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에 가기로 합니다.
아침 일찍 사무실 뒷편 봉화산에서 느낀 상쾌함을 깨기 싫어서 갈 곳을 찾다가 선택한 곳입니다.
사무실 앞은 여느 휴일 아침과 마찬가지로 축구동호회 분들의 택시로 가득합니다.
철도운동장을 지나 신호를 기다립니다.
'선암사' 하면 떠오르는 것은 '태백산맥', '조계산', '조정래 작가', '승선교' 입니다.
왠지 다른 절보다 훨씬 더 옛스러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늘은 구름이 가득합니다.
그래도 비는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순천역 앞 버스승강장에서 1번을 기다립니다.
승주가 순천에 통합되면서 추가 요금 부담없이 시내버스로 1,100원이면 갈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40분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역 광장에 걸어둔 프랑카드는 잘 있습니다.
이 프랑카드는 약간의 실수가 있습니다.
대사기극을 그냥 <사기극>이라고 하던지, 아니면 <大 사기극>이라고 해야 했습니다.
어쨌든 국토해양부는 사기를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무려 40분 이상을 기다려 버스에 승차합니다.
처음에는 한산하지만 몇 정거장 가지 못해 가득 사람들이 들어섰습니다.
오랫동안 서 있다 드디어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제 선암사까지 3km 가 남았습니다.
마침내 선암사에서 하차합니다.
1번 버스는 선암사에서 손님을 태우고 온 길을 곧바로 되돌아갑니다.
우선 버스 시간을 봐두기로 합니다.
11시 30분입니다.
아침도 먹지 않았으니 점심부터 먹어야겠습니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립니다.
어렵게 한 곳에 들어가 산채비빔밥을 주문합니다.
막걸리는 많이 필요없으니 한 잔만 부탁드렸습니다.
여러곳의 산채비빔밥을 먹어보았지만 이곳의 비빔밥은 정말 맛이 좋습니다.
선암사 구경을 시작합니다.
매표소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갖가지 산나물을 파시는 어머니들이 계십니다.
1,500원하는 티켓을 구입하고 안내도를 바라봅니다.
막상 가지 않고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 중의 아픈 역사가 적힌 부분에 눈길이 갑니다.
선암사 입구로 들어갑니다.
삼삼오오 걸어가는 사람들을 봐도 부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혼자서 차분하게 걸어가는 게 편하고 좋습니다.
길 옆 석등 앞에는 누군가의 소원을 담아 쌓은 돌탑이 보입니다.
조계산 등산로 안내판이 보입니다.
조금 일찍 왔더라면 하면 아쉬움이 큽니다.
이 곳 선암사에서 시작해 송광사로 이어지는 산행길이 좋겠습니다.
가을빛이 보입니다.
고승들의 사리를 모신 사리탑을 지나칩니다.
선암사를 에둘러서 4-5 곳 정도에 사리탑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좌우로 장승도 세워져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봅니다.
갈림길에서 어디로 갈지 잠시 생각합니다.
사진찍는 아저씨의 진지함이 느껴집니다.
왼쪽으로 가기로 합니다.
아니... 이런 '승선교'를 찍고 있었습니다.
가까이에 가서 승선교를 담습니다.
다리로 이루어진 반원과 물에 비친 반원이 만나면 큰 원이 된다고 합니다.
단, 사진에 멋지게 담을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선암사 안내 홈페이지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이 사진을 보면 상상이 됩니다.
사실 오늘의 '승선교'는 조선 숙종 때 축조한 원형 그대로는 아닙니다.
균열이 발생한 자연 암석을 들어내고 대대적인 수리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들어낸 석재들을 이 곳에 전시해 두었습니다.
어쨌든 오늘의 '승선교'는 보물 제 400호 입니다.
승선교를 건너 강선루로 향합니다.
'降仙樓' (강선루)
이름이 너무 멋집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삼거리에 연못이 보입니다.
삼인당 이라고 합니다.
삼인은 세 가지 불교 사상을 담은 말이며, 알 모양의 연못에 섬이 있는 독특한 형태라는 설명이 보입니다.
독특한 알 모양의 호수와 섬.
당시 기준으로 독특하다는 뜻일겁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절의 내부로 들어갑니다.
한 계단 한 계단 차분하게 오릅니다.
일부러 한 계단도 빠뜨리지 않고 올라가 일주문을 통과합니다.
일주문 바로 뒤에 범종루가 나타납니다.
다른 절에 비하면 조금 특이한 배치인 듯 합니다.
위 층에는 범종과 법고가 보이고 아래층에는 여러가지 기념품과 서적, 음반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3,000원에 파란색 스카프를 구입합니다.
조계산 등산을 위해 꼭 다시 오고 싶어서 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들리는 종소리가 정말 예쁩니다.
하나 사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여러번 만져보고 소리를 들었습니다.
범종루를 통과하면 오른편에 지금도 아침 저녁으로 울린다는 범종이 보입니다.
대웅전 앞 마당으로 들어섭니다.
스님들의 교육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는 심검당의 모습이 보입니다.
열려진 문 틈으로 안을 살펴보았습니다.
여느 시골의 살림집처럼 보였습니다.
지나쳐온 일주문과 범종루를 일직선으로 뻗은 위치에 대웅전이 무게 있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몇 차례나 소실되고 중건되길 반복하였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2개의 3층석탑(동탑, 서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인적 드문 경내를 이곳저곳 찬찬히 둘러봅니다.
되도록 구석구석까지 다 가보고 싶습니다.
수많은 전각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대웅전 바로 옆의 지장전을 지나서
뒷편으로 돌아 절의 맨 위까지 둘러보기로 합니다.
건물 틈으로 전각이 단정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전체를 시원하게 바라보는 것보다 틈 사이로 비치는 모습이 훨씬 운치 있습니다.
즐비한 전각들을 둘러보고 올라가니 출입이 금해진 곳(무우전?) 옆으로 안내표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선암매..!
이 곳의 매화를 이르는 말인듯..
언제 심어진지 헤아리기 어렵지만 이 매화꽃이 필 때면 매화를 보기 위해 선암사를 찾는 발걸음이 많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그닥 신경쓰지 않았던 매화꽃도 새삼 보고 싶어집니다.
뒷편 끝자락에는 선암사 중수비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선암사의 역사를 다시 읽어 봅니다.
뒤로 돌아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뒷간>입니다.
들어가 봅니다.
왼편으로 남성, 오른편으로 여성 화장실이 위치해 있습니다.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화장실이라는 안내말이 붙어 있습니다.
앉으면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칸막이들이 7-8개 나뉘어 있습니다.
나오는 길에 뒷간에 들어가는 스님과 마주칩니다.^^
역시 사용중인 화장실입니다!
정호승 시인의 '선암사'는 이 뒷간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좋은 시입니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정호승
뒷간의 바깥쪽은 이렇게 아랫쪽으로 길게 내려가 있습니다.
앞에서 보면 1층, 뒤에서 보면 2층...
이제 선암사 기행이 서서히 마무리되어 갑니다.
뒷간을 보고 내려오는 길, 편백나무 숲이 있다는 안내판이 보입니다.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편백나무 숲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한참을 걸어갑니다.
또 다른 부도탑이 보입니다.
야외학습장으로 통하는 길을 통과하면 편백나무 숲이 즐비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편백나무 숲 사이로 난 길이 길게 이어집니다.
정말 엄청난 편백나무 숲이 우거져 있습니다.
편백나무 숲 사이로 조계산이 보입니다.
정말 다시 와서 꼭 오르겠다고 다짐합니다.
이제 천천히 순천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올라올 때와 같이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걷습니다.
마침내 버스 정류장에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길.
보고 싶은 태림이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태림 조경>..
정말 대박날 이름입니다.
아마 큰 숲을 조경하겠다는 사장님의 거대한 계획이 들어있는 이름인 듯 합니다.
혼자서 버스에 앉아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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