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만큼 사랑하게 된 것일까? ^^
물론 비행기보다는야 자가용이겠지.
자가용보다는 버스나 기차가 그렇겠다.
그리고, 버스보다는 자전거가..
결국, 자전거보다는 땅 위에 두 다리를 움직일 때가!
내가 지나온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깊어지는 것이다.
비행기야 딱 1번 탔으니 길게 말하기 어렵겠지만 900키로의 속도로 지나치는 조건에서
스쳐가는 마을의 사람과 문화, 정서를 감히 느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자가용을 이용하기도 했고, 버스나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을 통해서도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하루 또는 며칠에 걸쳐 이곳저곳을 여행해 보았지만
걷는 것 만큼 여행지에 대한 기억이 깊이 남아 있고 스치는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커지는 것은 없는 듯 하다!
그런 결과인지(아님,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지?) 난 내가 아무런 관심도 없이 살아왔던
우리 지역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았던 것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메모하는 바뀐 내 모습을 보고 놀라게 되었다.
그래서, 2가지 새로운 아이템(!)에 욕심을 부렸다.
(아내는 '그럴 필요까지야?' 하였지만...)
우선, '전라도닷컴' 정기 구독을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전라도닷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전라도말 자랑대회라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서
즐겨찾기하면서 우리 지역의 사람, 문화, 역사를 찾고 가꾸는 사람들의 노력을 감사히 바라보고 있었다.
전라도닷컴이 발간한 책 두어권을 구입해서 읽어보기도 했었다.
이제 인터넷 검색의 차원을 벗어나 정기적으로 구독해 그 분들의 노력에 한층 더 후원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다.
책자로 처음 받아본 5월호를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읽으면서
때론 멍멍한 가슴으로 한참 동안을 쳐다보기도 했고
또 한참을 미친놈처럼 웃기도 했었다.
기획특집으로 다룬 <기억의 공간>에서
5.18 항쟁과 관련되어 소외된 삶의 한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광천시민아파트'에 대한 기억에서
역사 속 다산 정약용의 사의재, 일제의 쌀 공출항으로 이름을 날렸던 군산항..
기억마다 공간마다 역사와 현재를 아우르는 글들이 실려 있다.
강진 사초리의 조복실씨의 한 생과 곡성 수월리의 꿈 같은 이야기들, 거금도와 낡은 방에 대한 자취는
거창한 역사와 공간이 아닌 개인의 삶이 곧 역사임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의미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모든 이야기들 속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화가 현실감있게 담겨있으니
흐뭇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생생한 사투리의 매력이 그런 것이다.
고향집 마당에 스피커 놓인 사연을 읽으면서는 얼마나 웃었던지 한 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맞다 맞어!..' 하면서 창밖을 바라보면서 미친놈처럼 웃었으니...^^)
그 한 부분만 옮긴다면,
'아, 아!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오늘 꼬추 팔러 장에 갈라고 헌디 작은 저울이 없어져 부러서 시방 근수를
못 달고 있습니다. 저울을 가지고 계신 분은 이 방송을 듣는 즉시 가지고 나오시기 바랍니다. 저울을 쓰고 나면 이장 집에다
갔다놔야 헌단 말이제 쓰고는 나몰라라 암데라도 쳐박아둔 사람이 어딨다요! 존말로 헐 때 얼릉 가지고 나옷쇼. 방송을 듣고도
바로 안 가지고 나오먼 나한테 좋지 못헌 소리 들을팅게 얼릉 가지고 나옷쇼!' (진뫼마을 안내방송 중)
또 있다.
'아, 아!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용수네 어메는 쇠죽 쑬 시간이 지났는디도 아직도 밭에서 안 오고 있는디 빨리 집으로
돌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캄캄한 오밤중에 쇠죽을 쒀줄라고 시방까지 일허고 있는가본디 빨리 안 오먼 신간 안 핀헐팅게 존말로 헐 때
얼릉 와 잉! 나는 절대 쇠죽 안 쑬랑게 일찍 작파허고 오는 게 좋을 것이여.'(술에 취하신 진뫼마을 이장님의 안내방송 중)
'전라도닷컴'의 <사람과 삶> 코너도 마찬가지다.
한 글자도 단 한 장의 사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어떤 철학적 사유보다도 훨씬 앞서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통찰이랄까?
군데군데 밑줄을 그으며 곱씹으면서 반복해 읽고 생각해야 할 것들이었다.
'가치와 가격을 혼동하는 세상'에서
'버스에서도 창밖을 바라보는 이 드물고 모두들 고개 숙여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도무지 '자신과 세계를 돌아볼 여유가 없는 현실'이지 않은가?
'검색보다 사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밑줄을 그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조금 늦게 구독하는 바람에 찾지 못한
다양한 지역내 문화행사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전라도닷컴'의 6월호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거 너무 자랑질만 했군... ㅋㅋ)
그리고, 다른 한 가지 아이템(!)은 '전라남도 전도'.
운전을 하지 않는 나에게 지리를 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걸음을 옮기면서 여기가 과연 전라도 땅에서 어디쯤일까? 하는 궁금증이 컸었다.
지금은 '전라남도 전도'이지만 나중엔 '전라북도 전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엔 충청도와 강원도, 경상도, 경기도까지도 말이다.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내 땅의 지도를 방안 가득 펴놓고 바라보니 '기분 좋다!'
그런데, 이 쯤되면 정말 '걷는 만큼 좋아하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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