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서 영암 월출산 입구까지 연결하는 삼남길 8코스는 아들과 함께 걷습니다.
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함께 나선 아이와 버스를 이용해 성전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다시 택시를 이용해 달마지마을에 내립니다.
1. 강진 달마지마을에서 월하마을까지
14km가 조금 무리가 가지 않을까 싶지만 햇살이 따갑지 않고 약한 비 예보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렇더라도 무더운 날씨인지라 언제라도 아이가 힘들어하면 중단할 생각입니다.
기분이 상쾌합니다.
달마지마을 회관 주변으로 조성된 놀이마당의 귀여운 호랑이와 함께 한참을 보냅니다.
아이는 오늘 카메라를 들고 좋아하는 풍경을 찍을 계획입니다.
맨 처음으로 호랑이를 카메라에 담습니다.
밀을 수확하시는 할아버지를 만납니다.
자투리 공간에 심어둔 밀의 윗부분만 잘라 금새 털어내면 수확 끝이라고 하십니다.
아이에게 밀가루 만드는 '밀'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십니다.
예전에는 많이들 심었다는 밀.
할아버지는 '요즘엔 쌀도 잘 안 심는다.'고 한숨을 쉽니다.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삼남길 리본을 찾지 못해 길을 헤맵니다.
아이는 '아빠 때문에 길을 잃었다'며 투덜거립니다.^^
"미안하다! 돌아와라!!!"
한참을 헤매다 반가운 리본을 발견하고 풀이 무성한 둑방을 오릅니다.
베낭을 메고 카메라를 한 손에 든 아이의 발걸음이 경쾌합니다.
저수지 둑방은 풀로 우거졌지만 걷기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수문에 걸어둔 리본도 선명하게 길을 안내해 줍니다.
뱀이 나올거 같다는 아이에게 아빠가 있으니 걱정말라고 말해줍니다.
(근데 진짜 뱀이 나오면 아빠도 무섭단다~~^^)
월송마을을 지나 월하마을 방향 고개를 넘으면서 월출산을 바라봅니다.
드러난 바위산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이는 버스에서 잠깐 보았던 월출산의 모습을 이제서야 제대로 보고서 '쩐다~'를 외칩니다. ㅋㅋ..
월하마을.
달 아래 첫 동네..
정말 멋진 마을 이름입니다.
달 아래 가장 첫번째 만나는 마을은 멋진 월출산도 누구보다 먼저 만나는 곳입니다.
그러고보니 마을 이름이 모두 '월(月)'이 들어갑니다.
앞서가시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반가운 인사로 맞이해주시던 할머니, 저기 달마지마을에서 걸어왔다고 했더니...
'오메, 아이 잡겄소.' 하신다.^^
'괜잔해라우~' 하는 데 정말 괜찮은 건지 새삼 걱정이 됩니다.
아이 잡는 아빠는 아닐런지 조금 걱정이 되긴 해서, 더운 날씨에 자주 '힘이 드냐'고 물어보고 힘이 들면 그만 두자고 일단 나를 안심시킵니다.
그리고, 쉬어가기로 합니다.
2. 월하마을에서 백운동(태평양 다원)까지
햇볕 아래선 확인하지 못했던 카메라 후드 흔적이 확연합니다.(쩝!)
월하마을엔 마을 중심부에 큰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자그마치 260년이나 되었습니다.
'아빠, 할아버지보다 더 옛날이다.'
녀석아, 그것보다도 더 훨씬 옛날이란다.
느티나무 할아버지는 아이가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마을 앞을 지나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오늘 아이를 보고난 후
한 30년쯤 뒤에 다시 방문한 아이(그땐 어른)를 보고서
'오랜만이야' 하고 인사를 할지도 모릅니다.^^
월출산 아래 공기 좋은 월하마을엔 새로 지은 멋진 집들이 많습니다.
성큼 다가온 월출산과 그 아래 차 밭이, 그리고 그 아래 밭이 보입니다.
마을 뒷편 차밭 앞을 지나니 백운동 마을 입구에 다다릅니다.
백운동?
오래전 조성된 정원.
백운동 정원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읽어봅니다.
다산 정약용이 '유상곡수'라고 칭찬했던 물굽이와 정원을 보고 싶지만...
_개들이 짖습니다.
_거기다 정원이 보고 싶어서 왔다고 뻘쭘한 표정으로 들어설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방문자 안내판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멀찌감치 내부를 쳐다볼 뿐입니다.
백운동 정원을 볼 수는 없지만 다산 정약용 선생이 방문한 후 잊지 못해 그리워했다는 숲은 정말 멋집니다.
원래의 모습을 잃고 황폐했던 숲을 다시 복원했다고 하니 '원림'은 또 얼마나 멋졌을까요?
그렇게 숲이 끝나갈 즈음, 드넓은 차밭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아직 차밭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아빠와 아이는 눈이 휘둥그래집니다.
'헐!, 대박!!'
차 잎을 따 향기를 맡아봅니다.
그리고 차 밭 풍경을 다시 쳐다봅니다.
드넓은 차밭을 담은 사진 속 월출산의 모습이 저마다 다릅니다.
정말 광활한 차밭이 월출산 아래 펼쳐져 있습니다.
3. 월남사지 3층석탑에서 누릿재까지
'이 넓은 차 밭을 누가 관리할까?'
아빠와 아이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 밭을 걸어 내려갑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가 이엉을 얹은 지붕의 집이 보입니다.
우리 나라 차의 역사를 잇고 발전시킨 분의 생가(이한영 생가)라고 합니다.
안채와 사랑채가 깔끔하게 복원되어 있습니다.
옛날 어른들이 산 집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10km 를 걸어온 뒤라 아이는 배고픔을 호소합니다.
근처 식당 한 곳을 그냥 지나쳐온 것이 후회됩니다.
우선 물과 남은 간식을 먹고 아이에게 조금만 더 걸어가면 어떨까 하고 물어봅니다.
다행히 조금 쉬고 난 뒤 괜찮다며 아이는 앞장서서 걸어갑니다.
덕분에 월남사지 3층 석탑을 살펴보는 일은 건성건성 사진만 찍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그 때 월남사지 3층 석탑에 얽힌 석공과 아내의 사연을 차분하게 읽어보았다면
월출산 앞에 자리한 석탑을 가슴 아픈 심정으로 오랫동안 쳐다보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여전히 월남사지는 발굴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배는 고프지만 아이는 허브 민박집 뒷편의 잔디밭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베낭에 넣어온 테니스공을 꺼내 놀고 가자고 떼를 쓰며 잔디 위로 달려나갑니다.
한참을 공을 받고 던지길 반복합니다.
무덥고 배는 고프지만 공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아이는 다음에 꼭 여기 근처 민박집에 와서 놀자고 아빠에게 조릅니다.
아빠는 그저 고개만 끄덕거립니다.(ㅋㅋ..)
(월출산 산행하는 길에 잠깐 들르면 좋겠다 싶습니다.)
물 한모금 마시고 급한 걸음을 걷기로 아빠와 아이는 약속합니다.
한옥마을을 지나 광주 방향으로 뻗은 13번 국도 옆을 걸어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강진군과 영암군의 경계에 도달합니다.
이제 강진군과 작별하고 영암군에 발을 들여 놓습니다.
강진은 정말 소중한 추억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누릿재로 향하는 길목에서 월출산을 바라봅니다.
누릿재 고개 위에서 월출산을 바라본 정약용은 도봉산과 너무 닮았다고 하였습니다.
아이는 '쩐다!'를 연방 외치며 사진을 찍으며 월출산의 멋진 모습에 놀라고 기뻐합니다.
아이가 한참동안 월출산을 쳐다보고 말합니다.
'저기 올라가고 싶다.'
그리고, 아빠와 아이는 조만간 월출산에 올라가기로 약속합니다.
조그만 계곡마다 시원한 개울이 맑게 흐릅니다.
아이는 맑은 물에 손을 담그고 시원하게 세수를 합니다.
그리고 개울가 이곳 저곳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정자나무 아래 개울가는 바람도 선선합니다.
배고픈 처지만 아니라면 그냥 자리 깔고 앉고 싶은 곳입니다.
4. 누릿재를 넘어 월출산 천황사 입구까지
숲길을 걸어서 누릿재를 넘어갑니다.
비교적 발길이 뜸한 곳이라 풀이 듬성듬성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초록색 나무에 매달린 삼남길 리본과 이정표가 잘 어울려 보입니다.
힘들이지 않고 누릿재를 넘었습니다.
내리막 길에도 관심이 가는 물건에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편백나무 숲을 끝으로 사자저수지에 도착합니다.
사자저수지 옆이 전망 좋은 장소라고 권하는 곳입니다만 워낙 사진 찍는 실력이 좋질 못해서... 원...
또 다른 풍경입니다.
강진 달마지마을에서 출발했을 때와 월하마을, 누릿재에서 봤던 월출산의 모습.
그리고 이 곳 사자저수지 옆에서 바라본 풍경은 모두 저마다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아빠는 월출산을 꼭 올라가보자고 다시 다짐합니다.
드디어 목적지인 삼남길 9코스 출발지점에 도착합니다.
무더운 날씨에 아이와 아빠는 4시간 50분 동안 14.40 km 를 걸었습니다.
고생한 아이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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