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외로움

비오는 아침에 만난 내 로망!

대지의 마음 2018. 11. 24. 11:35


30일을 넘겨 술과 담배를 참고 있다.

자연스럽게 아침과 저녁 시간이 길어졌다.

책상 위 연필, 컴퓨터 자판으로 자꾸만 손이 간다.


이른 새벽, 어두운 하늘이 밝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창문 밖을 보니 비가 조금씩 내리는 거리에 사람들의 모습도 평소보다 보이질 않는다.

토요일 새벽 시간, 비가 내린다.


머리맡에 둔 책을 들었다.

권여선의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

함께 일하는 직장의 독서모임, 글방의 작년 여름 선정 책이다.

요즘 단편 하나씩을 시간 날 때마다 읽는데 그때마다 개운한 기분에 취한다.

앞선 마음에 다음에도 비슷한 책을 연이어 읽어가면 어떨까 생각한다.


맑은 정신에 넓은 책상 위로 다리를 올리고, 뜨거운 매트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선

의자를 돌려가며 책에 집중하는 맛은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오늘 읽은 그녀의 단편 <이모>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등장한다.


우선 매일 도서관으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이다.






난 왜 이 구절을 몇 번씩이나 다시 읽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문득 책 속 풍경 속 주인공이 된 착각에 빠진다.

어느 평론가가 낮은 직급의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나머지 시간을 그저 책만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던가.

나도 비슷한 꿈을 꾸곤 했다.

기차로 운전하며 지나치는 어느 조그만 역에 근무하며 그저 책만 봤으면 싶은 생각이었는데,

돌이켜보니 뭔가 단단히 오해를 했던 듯 싶다. 물론 그걸 허락할 사회도 아니고...(지금은 그런 역은 모두 없애버렸다고 보면 맞다.)


어쨌든 나는 기관사 생활로 복귀한 지난 몇 해 동안 근무 이외의 빈 시간은 조용한 카페에 앉아 책을 보곤 해왔다.

마치 주인공처럼.....

비오는 오늘, 책을 들고 이러고 있다는 것이 마냥 좋다.


조금 더 읽어보면 그녀(이모)의 생활 모습도 등장한다.





따르고 싶다.

내가 성인군자가 되겠다 하는 폼잡고 시위하는 욕망이 아니라,

그저 조금만 더 불편하고, 조금만 더 움직이고, 조금만 더 신경쓰이게 사는 것이 그냥 행복할 것 같다.

몸과 마음을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게 행복이지 않을까.


마치 몸을 움직이면 비오는 아침에 이처럼 좋은 글귀들을 접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역광>에 등장하는 낮술 장면이다.

"낮술 한 잔 하시겠습니까, 선생님?" 이라고 묻는 말에..

내가 대답할 뻔!!!


30일을 넘겨 참을성을 발휘하지만 여전히 유혹은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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