 건강해야 생각도 차분해지는 법이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 자신’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어렵고 심오한 뜻이 담긴 말이 아니다.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된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 자신이다.
-“Looking good is not a prerequisite for feeling good. You got to feel good first and then naturally you’re gonna look badass.” 좋은 외모는 좋은 기분의 전제조건이 아니다. 당신의 기분이 먼저 좋아지면 멋진 외모가 저절로 드러날 것이다.
-“11일간 고기, 생선, 우유, 계란. 치즈 하나도 안 먹었는데 만성피로가 정말 없어졌네요. 정말 맘이 편해지고 속도 편하고 체중도 줄었어요.. 신랑도 같이 다큐 보며 같이 책 보더니 ‘지금까지 우리가 속았어’ 하며 아침저녁은 채식을, 회사서 먹는 점심은 육식을 최소화하는데 신랑은 원래 육식을 많이 하는 편이었던 터라 그런지 이렇게 먹어도 이미 3kg 가까이 빠지네요. 입에 달고 살던 피곤하단 말도 쏙 들어갔고요.”
-오늘날 우리는 몸에 맞지 않는 연료, 불규칙한 식사, 수면부족, 업무 스트레스, 스마트폰 중독, 부어라 마셔라 회식문화, 자기파괴적인 생활습관, 비활동성 등의 라이프 스타일을 살고 있기 때문에 내내 아프다,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사는지도 모른다. 나는 야생동물들이 고혈압, 당뇨, 비만, 두통에 시달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우리가 병들고 살찌는 이유를 이제 잘 알 것 같다. 모든 답은 자연 속에 있다.
-많은 과학자들과 채식의사들이 동물성 음식의 해로움을 밝혀내고 자연식물식의 이점을 강조했지만, 반드시 동물성 음식을 0%로 먹어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만약 반드시 0%로 먹어야만 건강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100% 육식식단을 옹호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가끔가다 먹는 10% 정도의 동물성 음식 섭취는 영양학적으로 의미가 없으며, 평소 먹는 것이 통곡물, 과일, 채소 위주의 건강한 자연식물식 식단이라면 소량의 고기와 유제품을 먹어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한다. 혹은 10%가 아닌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평소에는 채식이지만 상황에 따라 일반식)이나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 Vegetarian(생선, 달걀, 우유, 유제품을 허용하는 채식) 중 동물성 음식을 주식으로 자주 섭취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건강할 수 있다. 가령 평소에는 채식을 하지만 한 달에 몇 번 외식할 때는 생선을 소량 먹는다든지, 계란 반찬을 좀 집어먹는다든지
-동물성 음식과 가공식품도 먹느냐 안 먹느냐보다는 ‘얼마나 먹느냐’ 또한 중요한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한국에서 채소를 맘껏 먹을 수 있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고깃집이다. 나물반찬이 기본적으로 많이 나오고 쌈채소는 무한리필이다. 구운 마을, 구운 버섯, 구운 단호박, 다시마쌈, 쌈무 같은 것을 끝도 없이 먹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현미밥이 아닌 백미가 나온다. 건강과 식재료에 신경 쓴 식당이 아니고서는 기본으로 나오는 나물반찬들도 꽤 짜고 기름진 편이다. 그렇다고 가끔 외식할 때 흰밥에 정제소금을 쓴 반찬들을 먹는 것에 예민하게 굴지는 않는다. 정신건강도 중요하다. 좋은 음식을 가려서 먹더라도 강박증을 가지면 정신적으로 건강치 못한 사람이다. 신체와 정신건강은 같이 가야 한다. 그렇다고 매일 정신건강을 핑계 삼아 외식을 밥 먹듯이 하면 참 곤란하다.
-자연식물식은 미니멀리즘과 제로웨이스트의 삶을 실천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음식습관이다. 자연식물식을 하고 난 이후로는 자연식물로 만든 건강한 가공식품들도 덥석 사는 것을 그만두었다. 100% 콩으로 만든 콩국물, 100% 현미 국수, 별다른 첨가물이 없는 두유와 두부, 유기농으로 만든 현미떡 등등의 자연식 먹거리들이 아무리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해도 비닐에 담겨져 파는 경우가 많다. 먹어볼까 싶다가도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굳이 그걸 먹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동물은 인간의 형제도, 인간의 종도 아니며 우리와 마찬가지로 생명과 시간의 그물에 갇혀 지구의 장려함과 고통을 나누는 구성원이다.
-우유와 계란은 잔인한 음식이 아닌 것 같지만, 오늘날 공장식 축산에서는 우유와 계란 생산이 가장 잔인하다. 젖소와 암탉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위적인 방법으로 젖을 생산하고 알만 낳다가 결국 고기로 도살당한다. 소는 사람처럼 임신을 해야 젖이 나오기 때문에 매일 강제로 임신을 당한다. 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적어도 나만큼은 다른 생명을 죽이는 일에 동조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다. 나는 인간으로 태어나 식물도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기에 식물은 먹어야 하겠지만, 동물은 먹지 않을 수 있다.
-왜 이렇게 기초적인 이야기까지 해야 할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개, 어떻게든 흠집을 잡거나 딴지를 걸고 싶은, 비건에 대한 근거 없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진심으로 식물의 고통을 배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가장 서둘러 비건이 되어야 한다. 식물을 가장 적게 죽이고, 식물의 고통을 가장 최소화하는 방법이 바로 비건식이다. 주지하다시피 동물성 식품, 특히 육류는 엄청난 양의 식물 사료를 먹는 동물을 먹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최대의 식물 희생을 치른다. 그러니 식물이 걱정되고 식물의 고통을 줄이고 싶으면 식물을 직접 먹기를.
-최종 상품으로 시장에 진열된 닭고기는 그것을 변기에 처박았다가 바로 먹을 때처럼 더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나는 ‘최소한의 삶’을 지향할 것이다. 나는 건강 하나 때문에 음식을 바꾼 것이 아니다. 단순히 내 건강만을 이유로 자연식물식을 지향했다면 오래가지 못했을 것
-책 읽기(엄격히 말해서 책 쌓아놓기)를 좋아했던 나는 대학시절부터 모은 책 수십 박스를 이사할 때마다 들고 다녔다. 심지어 외국에 나가 있던 15년 동안 가져갔다가 귀국하면서 다시 가져왔는데, 15년 동안 그 책 중에 다시 읽은 책은 몇권도 되지 않았다. 나는 왜 그랬을까? 나는 내게 꼬치꼬치 되물었는데 솔직한 대답이 나왔다. 그렇다. 우리 집에 놀러오는 누군가가 집 안을 둘러보고 “와 이 집에는 책이 정말 엄청 많네요.” 이 소리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 깨달음이 있던 날, 또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 100여 권을 남기고 모두 없앴다. 나는 그런 식으로 LP판, CD, 옷가지며 세간을 정리했다.
(2020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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