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그리워

[삼남길 10코스]영암 선암마을에서 나주 세지 동창사거리까지(18km)

대지의 마음 2013. 5. 14. 17:17

 

삼남길 10코스 사색의 길을 다녀옵니다.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섭니다.

 

영암 선암마을에서 백룡산 임도길을 따라 한적한 공기를 호흡하며 걷습니다.

임도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 들판길을 가로지르고

개울을 건너면 아름다운 마을을 거쳐

성덕산을 오릅니다.

 

성덕산에서 바라본 나주 평야의 모습이 시원했습니다.

성덕산 정상 나무 정자에 앉아 한참을 바라보다

동창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니 어느덧 동창사거리에 도착합니다.

 

한적한 임도길과 아름다운 마을들,

들판과 산을 건너고 넘는 10코스는

18km나 되지만 지루하지 않은 길입니다.

 

전에 걸었던 몇 개의 코스보다

훨씬 애착이 가는 구간입니다.

 

 

 

 


 

1. 선암마을을 가로질러 백룡산 임도길을 오르다.

 

 

 

챙겨온 짐을 간단히 정리해 선암마을 입구에서 출발합니다.

7시 30분입니다.

 

 

 

적당한 장소마다 이정표를 발견하고 수월하게 진행합니다.

아침 공기가 맑습니다.

몇 해 전 호주 동생네 집에서 느꼈던 아침 공기가 기억납니다.

 

 

 

한참이나 외부인에게 짖어대던 개가 어느새 조용하여 뒤를 돌아봅니다.

왠걸 꼬리를 흔들며 쫓아오고 있습니다.

발을 구르며 돌려 보냅니다.

 

가로지르는 마을마다 개 짖는 소리가 환영해 줍니다.^^

 

 

 

새소리가 깨끗하게 들려오는 아침입니다.

기분도 덩달아 상쾌하고 좋습니다.

 

 

 

 


 

2. 임도길을 따라 백룡산 나무 쉼터까지

 

 

 

두릅나무에 묶어둔 삼남길 리본이 선명합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아침 호수가 맑습니다.

 

 

 

 

화살표를 따라 신북면 장산리 방향으로 길을 잡습니다.

콘크리트 임도가 끝나고 흙길이 시작됩니다.

 

 

 

한참을 걸으니 월출산 방향으로 탁 트입니다.

실제 모습은 사진보다 멋집니다.^^

 

 

 

삼남길은 백룡산을 오르지는 않습니다.

 

 

 

 

 

콘크리트와 흙길을 번가르며 조성된 임도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여기저기 물을 가두어둔 사방댐이 보입니다.

한적한 길을 따라 새소리를 들으며 걷습니다.

'사색의 길'이라 이름 붙인 이유가 분명합니다.

차분하게 걸으며 '사색'하기에 정말 좋은 구간입니다.^^

 

저는 우습게도 철도공사가 강제하는 '사이버 교육'이란 놈에 대해서 생각했드랬습니다.

그리고, KTX 민영화가 '경쟁'이라는 주장에 대해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리해보았습니다.

또, 선의의 '경쟁'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가능할까 고민했드랬습니다.

 

쳇, 웃깁니다. ㅋㅋ.. ㅎㅎ..

 

 

 

어느새 쉼터에 도착합니다.

 

 

 

쉼터에 가방을 내리고 쉬기로 합니다.

이 쉼터 위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면 정말 좋겠다!

시원한 공기에 전망도 죽이고... 물도 가까운 곳에 바로 있으니...!

 

 

 

앞쪽으로 약수터가 보입니다.... 만...

(솔직히 먹어도 되는지 확실하지 않아 깨끗하게 세수만 합니다.ㅜㅠ.)

 

물을 충분히 마시고 멋진 전망을 바라보다 다시 걷기로 합니다.

 


 

3. 임도 따라 운동마을회관까지

 

 

이제 차분한 노래 몇 곡을 들으며 걷기로 합니다.

 

악동뮤지션의 '외국인의 고백'

이상은의 '삶은 여행'

정태춘의 '저녁 숲 고래여'

손병휘의 '불혹'

 

그리고, .....

 

 

 

나무와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노래는 '개인'과 '당대'를 반영합니다.

저는 거기에 한 가지 더 향유자의 '추억'을 덧붙입니다.

 

이상은의 '삶은 여행'을 들으면 세상을 떠난 춘희를 떠올립니다.

춘희를 보내고 모여 앉은 술자리에서 누군가 불렀던 '삶은 여행'은

그 전에 들었던 모든 정서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새로운 추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손병휘의 '불혹'은 교과서에서 외우던 '불혹=40'이라는 피상적인 느낌에서

노래 가사를 통해 내 삶도 이제 40이 넘었음을 절실히 느끼고 깊이 새겨 듣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불혹'의 노래말은 이렇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영감을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랑을

가장 마지막까지 무대를 지킬 수 있는 열정을

가장 마지막 무대에도 처음처럼 설렐 수 있기를

 

나의 왼 손가락 끝의 군살이 여전하기를

나의 오른 손톱의 끝이 무디어지지 않기를

 

가장 마지막 순간에도 아니다 외칠 수 있기를

가장 마지막 순간에도 그렇다 말할 수 있기를

 

나의 심장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당신이 영원하기를

나의 떨리는 두 손으로 너의 얼굴을 만질 수 있기를

 

가장 멀리 있는 이들을 품을 수 있는 가슴을

가장 곁에 있는 이에게 양식이 될 수 있기를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송전철탑 아래에 도착합니다.

 

철탑을 올려다 봅니다.

 

저 중간 어딘가에 사람이 몇 백일을 견디며 지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나라 그 어떤 지상파 뉴스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늘 위에서 몇 백일을 견디며 살아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람이 몇 십일을 굶어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언가 항의해 목숨을 끊어도 싫으면 그만두라고 훈계를 합니다.

 

그냥 웃습니다.(ㅜㅠ)

 

 

 

 

아카시아 꽃이 활짝 핀 길을 계속 걸어갑니다.

 

 

 

  

 

문씨 집안의 고택을 끼고 임도의 마지막 내리막을 걷습니다.

온통 감나무밭으로 둘러싸인 밭에서 부부가 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계십니다.

멀리 저수지의 물빛이 아름답습니다.

 

 

 

선암마을에서 9km 넘게 걸어서 운동마을회관에 도착합니다.

임도길이 모두 끝나고 이제 들판길로 이어집니다.

 

 

정자에 앉아 물을 마시며 한참을 쉽니다.

 

시간은 9시 55분입니다.

 

 

 

 


 

4. 들판을 걸어 덕산마을까지

 

음악을 끄고 이어폰도 주머니에 넣어둡니다.

멀리서 논에서 일하는 농기계 소리를 듣습니다.

들판을 가로지르는 차의 소음도 들립니다.

햇볕은 조금 따갑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 괜찮습니다.

 

 

 

250년!

역사 앞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1700년대 중반부터 자리한 왕버드나무 옆으로도 몇 그루의 고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모내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른 논들에 비하면 조금 빠른 편입니다.

 

 

 

 

천변을 따라 걷다 양와교를 건너 정산서원 방향으로 접어듭니다.

이곳이 아직도 영암일까? 나주일까? 궁금합니다.

 

 

풍수지리를 연구하는 정산서원은 어떤 모양일까?

하지만, 아쉽게도 삼남길은 나무정자를 만나 왼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인적 없는 마을을 거쳐 대나무 길을 통과해 마을 뒷편으로 향합니다.

대나무 숲을 가르는 바람의 소리가 들립니다.

우웅~ 우웅~

 

 

 

이곳에서 잠깐 동안 길을 잃습니다.

아마도 밭으로 이어지는 길을 콘크리트로 새로 포장하면서 이정표가 사라진 모양입니다.

 

 

 

어림짐작으로 예상되는 방향쪽으로 걸어봅니다.

예상한대로 백여미터 앞에서 전봇대에 매달린 리본을 발견합니다.

 

 

저 길을 따라 왔어야 했습니다. ㅜㅠ.

 

 

 

 

낮은 다리를 건너 덕산마을로 들어섭니다.

오래된 성산정미소를 지나치자 '덕산재'라는 곳이 보입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내부를 살펴보니 깔끔하게 정돈된 집의 일부가 보입니다.

왼편이 서재로 사용하는 건물로 추측됩니다.(아마도...^^)

어느 분의 댁인지 정말 부럽습니다.

 

 

덕산마을회관과 그 옆 쉼터를 지나자 보건진료소 간판이 보입니다.

이제 성덕산을 오를 차례입니다.

 

11시 06분이니 점심은 동창사거리 어느 식당에서 먹으면 될 듯 합니다.

 

 

 

 


 

5. 성덕산 넘어 동창사거리까지

 

 

 

보건진료소 바로 옆 골목에서 성덕산 등산로길이 시작됩니다.

밭을 가로질러 잠깐만 걸어가면 바로 산길로 접어듭니다.

 

 

 

초반에는 비교적 경사가 심합니다.

14km 넘게 걸어온터라 발걸음마다 땀방울이 떨어집니다.

 

한번도 쉬지 않고 정상에 오르려 마음먹었지만

중간에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 때문에 잠시 쉽니다.

 

 

 

 

드디어 성덕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그리 높지 않은 정상이지만 땀을 흠뻑 흘리며 올라왔습니다.

흐르는 땀이 상쾌하게 느껴집니다.

 

 

 

멀리 나주평야를 내려다 봅니다.

바로 아래 방금 지나쳐온 덕산마을도 보입니다.

 

멋진 풍경입니다!

 

 

 

마지막 3km만 내려서면 목적지인 동창사거리에 도착합니다.

 

 

 

 

 

 

세지초등학교 옆 세지중학교가 소란스럽습니다.

무슨 행사인지 방송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옵니다.

 

 

 

가까이 가보니 두 팀으로 나뉘어 발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푸른 잔디밭 위에서 환호하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너무도 활기 있습니다.

학교 운동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50여명 남짓입니다.

 

 

 

세지파출소 앞을 거쳐 사거리를 지나치자 이미 와본적이 있는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세지중학교에서 목적지까지 걸어오는 길엔 좌우를 꼼꼼하게 살피면서 두리번거립니다.

 

중국집 한 곳이 보입니다.

내장탕이라고 큼직하게 써 붙힌 식당도 보입니다.

건너편엔 추어탕이라고 적힌 곳도 있습니다.

 

배가 고프니 식당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GPS를 살펴봅니다.

휴식시간을 포함해 4시간 50분,

17.4km를 걸어왔습니다.

 

다리 통증도 덜하고 즐겁게 걸어왔습니다.

 

아까 봐두었던 추어탕집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