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쪽) 무엇보다 자동차는 공존의 문화를 파괴한다. 자동차가 발달한 미국에서처럼 공공성이 공산주의처럼 죄악시되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공공의 교통수단인 철도는 이미 천덕꾸러기로 전락한지 오래다. ... 거기에다 서민들이 이용하는 그레이하운드 버스조차 수지를 맞추기 위해 노선을 대폭 감축하여, 승객이 적은 마을들은 고립되고 있다. 미국에는 보도조차 사라지고 있다. 오로지 자동차가 없으면 살 수 없는 나라로 완성됐다. ... 버스나 기차에 올라탔을 때 승객들이 공유하는 연대감이나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함께 하면서 형성되는 동지의식 같은 것들 대신 자동차는 개인적 안락함만을 추구한다. 자동차를 타고 교외로 탈출하면서 미국인들은 광활한 미국 국토를 남용하고 있다.
-(107쪽) 자전거는 속도가 느리니 경치가 더 오래 눈에 머물 것 같은데, 내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무엇을 봤는지, 특별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눈을 뜨고 있었지만 안 보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의 진한 느낌이 있다. 자전거는 보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여행이다. 넓고 긴 연속성에 잠수하는 경험이지, 단편적인 장면들을 모은 것이 아니다.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지 않으면 객체를 인식해낼 수 없다. 아주 어렸을 때의 일을 기억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자신과 세계가 미분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여행은 의식적으로 그 구분을 허물고 미분화된 상태로 들어가는 행위다. 나는 그 경치의 일부가 된다. 심해에서 수영하는 것과 똑같다. 해변으로 돌아오면 무엇을 봤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물과 나는 분리할 수 없는 바다의 일부였던 것이다.
-(279쪽) 천천히 달리는 것은 빨리 달리는 것 못지 않게 힘들다. 일단 안장에 올라타면 계속 달리고 싶어진다. 그는 천천히 달리기 위한 마인드컨트롤 삼아 내리막길로 질주하는 도중에 자전거를 세워서 풍경사진 찍는 연습을 한다고 한다. 내리막길을 전속력으로 내려가줘야 관성의 힘을 이용해 오르막을 쉽게 올라가는데, 그는 역학을 뿌리치면서까지 천천히 가고 있는 것.
'나래치는 펭귄' 카테고리의 다른 글
K-POP 세계를 홀리다(을유문화사) (0) | 2014.10.03 |
---|---|
복지국가 스웨덴(신필균 지음_후마니타스) (0) | 2014.10.02 |
문화로 먹고살기(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0) | 2014.10.01 |
노동시간 줄이고 농촌을 살려라_변산농부 윤구병과의 대화(알마) (0) | 2014.10.01 |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 유럽편(파토 지음) (0) | 2014.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