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건강을 확신하는가?
자연치유를 이해하고 이를 삶 속에 뿌리내리기 위해 오늘도 기도하고 명상하고 하루를 준비하지만 나 역시 사람이다. 늘 환자나 보호자를 대상으로 질병과 치유에 대해 말을 하거나 글을 쓰다 보니 사람들은 내가 완전한 자연치유적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아니다. 나도 보통 사람들처럼 자주 실수하고 종종 유혹에 빠진다. 도시 나들이를 나가 가끔 채식 전문 음식점에서 외식을 하거나, 여행 중에 휴게소 음식을 사먹기도 한다. 명절에는 도시에서 많은 시간을 TV 앞에서 보내고, 기름진 채식 빈대떡으로 과식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 이틀 변이 묽고 냄새가 고약하다. 낮에 하루 종일 밭일을 하고 컴퓨터를 하느라 며칠 밤 12시를 넘기면 입안이 헐기도 한다. 여기서 더 무리하거나 절제력을 잃어버려 병을 만드는 삶으로 방향을 돌리면 곧바로 내 몸에 병이 찾아온다. 대형 마트의 빵을 시식하고 나면 두드러기가 도진다. 농사보다 병원 일에 매달려 신경을 더 쓰면서 활동 부족으로 인해, 체중은 줄고 사라졌던 누런 코딱지가 생기고 변이 묽어지고, 심지어 없었던 부정맥과 위장 통증도 생겼다.
건강한 삶을 향해 가야 할 여정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대체로 건강하다. 왜? 내가 잘해서? 아니다. 자연치유력의 넉넉함 때문이다. 자연의 자비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 그 자비가 나에게 건강이라는 선물을 맘껏 누릴 수 있도록 허락한 것이다. 거꾸로 정신 차려 마음을 비우고 탐욕을 내려놓고 건강한 삶으로 되돌아가면 병은 낫는다. 이것이 질병과 치유의 자연법칙이다. 이 법칙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치유의 길을 소개하는 나도 그렇고, 창조주를 믿거나 말거나 모든 사람이 똑같다. 하늘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한다.
그런데 내가 일반 사람들과 다른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내 삶을 자주 돌아보는 힘,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힘이 크다는 것이다. 실수로 부딪쳐 통증을 느끼면 바로 ‘감사합니다!’ 하고 외친다. 호떡 먹고 생긴 두드러기로 고통스러울 땐 금식을 하며 절제를 다짐한다. 덜렁거리는 성격을 반성하면서 왜 그랬을까 하고 내 삶과 생활 태도를 되돌아본다. 그늘진 환자의 얼굴이 눈에 띄면 내 얼굴엔 그늘이 없나 살핀다. 미소 띤 얼굴을 보면 나도 미소 지으려 한다. 꾸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는 사람을 보면 바로 허리를 편다. 짧은 순간이라도 눈을 감고 되짚는다. 타인의 모습을 보며 반면교사로 삼고, 타인의 건강한 모습을 보면 바로 흡수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더 나아가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은 누가 뭐래도 굽히지 않고 하는 편이다. 나쁜 습관에 타협하지 않는 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행동이라고 믿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가 실패한다. 남을 의식하고 쉽게 타협하거나 양보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핀잔이나 강권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십중팔구 실패한다. ‘너만 잘났냐, 티 내냐, 유난 좀 그만 떨어라, 너만 잘 먹고 잘 살려고, 술 한 잔, 고기 한 점 정도는 괜찮다’ 등 이런 말을 들으면 어쩔 수 없이 위축된다. ‘꼭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하는 생각이 솟구치면 거의 가망 없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나쁜 습관에 동조하는 결과를 초래해 자신도 남도 모두 피해를 본다.
그래서 나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도 피해를 받지 않는 쪽으로 행동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전혀 타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최선의 방법을 택하고자 늘 소망하지만 나약하고 부족한 의지를 드러낼 때가 많다. 하지만 그 순간이라도 부족한 나를 보듬고 그 상황에서 최선(차선)을 택한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구가 아무리 요구해도 술자리 자체를 피하는데, 어쩔 수 없이 참석할 경우 아예 음식에 손을 대지 않거나 푸성귀 위주로 가볍게 먹고 집으로 돌아와 부족한 양만큼 보충한다. 도시 공기보다 더 나쁜 자동차 장거리 여행 시 자주 환기시키고 복식호흡을 하며 목과 어깨 그리고 발목 운동을 수시로 한다.
도시락을 챙기기 때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도 용변만 해결하는데, 가끔 사먹을 땐 햄과 달걀을 뺀 김밥이나 유부우동과 쌀밥을 아주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려고 노력한다. 명절에 자식들과 술 한잔하길 좋아하는 어머님의 권유를 대개 거절하지만 간절히 바라실 땐 어머니가 드실 술을 줄이는 조건으로 딱 한 잔만 받는다. 이렇듯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이 차이가 지금의 나를 건강하도록 이끌었고 누구의 핀잔도 의식하지 않고 나를 끊임없이 더 완전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비결이다. 내가 완벽하기 때문에 건강한 것이 아니다. 나는 실수하리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어쩌면 큰 실수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수하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도약의 기회로 삼는다. 불완전하지만 끊임없이 건강한 삶을 향해 지금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려고 노력한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에 큰 질병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소망을 버리지 않는 한, 하늘이 도와준다는 것을 확신한다. 소망을 잃지 않은 나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것이다. 바로 내 몸 안의 의사가 있기 때문에. 소망하는 누구든 역시 같은 축복을 얻을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내 몸이 최고의 의사다> (임동규 지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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