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낙비

깊은 밤의 서정곡_블랙홀

대지의 마음 2010. 12. 4. 14:30

 

MBC의 저토록 좋은 문화프로그램들이 왜 하나둘 줄어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나마 MBC가 아니라면 듣기 어려운 노래들이 많다는 사실도...

 

MBC가 여전히 건강한 힘을 그나마 가지고 있는 건 MBC를 구성한 수많은 사람들의,

특히 노동조합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제 역할을 다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을 다룬 다큐프로그램에서 MBC는 여전히 자기 책임을 다했다.

하지만, 걸어가야 할 길이 멀고 막중한 책임이 남아있다.

 

노동조합이 스스로의 사회적 책임을 자랑스럽게 대하고,

국민들 속에서 자긍심으로 자리하려면 어떻게 노력해야하는지를 MBC에서 배운다.

 

문화적 다양성이 숨쉬는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MBC 노동조합의 건투를 늘 바래본다.

 

 


 

이원재, 정병희, 김응윤도 합류하기 전의 블랙홀 시절 주상균의 기타와 그의 목소리로만 80년대를 대학다니던 젊은이의 시대정신을 담은 곡을 만든다.

 

그 노래는 광주에 대한 노래였다. 당시의 많은 대학생들처럼 광주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무력감을 노래한 것이라고. 주상균은 말했다. 

 

깊은 밤 홀로 잠에서 깨어 그러나 사실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소외감. 고독감 그리고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서 눈물....

 

블랙홀의 '깊은 밤의 서정곡'은 "서시"를 노래했던 윤동주의 순수한 감성과도 닮아 잇어 보인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랬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깨어 있으되 잠들지 못하고, 홀로 깨어 있어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여전히 잠들어 있는 세상에 느끼는 분노와 절망과 안타까움... 무엇보다 자신이 속했던 시대에 대한 자괴감....

 

시대를 고민한다는 것은 젊음의 특권일 것이다. 재는 것도 많고 따지는 것도 많은 기성세대로서는 불가능한 젊음이기에 가능한 젊음만의 권리일 것이다. 시대를 고민하고 시대와 갈등하고 그 시대와 부딪히고 그리고 깨지고 부서지고... 순수하기 때문이다. 그런 순수가 젊음으로 하여금 고민하게 만들고, 갈등하게 만들고, 끝내 분노하고 서러워하게 만들고, 그로인해 흘리는 젊음의 눈물은 깊은 밤 혼자 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시대였다. 그야말로 별빛조차 없이 깜깜하던 그런 시대였다. 과연 새벽은 오려는가. 과연 새벽이 이 어둠을 몰아내는 날이 오려는가. 밤이 깊어 마음이 외롭고, 밤이 깊어 마음이 시리고, 그런 때 젊음이 느껴야 했던 좌절과 분노란 어떤 것이었을까?

 

거리를 가득 메운 청년들과 최루탄에 눈물콧물 쏟으면서, 전경에 머리가 깨지고 팔이 꺾이면서, 절망 속에 도망칠 곳을 찾아 골목을 누비면서도 꺾이지 않았던 젊음들이 있었다. 겁이 나 도망치면서도 내일이면 다시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열정들이 있었다. 도무지 밝아올 줄 모르는 새벽을 억지로 끄집어내려 자신을 내던진 이들이었다. 시대가 지운 빚을 거부할 수 없었던 이들이었다. 스스로에게 지운 짐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의 시대였다. 그런 시대를 살던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였다. 그런 시대의 아픔이었다. 너무나 순수해서 순결해서 스스로 상처입고 말았던, 때로 스스로 상처입히고 말았던 그런 아픔의 이야기였다. 시대를 아파하고 그런 시대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을 부끄러워해야만 했던 그런 순수들의 이야기였다. 열정과 젊음과, 그런 자신들의 노래였다.

 

[출처 : 블로그 <Arcardia 에 승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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