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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란 용어의 정의에 관하여
월광토끼
'인디 록'이라 표현의 원래 뜻은 그저 'Independent Underground Rock'의 축약이였다.
별 거 아니고, 메이져 대형 음반 유통사와 계약을 맺지 않고 (못하고) 중소 독립 라벨을 통해서 음반을 내는 밴드들의 음악을 뜻했다. 메이져로 데뷔하지 못하고 소규모로 음반을 판매하고 광고 행위 없이 그냥 열심히 공연하고 노래 만드는 그런 밴드들이니, 음악성 면에서 '대중성과 타협하지 않은 덕택에' 나름 독특한 음악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인디 록과 인디 밴드라는 표현은 확실하게 무언가를 정의하는 표현이 아니다.
중소 라벨에서 CD를 내며 자신들을 알린 밴드가 인기와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 메이져 라벨에서 관심을 가지고 계약하는데 이르면, 그 후부턴 메이져 라벨에서 음반을 내되 딱히 음악 스타일이 변하지 않는 밴드를 뭐라고 부르나? 이젠 인디 라벨을 통해 CD를 만들지 않으니까 '인디 밴드가 아닌 메이져 밴드'라고 해야하나?
그런 덕에 인디 록이란 것은 단순한 계약 라벨의 규모를 떠나 음악의 스타일을 정의하는 것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소위 '대중가요'와는 다른 독특한 음악이다 라는 식의 의미로 말이다.
그런데 대중가요와 전혀 관련 없는 개성있는 음악만을 하면서도 수천만장의 음반을 팔아치우는 초인기 밴드는 뭐라고 해야하나? '대중적'인데도 '인디 록' 밴드인가?
메이져 밴드가 대형 회사와의 계약을 때려 치우고 인디 라벨로 음반을 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경우 무슨 라벨로 냈던지간에 어쨌던 음반은 많이 팔린다. 그러면 이 메이져 밴드는 이제 인디 밴드인가?
그래서 영미권에서는 이제 인디 록 또는 인디 밴드라는 표현이 거의 사라졌다. 굳이 그런 구분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 표현이 남용되고 록 밴드에는 의례 붇는 수식어처럼 사용되는 건 한국 뿐이다. 인디 밴드가 대체 뭔데?
영미권 다음으로 록 음악의 수요와 소비 규모가 큰 일본에서도 그런 추세다. 그냥 록 밴드면 록 밴드인거다.
그냥 심플하게 록 밴드인 것이다. 디스토션 건 전자 기타와 베이스 기타와 드럼과 보컬 (±키보드) 로 구성된 음악인들이 재즈에서 파생되어 나온 현대음악을 하면 그건 록 밴드이고 아니면 말고. 록 밴드면 당연히 작곡은 자기네들이 알아서 하는거지 다른 사람이 곡을 써 주는게 아닌거고. 록 밴드면 당연히 블루투쓰 기타 들고 허공에다 연주하는 폼만 잡는게 아니라 악기를 실제로 들고 나와서 곡을 실제로 연주하는 거고.
그게 아니면 록 밴드가 아닌거다.
마이너한 록 밴드가 인기 얻으면 메이져 록 밴드 되는거고 아님 말고 그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런 점에서 이번 '씨엔블루' 사태의 경우, 이건 굳이 '인디밴드' 발언에 초점을 맞춰 열을 낼게 아니라 그냥 썅콤하게 '씨엔블루는 록 밴드가 아니다' 라고 말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씨엔블루는 아이돌 그룹이다' 라고 이어서 정의해주면 되는거고.
아래는 그냥 오늘의 추천곡.
일본 록 밴드 9mm Parabellum Bullet의
"新しい光" 공연 영상.
저기서 대규모로 날뛰며 열창하는 청중들을 보니 '한국 록 팬들은 일본 록 팬들보다 더 활기차고 신나게 논다' 라는 옛날 말이 그야말로 그저 옛날 말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위 음악을 들어보자. 한국에서 사람들이 '인디밴드'라고 부를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9mm Parabellum Bullet은 EMI 사랑 계약 맺어 앨범 만든다. 인디밴드일까 아닐까?
답은? 그냥 락 밴드다. 인디 밴드라는 용어 좀 고만쓰자. 락이면 그냥 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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