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의 나판수가 선물해준 책. 노동시간을 줄이고 농촌을 살려라 라는 제목이 전체 내용을 대표하진 않는다. 변산농부 윤규병을 손석춘씨가 인터뷰한 책으로 윤구병이 살아오면서 느낀 다방면의 생각을 들어보는 책이고, 그 일부가(아니 중요한 주장 중 한가지가) 세상이 제대로 설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게으르게 살고) 농촌을 살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자본주의의 삶이란 무언가 사회에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것들을 생산하면서 삶을 영위하는 딜레마가 있지 않은가?)
윤구병 교수의 근본주의적인 주장은 아마 대부분의 정치계, 학계에서 외면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을 귀담아 듣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삶'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할까? 이미 작년과 다른 올해, 아니 해마다 변해가는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들을 보면서도 말이다. 어쩌면 사상도 정치도 투쟁도 보이지 않는 한계(벽)를 넘어서는 파격이 필요하고 이것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리라. 사회변혁을 꿈꾸는 모든 이가 그의 문제제기에 주의깊게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물론 노동운동을 하는 간부들도...)
*마지막에 책을 덮으려는데 특별한 느낌을 주는 구절이 있어 옮겨 놓는다.
-서울 합정동과 서교동 사이 길에 자리한 '문턱 없는 밥집'은 '서울 사람들에게 변산공동체에서 만든 유기농산물을 먹이고 싶어' 문을 열었다. 특히 점심에는 유기농산물 비빔밥을 먹고 싶은대로 먹고, 밥값도 내고 싶은 대로 낸다. 유기농산물이기에 재료값만 5,000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언젠가 텔레비전에 소개되어 밥값이 자유라서 1,000원을 내도 가능하다고 방송이 나간 뒤, 서울 강남에서 외제 승용차를 타고 여자 다섯명이 찾아와 먹고는 다섯 명 식사 값으로 정말 5,000원을 내고 갔다고 한다. 변산 농부는 그 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사람들의 마음이 의외로 가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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