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외로움

조창익 선생님의 서예전

대지의 마음 2011. 11. 14. 21:22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순천에 오신

목포기관차 지부장님이

조창익 선생님 서예전 책자를 전해주신다.

 

작년이던가?

조창익 선생님의 서예전 책자를 보고

호기심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이유 때문이겠다.

(그래도 순천에 있는 나에게도 잊지 않고 보내주시다니... 감사하다!)

 

멋진 서예를 보는 것도 그렇지만

민주노총 목포시지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시는 바쁜 가운데에서도

스스로를 철저히 관리하시는 모습에 매번 놀랍다.

 

어제 노동자대회 현장에서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글씨를 잘 모르니 평가할 순 없고, 내용만은 주의 깊게 되풀이해서 읽어보았다.

 

 


 

山居

 

나옹선사 詩

 

幽岩靜座絶虛名  유암정좌절허명

그윽한 바위에 고요히 앉아 헛된 이름을 끊고 

 

倚石屛風沒世情  의석병풍몰세정

돌병풍에 의지해 세상 인정도 버렸네. 

 

花葉滿庭人不到  화엽만정인부도

꽃과 잎만 뜰에 가득하고 사람은 오지 않는데

 

時聞衆鳥指南聲  시문중조지남성

때때로 온갖 새들이 남쪽을 가리키는 소리가 들리네

 


 

 

나옹선사의 시 <山居> 를 검색해보니 전체 내용은 이랬다.

 

 

바리 하나, 물병 하나, 가느다란 주장자 하나
깊은 산에 홀로 숨어 자연에 맡겨 두네
광주리 들고 고사리 캐어 뿌리째로 삼나니
누더기로 머리 싸는 것 아직 서툴다

 

 

내게는 진공의 일없는 선정이 있어
바위 틈에서 돌에 기대어 잠만 자노라
무슨 신기한 일이 있느냐고 어떤 사람이 갑자기 물으면
한 벌 헤어진 옷으로 백 년을 지내노라

 

 

한종일 소나무 창에는 세상 시끄러움 없는데
석조에는 언제나 들물이 맑다
다리 부러진 솥 안에는 맛이 풍족하거니
무엇하러 명리와 영화를 구하랴

 

 

흰 구름 무더기 속에 삼간 초막이 있어
앉고 눕고 거닐기에 스스로 한가하네
차가운 시냇물은 반야를 이야기하는데
맑은 바람은 달과 어울려 온몸에 차갑네

 

 

그윽한 바위에 고요히 앉아 헛이름을 끊었고
돌병풍에 의지하여 세상 인정 버렸다
꽃과 잎은 뜰에 가득한데 사람은 오지 않고
때때로 온갖 새들의 지나가는 소리 듣네

 

 

깊은 산이라 온종일 오는 사람은 없고
혼자 초막에 앉아 만사를 쉬었노라
석 자쯤의 사립문을 반쯤 밀어 닫아 두고
피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밥 먹으며 시름없이 지내노라

 

 

나는 산에 살고부터 산이 싫지 않나니
가시 사립과 띠풀집이 세상살이와 다르다
맑은 바람은 달과 어울려 추녀 끝에 떨치는데
시냇물 소리는 가슴을 뚫고 담을 씻어 차갑구나

 

 

시름없이 걸어나가 시냇가에 다다르면
차갑게 흐르는 물 선정을 연설하네
만나는 물건마다 반연마다 진체를 나타내니
공겁의 생기기 전 일을 무엇하러 말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