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그리워

[삼남길 14코스]장성역에서 백양사역까지 21km

대지의 마음 2013. 3. 9. 08:36

 

1. 삼남길 14코스를 찾아 35분

 

올해 꼭 걷고자 마음 먹은 삼남길을 처음으로 만나기 위해 장성역으로 향합니다.

오래간만에 평일에 맞이하는 휴일입니다.

 

광주송정역에서 기차를 타고 장성역 앞에 내리니 10시 25분입니다.

장성역 앞 한쪽에 위치한 삼남길 14코스 지도를 찾습니다.

 

14코스는 '행복길'입니다.

 

 

벚꽃길은 4월이면 벚꽃비를 맞으면서 걸을 수 있다?

4월에 한 번 더 걸어야겠습니다.

 

삼남길은 개척하고 만드신 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길을 찾기가 영 쉽지가 않습니다.

얼마전에 걷다가 중단했던 나주 구간에서도 길을 알리는 이정표를 찾아서 걷는 게 힘이 들었습니다.

 

지도만 보고는 어디가 어디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습니다.

장성역에서 곧장 앞 방향으로 걸어 나가야 할텐데 별 다른 길 안내가 없어서 다시 돌아옵니다.

 

어차피 철길이 향하는 방향이 백양사 방향이니 우선 역 앞 길을 따라 왼쪽으로 올라가기로 합니다.

(여기서부터 약 30분 정도는 삼남길 14코스가 아닙니다.ㅜㅠ.)

 

 

 

장성선거관리위원회 앞을 지납니다.

500미터 이상 걸었는데도 어떤 길안내도 만나지 못합니다.

 

 

길이 나뉘는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철길 방향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황룡강일텐데...

이 길이 아닐거란 생각이 강하게 들지만 길을 수정하더라도 황룡강까지는 가기로 합니다.

 

 

길 건너에 나름 멋진 카페가 눈에 들어옵니다.

소박한 분위기가 풍겨 들어가서 앉아 보고픈 마음이 듭니다만 길을 헤매는 처지라..ㅜㅜ.

 

 

황룡강에 도착합니다.

안타깝게도 여기까지 걸어왔는데도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없습니다.

 

 

다리 위에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합니다.

삼남길 도보여행 카페에 접속을 하고 지도를 살펴봅니다.

지도에 삼남길 주변에 큰 건물로 '장성교육지원청'이 보입니다.

찾아보기로 마음 먹고 천변길을 따라 걷기 시작합니다.

 

길을 몰라 헤매는 상황에서도 천변길을 걸으니 마음이 평화롭습니다.

삼남길 14코스를 걷는 것이 오늘의 목표이지만,

진짜 걷는 목표는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걷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합니다.

 

 

성벽처럼 높게 조성된 호남고속도로가 보입니다.

오호 장성역 건너편에서 이 곳까지 직선으로 오면 될 일을 참 많이 헤매다 왔습니다.

 

 

 

드디어 '장성교육지원청'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반갑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2.58km를 걸었고 35분 동안을 방황했습니다.

 

 

편의점에서 막걸리를 한 병 사고 베낭을 다시 챙겨 삼남길 안내 리본을 찾아봅니다.

 

 

 

2. 벚꽃길을 따라 부흥리까지

 

 

드디어 교통표지판에 매달린 삼남길 안내 리본을 찾았습니다.

'반갑다! 친구야!!'

삼남길 안내 리본은 주로 교통표지판이나 전봇대에 매어 두었기 때문에 눈에 잘 안띄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된 자전거 상회입니다.

자전거 고치시는 아저씨의 손놀림이 아주 능숙합니다.

 

 

장성중학교를 앞을 지납니다.

역시 교통표지판에 리본이 달려 있습니다.

 

 

중요한 벽과 다리 등에 쓰이는 삼남길 길 안내 표지입니다.

아마 녹색은 서울방향, 붉은 색은 해남 땅끝 방향을 나타내는 모양입니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길이라 리본과 안내 표지를 만나는 반가움이 정말 큽니다.

길을 잃지 않았다는 확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무에도 예쁘게 매어 두었습니다.

 

장성에서 유명한 보해공장 앞을 지나갑니다.

이제 건강이 좋질 않아 소주는 마시지 않습니다.

 

 

 

 

아마 벚꽃길이 이쯤인 모양입니다.

4월에 다시 한번 오기로 합니다.

멀리 들판을 바라봅니다.

 

 

새 봄, 새로운 시작.

얼었던 땅을 갈아 엎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장성교를 지나갑니다.

백양사까지는 도로를 따라서 19km인 모양입니다.

 

 

장성교 건너편에 있을 리본을 찾아보지만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갈까 하는 찰나에 다리 위에 방향을 알려주는 표시가 보입니다.

 

 

방향을 알릴 경우에는 이렇게 화살표의 방향을 약간 돌려주는 모양입니다.ㅋㅋ..

 

 

아파트 앞을 지나 늘푸른 어린이집 방향 골목으로 길을 잡습니다.

 

 

좁다란 골목이지만 인적이 없고 차량도 보이질 않습니다.

옆에 줄지어있는 집들을 찬찬히 구경하면서 걸음을 옮깁니다.

 

 

다시 한번 호남고속도로와 교차합니다.

지하도를 따라 부흥리 방향으로 향합니다.

역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교량을 지나오자 하천변으로 툭 터진 들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제 그나마 있던 집들도, 자가용들도 모두 사라졌습니다.

하천과 들판, 그리고 다리 건너로 보이는 길을 빼곤...

 

저기 다리를 건너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잠시 쉬어 가기로 합니다.

 

 

 

다리를 건너서 길 옆에 베낭을 내리고 앉습니다.

막걸리를 내려놓고 컵에 따라 들이킵니다.

흘린 땀 때문인지 막걸리 맛이 기가 막힙니다.

막걸리는 많이 먹지 않기로 합니다.

 

 

 

 

3. 조그만 길이 평화로운 부흥리

 

막걸리 한 잔만 가볍게 마시고 조용히 들판을 쳐다보다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다른 곳보다 훨씬 조용해 음악을 듣기로 합니다.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옥상달빛'의 '가장 쉬운 이야기'부터 듣기로 합니다.

 

[옥상달빛_가장 쉬운 이야기]

 

상쾌한 기분으로 마을을 가로질러 걸어갑니다.

범죄없는 마을이니 더 안심하고 걷습니다.

 

 

길 안내 리본도 눈에 잘 들어옵니다.

 

 

그렇게 한참 부흥리 마을을 지나쳐 오자 집 사이로 난 조그만 길이 나타납니다.

이런 좁다란 길을 어떻게 찾아내서 개척했을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분이 정말 상쾌하고 좋습니다.

 

 

앞에 천천히 움직이는 트랙터가 눈에 보입니다.

옆의 조그만 개울물을 쳐다보면서 따라갑니다.

 

 

트랙터가 길가로 빗겨서자 나이지긋한 아저씨에게 길을 묻습니다.

'삼남길 찾아가는 길이냐?'며 친절히 설명해주십니다.

삼남길에 대해 아는 아저씨를 만나니 무척 반갑습니다.

 

 

아저씨의 설명대로 마을 뒷편으로 난 길을 따라 계속 올라갑니다.

 

 

한참을 올라가니 조금 가파른 능선을 따라 길이 계속됩니다.

 

 

 

군데군데 매어둔 리본을 찾으며 올라서자 이제 콘크리트길마저도 흙길로 바뀝니다.

훨씬 상쾌해졌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삼거리에 다다릅니다.

 

 

12시 51분입니다.

삼거리 어느쪽을 택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한참을 살펴보니 오른쪽 나무 옆으로 리본이 보입니다.

 

 

고생 끝에 찾았으니 저 나무 옆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합니다.

 

점심은 컵라면, 바나나와 오렌지 1개, 남은 막걸리.

일부러 가볍게 준비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조금 이른 저녁 식사를 먹어야겠습니다.

 

 

 

 

4. 부흥리에서 신흥리 급수탑까지

 

점심을 맛있게 먹고 산길을 따라 걷습니다.

나무가지에 매달린 이정표가 이젠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산등성이를 따라 난 길이 포근하고 아늑합니다.

인적 없는 길을 따라 음악을 들으며 발을 옮깁니다.

오후 1시 50분을 넘겼습니다.

 

 

툭 터진 길 옆으로 아래를 내려다 봅니다.

잘 정돈된 논밭 사이로 도로가 나 있습니다.

그 사이로 강이 흐릅니다.

멋진 풍경입니다.

 

 

 

몇 개의 산등성이를 돌고 넘어서 도로와 마주합니다.

왼편으로 길을 잡아야 신흥리로 향합니다.

 

 

 

바닥에 표시된 길 안내를 따라 도로 옆 길을 걸어 내려갑니다.

레미콘차량이 힘겹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바람이 한결 부드럽게 불어서 땀을 식힙니다.

 

 

 

내리막도로 끝에서 오른편으로 조금만 가면 신흥리 마을이 나옵니다.

호남선이 복선화되기 전엔 신흥리역이 있었습니다.

신흥리역엔 옛 증기기관차가 다닐 적 물을 급수하던 취수탑이 있는데...

 

 

옛 신흥리역 터에 도착합니다.

삼남길이 이 곳 신흥리역을 지나는 건 아마도 아주 오래전부터 사통팔달하던 곳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첨성대를 닮은 신흥리역 급수탑이 보입니다.

 

 

호남선엔 모두 3곳에 증기기관차 운행의 흔적을 보여주는 급수탑이 있습니다.

모두 100여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보물입니다.

 

호남선 연산역과 이제는 사라진 학교역에 있던 급수탑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곳 신흥리역의 급수탑은 이렇듯 방치되어 있습니다.

 

장성군에서 백방으로 노력해보았지만

토지 소유주의 반대로 문화재 지정이 되지 못했다니 안타깝습니다.

토지 소유주는 2배가 넘는 터무니없는 값을 불렀다고 하고, 급수탑을 가릴 정도로 높은 창고를 앞에 짓겠다고도 했다니..

쯧..!

 

지금은 쓰레기가 채워진 채 밭 사이로 폐기물과 함께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5. 성미산 숲길과 제방길을 따라 백양사역으로

 

급수탑 옆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성미산 방향으로 향합니다.

길 건너 집 나무에 묶어둔 리본이 보입니다.^^

 

 

성미산 등산로 안내 표지가 보입니다.

성미산 등산로는 이 곳 사람들도 자주 오르는 모양입니다.

 

 

 

성미산 등산로로 향하는 도로로 접어들었습니다.

조그만 세탁소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도 영업을 하는 곳이니 아마도 이 곳 동네분들의 옷을 모아서 주로 세탁하는 모양입니다.

 

 

마을을 빠져나가자 서서히 경사로가 드러납니다.

옆으로 논과 밭, 그리고 나무들이 질서정연하게 심어져 있습니다.

군데 군데 따뜻한 햇살 아래 일을 하시는 분들이 보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성미산 등산로로 접어듭니다.

삼남길은 성미산 등산로와 함께 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임도를 만나서 산을 접어 돌아 내려갑니다.

 

 

나무사이로 좁다랗게 난 길이 호젓하니 좋습니다.

나무뿌리채 넘어져 길을 막고 있는 나무들은 통행이 쉽도록 잘라 두었습니다.

 

 

조그만 언덕을 넘고 오르락내리락 산길을 걷습니다.

 

 

이곳 저곳 삼남길 안내 리본이 반겨줍니다.

밤나무가 어우러진 곳은 아직도 상하지 않은 밤송이들이 눈에 띕니다.

가을에는 풍성한 밤을 구경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제 임도와 만납니다.

나무의자에 앉아 막걸리 한 잔을 다시 들이킵니다.

일부러 남겨둔 바나나 조각을 입에 넣고 내리막길로 접어듭니다.

다리에 슬슬 통증이 오는 모양입니다.(백양사까지는 충분히 걸을 수 있겠지?)

 

 

 

 

내리막 임도 끝 부근엔 새로 지어진 건물이 두어채 눈에 들어옵니다.

황토로 지은 이 집은 펜션 용도가 아닌 일반 가정집인데 특이하게 지었습니다.

저렇게 지어도 좋구나 생각해봅니다.

 

 

성미산의 품을 벗어나 이제 마지막 제방을 따라 길게 늘어선 길에 들어섭니다.

 

 

 

인적도 차량도 없는 길을 걷다가 물길에 가로막힙니다.

저 위 도로는 올라갈 수 없게 되어 있으니 개울을 건너는 수 밖에 없습니다.

 

물길 건너편 나무에 삼남길 리본도 보입니다.

원래는 개울이 아닌데 바로 위쪽의 공사 때문에 물이 넘쳐서 만들어진 개울입니다.

 

 

 

조심 조심 젖지 않도록 건넜습니다.

하천 제방을 따라 이어진 길을 계속 걷습니다.

 

 

20km 정도를 걸어왔습니다.

서서히 다리에 통증도 깊어갑니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상쾌하고 편안합니다.

멀리 열차가 지나는 익숙한 철길도 보입니다.

KTX가 길게 누워 달리고 있습니다.

 

 

 

 

 

백양사역 옆에 위치한 백양 C.C 입니다.

이제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철길 아래 굴다리를 나와 백양사역 쪽으로 계속 올라갑니다.

6시간 정도를 걸어왔습니다.

다리와 허리가 아파오지만 참을만합니다.

 

 

마침내 백양사역에 도착합니다.

이 곳이 삼남길 전남구간 총 228km의 끝점입니다.

저 아래 땅끝전망대에서 여기까지 14개로 나누어진 길들이 이어져 여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경기도로 뻗어서 북으로 이어졌습니다.

 

 

길의 이름들도 의미가 깊습니다.

오늘은 14코스 행복길을 걸었지만 올해 모든 코스를 완주할 계획입니다.

 

22.60km

식사와 휴식을 포함해서 6시간 24분이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