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그리워

[섬진강 자전거여행]1일차_전북 순창 유풍교에서 전남 곡성 예성교까지(약 42km)

대지의 마음 2013. 8. 12. 09:53

 

1년이 흘렀습니다.

잠자리도 불편하고 낯설은 길,

부족한 것 투성이었던 아이들의 영산강 자전거 여행.

하지만, 힘들었던 모든 것들이 즐거운 기억으로 떠오릅니다.

 

광주에서 목포까지 1 : http://blog.daum.net/jmt615/500

광주에서 목포까지 2 : http://blog.daum.net/jmt615/501

광주에서 목포까지 3 : http://blog.daum.net/jmt615/502

광주에서 목포까지 4 : http://blog.daum.net/jmt615/503

 

 

 

이번에는 자전거로 섬진강을 여행합니다.

 

 

섬진강은 영산강과 다릅니다.

 

길을 따라 늘어선 큰 나무들이 햇볕을 가려주고 강변엔 마을들이 많이 있어 물을 구하기도 쉽습니다.

지리산 자락의 계곡들이 섬진강과 합쳐져 시원한 물줄기를 이루고 그 곳에서 더위에 달구어진 몸을 담글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년 영산강 여행 도중 야영할 장소를 찾지 못해 공사장 위에 텐트를 치고

땀에 흠뻑 절은채로 잠을 청했던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섬진강 주변에 야영하기 좋은 야영장이 여럿 있고, 마을마다 들판 가운데 정자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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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자전거 여행은 2차례로 나누어 하기로 계획합니다.

평균 60km 이상을 달렸던 작년보다 훨씬 적은 거리를 이동하고

더 많은 시간을 야영하고 물놀이하는 시간으로 쓰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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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번째 2박 3일간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첫번째 여행은 전북 순창군 유풍교에서 시작해

순창, 곡성, 구례, 하동을 거쳐

섬진강이 끝나는 광양의 배알도까지 약 110km 구간입니다.

 

(8월 1일~3일)

 

 

 


 

(전북 순창) 유풍교 앞에서 출발을 준비합니다.

유풍교는 영산강과 섬진강을 이어주는 자전거길이 만나는 곳.

 

아빠와 아이들이 짐을 나누어 실고 출발을 준비하는 중,

짐을 싸두었던 가방의 나사가 떨어져 나간 것을 발견합니다.

 

어! 자전거 흔들림과 짐의 무게가 가장 많이 전달되는 부분인데... 쯧.

출발부터 이거... 액땜인가?

 

어쨌든 케이블타이로 임시로 묶어두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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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라이딩 패션을 뽐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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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를 마치고 출발합니다.

내리쬐는 햇살은 따갑지만 초록빛 들판 사이로 자전거가 신나게 달립니다.

 

1년 전, 첫 자전거 여행의 경험 때문인지

따가운 햇살도

처음 달리는 길에 대한 설레임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너그러움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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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가 끝나지 않은 자전거길을 우회해 산길을 오릅니다.

무거운 짐을 실은 자전거를 밀고 오르지만

아이들은 힘들게 오르는 길도 금방 내리막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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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향가 터널 앞에 섭니다.

일제가 순창과 담양을 잇기 위해 건설에 나섰던 철길.

결국 패망으로 완공에 이르지 못했던 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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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픈 과거를 안고 방치되었던 터널과 교량이 자전거길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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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훼손해가며 콘크리트 도로를 놓는 수고로움보다는 100배,

아니 1000배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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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터널은 시원합니다.

햇볕 쏟아지는 밖으로 나가기 싫을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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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이 끝나는 지점에 향가유원지가 있습니다.

터널과 교량이 연결되는 지점에 인증센터가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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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섬진강에서의 첫번째 인증 도장을 찍기 위해 반가운 마음에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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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과 이어진 교량은 가운데 일부분을 투명한 유리 바닥으로 만들어 섬진강의 모습을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투명한 유리 바닥 위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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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뼛쭈뼛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 때문에 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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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콘크리트 내리막길을 조심스레 내려갑니다.

아이는 내리막과 오르막 모두 억지로 힘을 들여 페달을 밟거나 빠른 속도를 즐기는 대신

자전거에서 내려 걷는 길을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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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조심스러운 성격 탓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일부러 애를 써가며 조바심 가지느니

차라리 차분히 내려서서 걸음을 옮기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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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려선 강가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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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말 재미있게 가는 거, 알지?'

아빠의 말에 금새 아이들의 표정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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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편으로 방금 지나온 높다란 교량이 강물 위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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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24분

이제서야 가파른 고개가 끝나고 섬진강변을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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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자전거 여행의 필수품인 헬멧은 물론이고

개인용 물품은 스스로가 챙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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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야영에 필요한 도구와 취사 도구 등은 아빠와 아이들이

힘이 닿는 만큼씩 나누어 실기로 합니다.

 

짐을 실은 무게만큼 자전거 운행에는 힘이 들겠지만

여행의 보람은 반대로 더욱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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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분홍 가방이 이쁩니다.

짐받이에는 매트 2개와 맛있는 음식류를 실었고

그 위에 며칠 얼려 두었던 생수도 수건에 감아 얹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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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은 푸른색 포장비닐을 접어서 짐받이에 깔고

간이의자와 침낭을 실었습니다.

개인물품을 담은 초록색 가방은 줄에 잘 묶어서 떨어지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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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유원지에서 약 5km.(유풍교에선 약 8km)

 

한창 건설중인 도로 교량 밑 그늘에서 햇볕을 피해 잠시 쉬기로 합니다.

강 건너로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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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생수를 이마에 가져다 대 봅니다.

시원한 물도 충분히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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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상쾌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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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을 즈음,

딸 아이가 크게 소리치면서 자전거에서 내려섭니다.

 

'토끼야, 토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다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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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던 아빠도 황급히 자전거에서 내려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면서 가리킨 방향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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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 '토끼?, 이런 곳에 무슨 토끼?'

딸 : '분명 검정귀가 달린 큼직한 토끼였는데?'

 

아이는 분명 검은 빛이 도는 동물을 본 모양입니다.

딸 : '토끼가 아니라면 고라닌가?'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강변 숲은 동물들이 살기에 알맞게 우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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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가 숲을 바라보며 소곤댑니다.

'분명 있었는데...'

못내 아쉬움이 남는 표정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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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 정도를 더 달려 쉼터에 도착합니다.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엔 쉼터가 좁습니다.

벌써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합니다.

 

점심은 조금 더 내려가 시원한 횡탄정에서 먹기로 합니다.

누나가 가져온 카라멜과 오이를 나누어 먹으며 땀을 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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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를 벗어나 다시 출발할 즈음 떨어지는 빗방울이 느껴집니다.

하늘엔 비가 올만한 구름은 없는 듯 한데...?

점차 빗줄기가 세질 기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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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아, 저 앞 다리까지 빨리 가자!'

한결 굵어진 빗줄기를 피하기 위해 아이가 속도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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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옆 쉼터에 서둘러 도착합니다.

빗줄기에 짐과 몸이 젖긴 했지만 다행입니다.

 

짐이 더 젖지 않도록 비닐을 덮어두고

몸에 묻은 빗방울을 닦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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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가늘던 빗줄기는 굵은 소나기로 변해 퍼붓습니다.

비가 들이치지 않는 쉼터 한쪽 구석에 앉아서 비내리는 들판을 바라봅니다.

 

하우스 농사를 짓던 농부들도 서둘러 비를 피해 짐을 옮기느라 분주합니다.

다리 밑 강가에 놀던 가족들은 짐을 옮기는가 싶더니 이내 물 속에서 소리를 지르며 소나기를 반가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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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계속됩니다.

심심한 아이들이 그냥 있을 수 없습니다.

버프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누나에게 장난을 건네고,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서로를 쳐다보며 웃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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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분 쏟아지던 소나기가 멎고 자전거가 달립니다.

방금 내린 비 때문에 습한 기운이 땅에서 느껴집니다.

 

횡탄정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점심 식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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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7km 를 달려 횡탄정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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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를 먹기 위해 준비를 합니다.

다시 한번 엄청난 소나기가 퍼붓습니다.

(출발 전 액땜 때문인가? ㅋㅋ..)

이번에도 다행히 큰 비를 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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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붓는 소나기를 바라보며 점심 식사를 합니다.

생쌀을 조금 넣어서 만든 라면죽입니다.

마침 옆에서 삼겹살 파티를 즐기던 가족들이 밥을 나누어 줍니다.

 

꿀맛 같은 점심을 맛있게 먹습니다.

2시 13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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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정자에 앉아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짐을 정리하고 강을 바라봅니다.

그 사이에도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자전거 여행자들이 오고 갑니다.

비를 맞고 지나가는 라이더들은 보기에도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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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피해 날아든 노랑나비가 가방에 앉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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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그냥 보고 있을리 없습니다. ㅋㅋ.

노랑나비는 그러거나 말거나 움직임 없이 가만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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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그치자 인증센터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도장을 찍는 아이들.

 

'도장을 찍는 이유가 뭐야?'

'성취감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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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보다 훌륭한 딸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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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섬진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보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진을 피해

사이좋게 뒤로 돌아선 아이들이 멋진(?)(아니 건방진!!!) 포즈를 잡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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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이는 여전히 건방(?)을 떨며... 거들먹거리며...

몸을 좌우로 흔들며...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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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가 지나간 길.

훨씬 시원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군데군데 빗물이 고여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혹시 내릴지 모르는 비를 대비해 침낭과 매트를 비닐로 싸고

아이들의 가방도 비닐로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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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턴 비가 내려도 피하지 않고 GO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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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주의> 표지판이 섬찟합니다.

깍아지른 강변으로 곤두박질치는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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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게 좁아진 길을 조심조심 통과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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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방지 울타리 너머 섬진강이 아스라히 보입니다.

간혹 지나치는 차들도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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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늘에서 시원한 물을 보충합니다.

썬글라스가 멋진 우리의 ET도 물을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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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는 헬멧을 쓰고, 썬글라스를 착용하고, 버프로 얼굴을 가린

아이의 옆 모습이 마치 ET와 같아서 붙인 별명입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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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고개 두어개를 오르락내리락한 끝에

유명한 (곡성군 고달면 호곡리) 호곡마을 앞 동상에 도착합니다.

 

이번엔 제대로 카메라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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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목 장군의 도깨비살 전설이 서려 있습니다.(아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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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ET는 여기 사진 속에서도 웃음을 줍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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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목 장군 도깨비살을 지나쳐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한옥체험펜션인 '두가헌'의 멋진 모습이 나타납니다.

 

오늘 여행의 목적지가 가까워진 탓일까?

아이의 표정에 화이팅(!)이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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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앞쪽으로 섬진강 출렁다리(두가현수교)와 두가세월교의 모습이 보입니다.

곡성 기차마을 증기기관차 여행의 종착역으로 사용되는 '가정역' 앞은

래프팅장, 야영장, 자전거대여소와 매점들이 있어 사람들이 넘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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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적지도 이 곳 어디쯤이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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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웅덩이를 가로지르는 아이의 기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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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수퍼에 들러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은 후,

야영장에 야영 공간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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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푼 마음으로 달려가 보았지만

청소년수련원 운동장엔 텐트들로 가득차 더 이상 텐트를 칠 공간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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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에 흠뻑 젖은 몸을 씻기 위해서 가능하면 야영장을 이용하면 좋겠는데...

몇 km(4km?) 아래로 오토캠핑장이 있는데 그 곳에서 캠핑이 가능한지 알아보기로 합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니 차분하게 여행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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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두가현수교와 가정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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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남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 길.

섬진강 건너편 철길 위로 KTX 산천이 지나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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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프팅을 즐기는 어린 학생들도 보입니다.

제법 빠른 물살에도 용감하게 보트가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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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예성교 건너 압록오토캠핑장에 도착합니다.

모두 캐러밴으로 구성된 곳이지만 빈 공간을 이용해 텐트를 치고 야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답니다.

샤워장도 있다니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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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텐트를 치고 짐을 정리합니다.

저녁 6시입니다.

샤워도 하고 맛있는 저녁 식사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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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동안 무거운 짐을 실고 고생한 자전거는 포장을 덮어 이렇게 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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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샤워장에 간 사이,

식사 준비에 한창인 아이는 전혀 심심하지 않습니다.^^

능청맞은 표정을 지으며 혼자서도 잘 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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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이 다 되고 이제 오늘의 메인요리인 '오리훈제'를 후라이팬에 올립니다.

오늘의 셰프 ET 군이 신기에 가까운 젓가락 휘젓기 기술을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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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구워진 오리훈제와 야채, 맛있는 밥이 어우러진 저녁 식사가 시작됩니다.

먹는 족족 사라지는 고기가 아까울 지경입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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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옆 수퍼에서 사온 막걸리입니다.

지역마다 다른 생막걸리의 맛을 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입니다.

아이들도 한 모금씩 지리산 정기를 담은 막걸리 맛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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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식사를 마친 후에도 여전히 배가 고픈 아이들.

야채스프를 먹겠다고 달려듭니다.

 

아마도 버너와 코펠에 스스로 뭔가를 조리해 먹는 재미가 더 좋은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밤 늦은 시간까지 아이들의 요리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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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캐러밴에선 조그맣게 두런두런 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모두들 에어컨 시원한 캐러밴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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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앞에 모기향을 피우고 앉아 있는 아이에겐 에어컨은 없지만 선선한 밤공기가 좋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구름이 많은지 별이 보이지 않아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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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에 텐트에 침입한 모기 때문에 잠을 깨긴 했지만)

아빠와 아이들 모두 곤한 잠에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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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동안 순창에서 곡성까지 42.66km 를 여행했습니다.

 

이렇게 섬진강 자전거 여행 1일차가 끝납니다.

 

 

 

-2일차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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