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하고 이기적인

[충청매일]새로운 안전문화의 형성 필요_박홍윤 교수

대지의 마음 2016. 5. 29. 04:05




새로운 안전문화의 형성 필요--<박홍윤 충주대 행정학과 교수>



오래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개그맨 이경규가 진행한 ‘양심냉장고’란 코너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첫 회는 새벽에 차량 통행이 없는 정지선을 사람들이 얼마나 양심적으로 지키는가를 몰래카메라로 찍어서 이를 지킨 사람에게 냉장고를 주는 코너였다. 이 프로그램 첫 회에서 정지선을 정확하게 지켜서 양심냉장고를 탄 사람이 장애인 부부여서 화제를 가져왔었다.


차량통행도 없고 보행자도 없는 도로에서 빨간 신호등이라고 정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차량통행이 없는 도로에서 빨간 신호등이라고 보행자가 신호등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한 문화인지 우리사회는 다시 생각할 시기가 온 듯하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안전에 대응하는 변화를 보면 초기에는 기계나 제품의 안전을 강조한 기술의 시대였다. 예로 자동차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어서 사고 위험을 줄이고자 하는 것들이다. 제품이나 식품 안전 에서 안전마크나 친환경 농산물 인증마크 등을 사용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다음 단계는 기계나 제품보다는 이를 제조하고 기계를 작동하는 사람에게서 재해의 원인을 찾으면서 등장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서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한 자동차도 중요하지만 이를 움직이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본 시기이다. 이에 의하여 운전자는 안전한 운행 속도를 지키도록 도로에 제한속도를 표시하고, 제품에 사용방법을 기재하는 등의 노력에 의해 안전을 확보하고자 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고속도로의 운행 제한속도를 준수하지 않고, 식품에 첨가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사람들의 의식과 행태가 문제라는 데에서 안전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문화를 강조하는 입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의 삶에 있어서 직면하게 되는 모든 안전문제는 기계나 시스템과 같은 기준에 의해서만 확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안전의식과 행태도 중요하다. 안전의식과 행태가 일상생활에 있어서 충만해 있다면 한밤중에 차량통행이 없는 도로에서 빨간불이 켜져 있다고 정지하는 것만이 안전을 위한 행동은 아닐 것이다.



실제 일본이나 외국을 여행하다보면 빨간 신호등이라도 차량이 없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길을 건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반대로 보행자가 없는 곳에서 빨간 등이라고 모든 차들이 정지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산업 재해율은 1995년 1% 미만으로 낮아진 뒤에 지난 10여년 동안 0.7%대에 머물러 있다. OECD 국가 가운데에서 하위에 속한다. 또한 안전사고 사망자 비중은 전체 사망자 10명 중 1.2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상황에 있다. 우리사회는 사업장의 안전을 위하여 60년대부터 사업장 마다 ‘안전제일’이란 표시판을 걸어두고 있지만 안전을 제일시 하는 안전문화는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다.


우리사회는 지금 안전을 위한 기술적이고 기계적인 접근과 기준의 설정과 같은 시스템의 설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의 삶에서 안전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향상된 안전문화를 형성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안전문화는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안전을 제일로 하는 공유된 의식과 행태에 의해서 형성될 수 있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활동이기도 하다.


안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빨간색 신호등을 지키는 것만큼 차량이 없는 거리에서 빨간색 신호에 길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안전문화가 형성돼야 할 것이다. 


[출처_2011년 충청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