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길 영암군 구간으로 갑니다.
비교적 짧은 거리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움직이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을 갈아타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직행버스를 타고 영암버스터미널에 도착해 택시를 이용해 천황사 입구에 내립니다.
안내판 뒤로 월출산 자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베낭을 고쳐매고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모자와 썬글라스를 쓰고 발걸음을 옮깁니다.
천황사 입구로 향하기 위해 좌회전합니다.
여러 사진들에서 자주 보았던 '월출산'이라고 멋지게 적힌 비석입니다.
뒷풍경과 정말 잘 어우러져 보입니다.
정말 멋집니다.
멋진 풍경을 보고난 후 길을 잃고 맙니다. ㅜㅜ.
이 구간(9구간)은 걷는 내내 이정표를 찾기 어려워서 고생을 합니다.
인터넷 검색까지 동원해서 주차장 뒷편에 자리한 제 길을 찾아냅니다.
지도에서 보이듯이 기찬묏길은 영암군에서 월출산 주변 둘레길로 조성한 길입니다.
삼남길은 이 기찬묏길과 한동안 함께 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삼남길 이정표는 몇 키로를 가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삼남길 이정표가 없어도 인터넷에서 알려준대로 기찬묏길과 같이 가겠거니 하고 마냥 걸어갑니다.
다리를 건너 숲으로 조성된 기찬묏길은 다른 산길보다 훨씬 넓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비록 월출산의 변두리 능선이겠지만 이 곳까지 포크레인이 들어와서 길을 넓히기 위해 한동안 작업을 했겠습니다.
그저 조그만 길이면 더 좋았을텐데 말입니다.ㅜㅜ.
그렇게 생각하고 걸으니 넓직한 길마다 괜스리 불평(?)이 나옵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아무도 만나지 못합니다.
삼거리에서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기찬랜드' 방향으로 가기로 합니다.
(걸어가는 내내 이 길이 맞을까 고민해야 했습니다.)
다행스럽게 삼남길 리본을 만납니다.
그 흔한 리본이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제서야 만나게 됩니다.
일단 제대로 걷고 있어서 안심입니다.
그렇게 잠깐을 내려가니 또 나무다리를 두고 길이 나뉘어집니다.(ㅠㅜ.)
우선 다리를 건너기 전에 오른쪽으로 한참을 내려가 봅니다.(지도에 나온대로 월출산 반대방향으로..)
한참을 걸어내려가도 아무런 표시도 만나지 못합니다.
다시 걸어서 나무다리로 돌아옵니다.
(돌아오는 내내 살짝 짜증이 나려고 하는 마음을 이것도 '즐거움'이라고 생각하고 안심시킵니다.^^)
이번에는 다리를 건너서 조금 가파른 계단을 올라섭니다.
그리고 한참을 걷다가 반가운(!) 삼남길 리본을 발견합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습니다.^^)
영암읍내 방향으로 툭터진 평야지로 내려섭니다.
물탱크 울타리 안쪽에 삼남길 이정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마 물탱크 보호를 위해 나중에 울타리를 친 모양입니다.
'삼남길'을 지자체에서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길도 아니라서 그런지
리본이나 안내 표지가 훼손되거나 없어져서 골탕먹기 쉽상입니다.
조금 색다른 삼남길 이정표를 만납니다.
나무로 만든 길안내 표지를 나무 허리에 밴드로 묶어두었습니다.
나무 의자를 만나 잠시 쉬기로 합니다.
3km를 걸어왔습니다.
훨씬 더워진 날씨에 길을 찾느라 헤매서인지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최근 몇 가지 고민 때문에 줄곧 신경이 쓰였는데 스멀스멀 그 생각이 머리에 맴돕니다.
'있는 것과 없는 것,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중간의 어딘가에서 위치한다는 것!
그런 애매모호한 처지가 연신 실수를 불러오는 모양입니다.
'더 신중하고 묵직해져야 합니다!'
'말을 아끼고 더 아껴야 합니다!'
'사소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평범하게 지금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선선한 바람에 땀이 식자 일어나 걷기 시작합니다.
헐~!, 단풍나무에 단풍이 들었습니다.(?!)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ㅋㅋ..)
복잡한 생각들이 간혹 고개를 들지만 그럴 때마다 먼산을 바라봅니다.
어디서 보아도 월출산은 멋진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걸어서 내려서니 보물로 지정된 '성풍사지 오층석탑'이 나타납니다.
주변 풀들의 초록과 어우러져 단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월출산을 뒷 배경으로 서 있는 석탑의 모습이라니...!
1009년에 세워졌으니 어림잡아도 천년을 넘겼습니다.
이제 영암읍내로 접어들기 시작합니다.
뒤로 돌아보니 월출산의 풍경과 어우러진 예스러운 멋진 집이 눈에 뜁니다.
저런 환상적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영암읍내의 이곳저곳을 천천히 살피면서 걸어갑니다.
사람 사는 곳이야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지역마다 다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멋진 고택이 보이지만 지금은 사람이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대문이 잠겨 있어서 내부를 살펴볼 수도 없습니다.
삼남길은 고택을 에돌아 좁다란 골목길로 이어집니다.
조그만 골목으로 집들이 좁게 맞닿아 있는 길을 걸을 때면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이 골목 어딘가에 아이들이 구슬놀이를 하면서 재잘재잘 거리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아마 어린 시절의 데자뷰가 아닐런지..^^
영암군청과 영암군의회 건물 앞을 지나칩니다.
영암군의회 의원으로 활동하시는 선배님과 점심을 함께할까 전화를 걸었지만 번호가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아쉽지만 예정에 없던 일이라 여기고 식사를 할 마땅한 장소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군청 앞에 자리한 식당 몇 곳은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어찌어찌 들어갔어도 혼자 앉아서 차분하게 식사하기엔 눈치보여서 편하지 않을 듯 합니다.
매일시장에도 식당은 보이질 않습니다.
시장 국밥집이면 정말 좋을텐데... 아쉽습니다.
결국 '김밥나라'에 자리하고 낙지덮밥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습니다.
영암에 왔으니 영암에서 유명하다는 갈낙탕을 한 그릇 먹었으면 좋았을텐데...ㅜㅜ.
점심을 먹고 나니 1시 20분입니다.
어쨌든 친절한 아주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배부르게 먹어서 좋습니다.
멀리서도 눈에 확 띠는 마을 안내(역리 3구)가 있습니다.
목판에 예쁜 색깔과 글씨로 꾸며 놓았습니다.
정말 정겨운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계실 듯 합니다.
바로 뒷편 마을회관 앞에는 어르신 서너분이 옹기종기 모여서 월출산 쪽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걸어온 만큼 성큼 뒤로 옮겨진 월출산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매일처럼 저 산을 바라보고 사시는 분들이 어찌 정겹지 않을 수 있을까요?
소박한 마을 안내표지와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았던 마을 앞편과 달리
마을 뒷편에서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입니다.
매일 아침 창문으로 월출산이 보이는 공기 좋은 곳이라고 광고할 듯 합니다.
아파트가 들어서자 원래 옆에 자리했던 조그만 집들이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그 위에서 포크레인이 바쁘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좁은 땅이라 집을 많이 지어야 한다면 조금만 낮게 지으면 어떨까?
에이, 부질없는... 속 모르는... 소리이겠지!!!(ㅜㅜ.)
아파트 공사 현장 뒤로는 언제 큰 길이 있었냐는 듯 좁다란 숲길로 연결됩니다.
이 길을 따라 마을과 마을이 연결됩니다.
왠일인지 리본이 군데군데 잘 보이더라니..
4개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을 찾지 못합니다.
왼쪽으로 몇 백미터... 앞으로 또 몇 미터..
마지막으로 오른쪽으로 향하자 리본이 나타납니다.(운도 더럽게 없게시리... 쯧~)
그리고선 막다른 논밭에 도착합니다.
어라, 이젠 아예 길이 사라졌네.ㅋㅋ..
논두렁을 따라 한바퀴 돌아보았지만 길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삼남길 리본도 없습니다.
길이 변했을까 멀찌감치 살펴보아도 가늠할 길이 없습니다.
다시 걸어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로 합니다.
마지막 리본을 발견했던 지점으로 말입니다.
리본이 달린 저 나무의 뒷편으로 쓰러진 나무가 보입니다.
설마 쓰러진 나무뒤로 수풀이 우거진 바로 저기가 삼남길일까?
조금만 걸어서 들어가보기로 합니다.
가시넝쿨의 방해를 받으며 걸어서 들어가니 군데군데 리본이 달려 있습니다.
지난 몇 개월간 사람의 통행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나무가 쓰러지고.. 또 잡목이 자라고.. 가시넝쿨이 우거져..
사라져버린 길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백여미터 헤치고 나아가니 정갈하게 꾸며진 묘지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삼남길 안내표지가 보입니다.
안내표지 위로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의 흔적이 적혀 있습니다.
'삼남길이여 영원하라' 아마도 첫 개척자의 소망이 아닐런지..
그렇게 숲길을 걸어 나오니 큰 길과 마주합니다.
꽃으로 예쁘게 단장된 곳은 '영암군 비위생매립장'입니다.
생활폐기물을 매립한 곳인데 위로는 예쁜 꽃들로 가꾸어져 있습니다.
매립장을 건넌 삼남길은 천변을 따라 포장된 길로 이어집니다.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천변 다리 앞에서 좌회전합니다.
쏜살같이 지나치는 도로 옆에서 월출산을 쳐다봅니다.
언젠가 차를 타고 지나간 적이 있는 길입니다.
다리를 건너 쌩쌩 달리는 차로 옆을 걸어 마을로 들어서 덕진면사무소 앞까지 계속 걸어갑니다.
덕진면사무소 앞 육교로 삼남길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육교 위에선 한창 보수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혼자 가방 메고 걸어가는 외지인을 빤히 쳐다봅니다.^^
육교를 건너 덕진우체국 길로 접어들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다가옵니다.
그 중 몇 친구들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옵니다.
아이들에겐 어느 누구에게도 특별한 선입견을 갖지 않고 바라보는 능력이 있습니다.
오히려 깜짝 놀란 내가 얼떨결에 인사를 건넵니다.
'엉...., 안녕....'
그리고 더 큰 소리로..
'그래 안녕 친구들, 학교 끝났니?'
'네!' 하고 이빠진 입을 벌리고 아이들이 웃습니다. ㅋㅋㅋ...
아이들 때문에 기분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넓게 포장된.. 하지만 차는 없는 길을 가운데로 활보하며 걸어갑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이젠 아예 백미터 넘는 구간을 중장비들이 장악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이구!"
천천히 공사장 옆으로 다가서서 살펴보아도 삼남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쩐다....?
GPS 수신기를 살펴보니 10Km 정도를 걸어왔으니 아마도 목적지인 선암마을까지 대략 3Km 남았습니다.
저 멀리 전봇대에 매달린 리본이 바람에 흔들리지는 않을까 한참을 두리번거립니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결국 전화기를 꺼내 네비게이션 어플을 켜고 '선암마을'을 입력시켜 봅니다.
목적지까지 대략 2.4km.
삼남길은 차가 많은 도로를 피해 대략 3km.
달리 길을 찾을 수도 없으니 네비게이션을 따라 '선암마을'까지 가기로 합니다.
아마도 저 앞 산 아래 마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나마 옆에 보이는 초록색의 보리밭이 기분을 한결 낫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것도 삼남길이야!' 라고 생각합니다.
거듭 생각해보아도 '이것도 삼남길입니다!'
청계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었다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대로 오른쪽 방향으로 걸어 올라갑니다.
그리고 선암마을을 알리는 비석 앞에 섭니다.
선암마을 입구 4거리에 삼남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리본이 달린 방향을 살펴보니 아마 공사 현장을 바로 건너서 길이 이어진 모양입니다.
뒤로 돌아 멀찌감치 보이는 월출산을 봅니다.
걸어온 만큼 멀어져 보입니다.
GPS 를 살펴보니 12.8km를 걸어왔습니다.
중간에 헤맨 거리를 보태고 공사 현장 때문에 가까운 거리로 걸은 거리를 감안하니
원래 예정이었던 삼남길 13km와 대체로 비슷하게 걸었습니다.
아침에 천황사 입구까지 이용했던 택시 기사 아저씨에게 전화로 호출하고
신발을 벗고 길 옆에 앉아 휴식을 취합니다.
햇볕은 따갑지만 바람은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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