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그리워

[삼남길 7코스]강진 영랑생가에서 달마지 마을회관까지(14.2km)

대지의 마음 2013. 5. 22. 06:30

 

6시 35분 버스를 기다립니다.

목적지는 강진버스터미널입니다.

 

 

 

 

강진버스터미널에 7시 45분경에 하차합니다.

(직통버스로 광주~강진 약 1시 10분 소요)

 

아침 식사를 위해 터미널 주변을 돌아봅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백반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덕분에 아침 식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전 8시 15분.

이제 삼남길 7코스가 시작하는 영랑생가를 찾아 나섭니다.

미리 검색해보았지만 방향을 알 수 없어 네비게이션 어플을 이용합니다.

 

 

 

 

14.2km, 4시간 정도면 충분할 듯 합니다.

베낭을 내려두고 간단한 몸풀기 운동을 해봅니다.

아침 출근길에 나서는 자가용들이 신기한 듯 外地人을 쳐다보고 갑니다.^^

 

 

 

 

 

<영랑생가>와 그 옆에 위치한 <시문학파 기념관>을 둘러보고 싶지만 개관 시간이 아닙니다.

 

<영랑생가>는 시인 영랑 김윤식의 생가를,

<시문학파 기념관>은 영랑과 함께 '시문학'이라는 시전문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용아 박용철, 정지용, 정인보, 변영로, 신석정 등

1930년대 순수시 운동을 주도했던 시인들을 기념하기 위한 곳입니다.

 

용아 박용철의 <용아생가>는 광주 광산구에 있습니다.

 

6코스를 걷고난 후라면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 다음 기회에 천천히 관람하고

시문학파의 詩도 차분하게 살펴보아야겠습니다.

 

 

 

 

 

개관하지 않은 <영랑생가>와 <시문학파 기념관> 사잇길로 보은산으로 걸어갑니다.

영랑생가의 담장을 가득 채운 담쟁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며칠 전부터 도종환의 시 '담쟁이'에 백자가 곡을 붙이고 부른 노래 '담쟁이'를 계속 듣고 있습니다.

담쟁이 사진을 구해서 포스팅하고 싶던 차에 이 곳 삼남길에서 만나니 반갑습니다.^^

 

백자의 매력이 뿜어져 나오는 노래입니다!!!

 

 

 

뒷편 대나무 사이로 영랑생가의 모습이 보입니다.

 

 

 

 

영랑생가를 뒷편으로 돌아서 보은산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삼남길 7코스는 다산 정약용의 남도유배길과 함께 갑니다.

삼남길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다면 남도유배길 이정표를 따라 가면 됩니다.

 

 

 

 

본격적으로 보은산 산행이 시작됩니다.

멋진 계단이 계속 이어집니다.

 

 

 

 

 

한참 동안을 계단을 밟고 올라서서야 평지가 나타납니다.

첫 출발부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습기진 날씨탓에 흠뻑 땀이 흘러나옵니다.

상쾌하고 좋습니다.

 

 

 

 

평지에 올라서자 길은 넓고 편하게 펼쳐집니다.

강진읍내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없이 좋은 휴식 공간입니다.

 

 

 

 

 

보은산 우두봉까지 2km, 약수터까지는 900m가 남았습니다.

강진읍을 보듬고 있는 산이 보은산이고 우두봉은 소머리를 닮은 봉우리 형상을 따져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침 운동 나온 사람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마주오는 사람들도 반가운 인사를 건네옵니다.(광주 인근과 영암구간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쩝!)

 

남녘으로 갈수록 外地人을 반겨주는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광주보다는 영암구간이, 영암보다는 강진구간이 훨씬 경계심(?)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전해져옵니다.^^

 

 

 

 

 

길 옆에 자리한 멋진 돌탑을 만납니다.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이 있는 돌탑이지만 실물을 보니 입이 쩍 벌어집니다!

돌멩이 하나하나가 쓸모없는 면이 없도록 서로를 의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약수터까지 200m 가 남았습니다.

갈림길에서 고성사(800m) 방향을 택합니다.

 

 

 

 

이어진 나무 숲길을 따라 가보니 넓직한 곳이 나타납니다.

운동기구가 준비되어 있고 바로 곁에 약수터가 함께 있습니다.

 

아까 앞질러 걸어갔던 분들을 다시 만납니다.

강진읍내에서 많은 분들이 이 곳 약수터까지 아침 운동을 나오시는 모양입니다.

 

 

 

 

운동기구 사이사이에 詩가 적힌 목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천천히 읽어봅니다.

 

 

 

우두봉을 친구하며 놀고 있는 유년의 시인이 떠오릅니다.

녹슬은 기차 바위도 보고 싶어집니다.

 

영랑의 詩도 보입니다.

 

 

 

 

약수터에서 약수를 받아 마십니다.

물맛이 괜찮습니다.

 

 

 

 

약수터를 지나자 인적이 없습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길을 따라 혼자서 걸어갑니다.

 

 

 

 

 

포장도로를 만나 우측 고성사 방향으로 오릅니다.

 

 

 

 

 

얼마되지 않아 고성사가 보입니다.(200m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걸어둔 화려한 연등이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고성사 주차장 한 켠에 삼남길 리본이 보입니다.

조그만 돌계단으로 올라 본격적으로 산 속 숲길로 접어듭니다.

 

여태까지는 비교적 넓은 숲길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혼자서만 걸어갈 수 있는 정도의 좁다란 숲길이 펼쳐집니다.

 

 

 

 

 

 

 

 

숲길은 좁게 나무 사이를 비집고 이어집니다.

어제 내린 비를 머금은 수풀 때문에 바지 자락이 젖기 시작합니다.

햇살은 보이지 않고 숲의 푸른 빛이 눈의 피곤을 덜어줍니다.

간혹 거미줄이 얼굴에 와 닿지만 걷는 즐거움을 빼앗지 못합니다.

 

 

 

 

그렇게 솔치고개로 향하는 삼거리에 오릅니다.

이제부터는 약한 내리막이 시작합니다.

중간에 갈림길이 몇 군데 있지만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시 금당마을 방향 이정표를 확인하고 마을 방향을 바라봅니다.

멀리 초록빛의 숲 앞으로 마을이 보이고

마을 사이로 조금씩 물이 들어차기 시작한 논이 보입니다.

 

 

 

 

 

편백나무 빼곡한 숲길을 마지막으로 숲길과 헤어집니다.

이제 포장도로를 가로지르면 강진읍을 벗어나 성전면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솔치고개는 아마 이 곳이 아닐런지...?

 

 

 

 

도로를 건너 성전면 경계에 섭니다.

금당마을과 백련지 방향으로 걷기 전에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합니다.

 

 

 

 

 

2km쯤 내려오자 인적 없는 고택을 만납니다.

대문을 보고서는 누군가를 기리는 사당이 아닐까 싶었지만

뒤로 돌아서 안집을 살피자 이제는 사람이 살지 않는 살림집으로 보였습니다.(아님 펜션?)

사람은 살지 않지만 누군가 공을 들여 관리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드디어 산에서 보았던 마을 어디쯤에 내려왔습니다.

 

 

 

 

물이 가득한 저수지를 왼편으로 돌아 조그만 언덕을 넘어 마을로 길은 이어집니다.

 

 

 

 

 

금당마을 초입은 산과 가까이에 자리한 누군가의 집 안마당을 통과합니다.^^

담벼락이 없는 집이라 어느 경계가 길인지 마당인지 분간이 어렵습니다.

마당 한 곳에 방금 빨아서 걸어둔 빨래들이 보입니다.

 

 

 

 

 

 

 

그렇게 금당마을을 통과하니...

넓은 주차장 앞으로 연못이 보입니다.

 

<금당백련지> 입니다.

두 개의 섬과 중앙에 자리한 정자.

사진보다 훨씬 운치 있고 멋드러진 풍경입니다.

연못 주변의 고목들도...

 

 

 

 

 

 

 

금당마을 앞 논은 모내기 준비에 한창입니다.

시간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광주 광산구보다는 영암이, 영암보다는 강진이 모내기철이 빠르게 느껴집니다.

물론 보리 농사를 짓는 논이야 조금 더 두고봐야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남쪽이 빠른 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1주일쯤 전에 걸었던 영암의 들녘 풍경과 비교해보니 확연히 다르게 보입니다.

지역마다 다른 풍경 차이가 신기하게 다가옵니다.^^

 

 

 

 

 

 

 

 

금당마을 앞 논길을 벗어나 강진자동차운전학원을 돌아서 들판길은 계속됩니다.

오른쪽 도로에서 고속으로 달리는 차의 소음이 연신 들려옵니다.

 

 

 

 

11시 3분입니다.

챙겨온 사과를 씻지 않고 껍질채 한 입 물었습니다.

투박하게 생겼지만 단맛이 갈증을 사라지게 합니다.

 

사과는 껍질채 먹어야 좋다고 합니다. ㅋㅋ..

 

 

 

 

 

 

광주, 성전과 병영, 작천 방향이 갈리는 낭동교차로입니다.

조금 더 걸으니 성전과 강진 IC가 나뉘는 성전아랫삼거리입니다.

 

목적지를 알리는 도로표지판을 보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래된 정미소를 개조한 카페 <가을걷이>입니다.

원색 느낌의 색깔이 옛스러운 양철 지붕과 잘 어울립니다.

원래의 정미소 느낌이 남겨져 있어서 따뜻한 느낌을 받습니다.

 

여러가지 점심 메뉴와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참새가 방앗간 지나가듯' 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갑니다.^^

 

 

 

 

 

어릴적 살았던 시골 풍경 같은 거리에 들어섭니다.

혹시 <성전 5일장> 이라면 여기를 말하는 것은 아닐런지... 

확실히는 알 수 없으나 군데 군데 철물점과 음식점이 자리하고 있어서 맞을 듯 합니다.

 

유년 시절 보았던 시골 장터에 다시 온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아무리 현대적인 건물로 바꾼다 해도 '느낌'마저도 바꿀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성전면의 개천을 따라 걸으며 멀리 월출산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월출산 이쪽과 저쪽으로 걸으며 수 많은 논밭과 마을을 만났습니다.

저 웅장한 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의지하고 삶을 이어가는지 생각합니다.

 

이어질 8코스는 월출산에 한걸음 더 성큼 걸어 들어갈 것입니다.

 

 

 

 

 

 

 

성전면 보건지소와 면사무소를 지나쳐갑니다.

성전중고등학교 정문을 지나 뒷편 언덕으로 오르자 터널 2곳을 통과합니다.

 

고속도로 밑을 통과합니다.

 

 

 

이번엔 국도 밑을 통과합니다.

 

 

 

 

사람은 도로 위의 차량에게 主人 자리를 양보하고 아래로 아래로 숨겨진 길을 찾아다니는 형상입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오바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목포와 광양간에는 국도가 있고, 최근엔 고속도로도 새로 건설했습니다.

전남 서부와 동부를 잇고 영남권으로 연결될 철길은

아주 오래전에 건설할 계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정률이 1% 도 되지 못합니다.

 

여전히 중장기 철도 건설 계획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언젠가(?)는 건설되겠지요. 쯧~~!

얼마 전에 지자체에서 조기 건설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철도 투자에 비하면 도로 투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누구나 자가용을 가지고 있는 시대에 편리하게 운전할 수 있는 도로가 많아지는 것이

일면 세금내는 국민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도로에 대한 투자도 적절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중복되고 급하지 않은 투자는 없는지 꼼꼼해져야 합니다.

 

또, 생활 깊숙이 깊은 영향을 주고 있는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개인에게 맡겨서는 해결할 수 없는 국민(인류) 공통의 과제입니다.

지금 내가 불편한 건 참을 수 없지만 지구 전체의 생존적 위협은 쉽게 자각되지 않는 법입니다.

도덕군자와 같은 아량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는 그런 고민을 해야하는 '기구'입니다.

개인이 그저 그런 신념 정도로 '환경' 문제를 바라본다면 '국가'는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도로에 대한 투자를 전부 없애자는 건 아닙니다.

철도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로에 대한 중복된 투자는 없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온 나라에 콘크리트 도로를 만들어서야 되겠습니까?

 

 

 

더 생각해보자면...

자전거도로 만드는 것을 보면 어떤 정책의 배경이 되는 철학적 통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자전거 사용을 촉진시키기 위한 목적이 무엇인지 곰곰히 따져볼 일입니다.

 

4대강에 건설된 자전거도로를 무작정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만

'가까운 곳은 자가용 타고 먼거리는 짐싸서 자전거 타고 가야'하는 게 4대강 자전거도로 건설 목적의 전부여서는 안됩니다.

 

집 밖에 나서면 하루가 다르게 만들어지는 자전거도로는

왜 자가용 다니는 도로를 줄이고 들어서지 않고 보행자들의 보행로를 축소시키면서 늘어만 가고 있는지

정책 수단을 사용해 충족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토건 자본 돈벌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다른 예는 많습니다.

 

국가의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가격을 어떻게 유지시킬 것인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주거권 확보'에 있습니다.

국가의 경제 정책은 '재벌들의 돈벌이'가 아니라 '국민의 경제적 생활을 가꾸고 돌보는 것'입니다.

...

 

 

입이 아픕니다!

 

이런 말들을 나누다 보면 '근본주의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곤 합니다.

 

그런가?

운전면허를 자발적(?)으로 취소시켜버린 정도라면 그럴 수도 있겠고... ㅎㅎ..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숲길이 좋습니다.

비록 나무 빼곡한 숲에 콘크리트를 발라 놓아도 말입니다.

 

 

 

 

7코스 목적지인 달마지마을이 보입니다.

뒤에 보이는 월출산 자락도 그림 같습니다.

물을 채운 논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진동합니다.

 

 

 

 

 

 

 

수많은 회사와 지자체들이 이 곳 달마지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습니다.

청자체험관에선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기저기 주변을 둘러보니 단체 방문 손님들에게 특별한 체험 행사가 진행되는 모양입니다.

 

 

 

 

 

 

놀이 마당의 호랑이들이 귀엽습니다.

미끄럼틀도 그네 옆에 놀고 있는 아기 호랑이들도 말입니다.

 

특히 다리 올리고 누워 있는 골 때리는 아기 호랑이는...  ㅋㅋㅋ...

 

한참을 웃었습니다!

 

 

 

 

성전터미널에 들러서 광주행 버스 시간표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원래 거리보다 조금 더 걸었습니다.

 

휴식한 시간을 포함해 4시간 14분 동안 15.24km를 걸어왔습니다.

 

 

12시 40분입니다.

성전터미널 부근에 가서 점심 식사를 먹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