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외로움

박강수 광주 공연, 2시간 내내 즐거웠고 열기로 뜨거웠다.

대지의 마음 2013. 11. 25. 07:40

 

[바람이 분다_박강수 2집]

 

 

 

바람이 분다_박강수

 

 

가슴 속 까지 바람이 분다
살랑 바람이다가
어느새 내 몸을 흔든다

하늘이 낮게 내려와 운다
잠시 흔들리다가
어느새 소리내어 운다
지나가는 사람아
나를 한번만이라도 안아서
쉬게 해줄수는 없는가
어이해 아무도 없는가

아 슬픈 꿈이여
깨어나지도 못할 나의 꿈이여
아 나의 바램은
지나가버린 바람속에..

 


 

 

 

1.

갑자기 내리는 비에..

바람은 또 어찌나 불어제끼던지...

전날 이어진 간만에 만난 광주지역 동료들과의 술자리까지...

 

이미 몇 주 전에 예약해놓은 티켓만 아니었다면 아마 난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런지도.. ㅜㅜ.

 

 

 

2.

그런데도 집 밖으로 나와야 할 이유는 더 있었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아빠를 찾으며 호들갑을 떠는 아이들이 그 첫번째 이유다.

물론 나보다 훨씬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매번의 공연은 그때마다 색다른 경험이 될테다.

그것도 아빠와 함께 가는 것이라면...

 

그리고 나에겐...

아마 처음이 아닐까(?)

그 가수의 전체 앨범을 구입해 들으며.. 공연을 기다리며.. 티켓을 예약하고..

 

아이들에게 'B1A4'가, 'EXO'가 그런 존재가 아닐까?

 

 

 

3.

어쨌든 난 박강수의 6집을 몇 번이고 들으면서 정서적으로 공유되는 무언가가 있음을 위안으로 삼으며,

듣고 따라서 중얼거리기를 즐겨왔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무산되어 버렸지만 노조 간부활동으로 고생하는 후배들의 가족들에게도 함께 가자고 꼬드기기까지 했었다.^^

 

이미 난 박강수의 팬이 되어 있었다.

 

 

 

4.

인터파크로 예약한 티켓을 찾아야 했기에 조금 서둘러 공연장으로 향했다.

평소 차량 통행이 원활치 않은 곳인데다 비까지 내리니 예정된 시간에 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서서히 조바심까지 생겼다.

 

 

 

5.

다행히 20여 분 전에 도착해 예약된 티켓을 찾은 후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행운권) 추첨함에 넣고나니

한결 편안해진 마음에 화장실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적인 분위기에 따뜻함이 느껴지는 공연장에 우선 자리를 잡고 아들과 화장실로 향했다.

 

 

 

6.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는 공연 1부와 2부 중간에 추첨을 통해 선물을 나누어주는 행운권이었다.

물론 그런 행운이라곤 좀처럼 생기지 않는 고약한 징크스를 가진 나에겐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녀의 음반이며 책이며 탁상달력까지 받아든 객석의 주인공들은 즐거움에 환호성을 질렀고 나 또한 내 기쁨처럼 박수를 보냈다.

 

또, 이 전화번호는 다음 기회에 광주 공연이 마련되면 그녀가 직접 문자메세지를 통해 알려주는 일종의 '소통'의 통로 역할을 하는 것!

이렇게 난 내년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그녀의 공연을 찾아나서는 확고부동한 '팬'이 되어가는 것이다.(즐겁게!)

 

 

 

7.

이번 공연을 관람하는 나는 

먼발치에서 평가하고 관람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함께 즐기고 만들어가는 묘한 팬 심리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공연내내 박수를 치고 고함을 쳐대며 환호하고 땀을 흘렸다.(정말 열기로 후덥지근했다!)

 

 

 

8.

그녀의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는 서로의 벽을 허물기 위한 친숙한 노래로 시작해 5집까지의 노래들 중 가을 느낌의 노래들과 객석의 요구에 따라 선곡된 곡을 들려줬다.

2부는 올해 초에 발표한 음반 6집에 수록된 곡들을 창작의 배경이나 사연을 곁들여서 들려줬다.

 

한곡 한곡 그 노래에 대한 창작자의 이야기를 듣고,

차분하게 그녀의 손과 얼굴의 움직임을 쫓아가며 노래에 빠져드니...

가사 한소절까지도 헛되이 버려지지 않고 집중할 수 있었다.

거기에 음반을 들을 때와는 색다른 느낌이 생기는데..

아마 박수를 치거나 환호를 보내거나 하는 현장감이 곁들여져서 생기는 것이겠다.

그것이 라이브의 매력이다.

 

객석의 신청에 의해 부른 '아버지'에선 눈물이 흘러나왔다.

내친 김에 그녀의 '엄마, 나를 지켜준 이름'까지 들었다면 객석은 눈물바다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9.

솔로 콘서트를 처음 접하는 내가 유달리 궁금했던 점은...

가수 혼자서 무대를 꾸며야 하는 만큼 2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동안 어떻게 공연을 전개해 나가는지였다.

비슷한 패턴의 노래들이 반복되지 않더라도 가수 혼자서 계속 노래를 부른다면 듣는 이는 분명 단조로운 지루함을 느끼기 마련일텐데...

 

그녀의 공연은 1부와 2부로 구성을 나누고,

악기 세션 변화를 중심으로 곡의 배치를 달리했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그녀가 직접 창작한 곡에 담긴 사연을 잘 해설해주어 집중력을 이끌었다.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흘러갔다.

 

 

 

10.

그녀의 모든 노래가 좋지만

'바람이 분다'(위 영상)와 '소녀'(아래 영상)의 라이브 공연을 담아봤다.

바람이 주는 이미지를 참 잘도 형상화했다는 생각에 좋아하는 노래 '바람이 분다'는

화면에 잘 보이지 않지만 무대 뒷편 영상까지 함께 곁들여 마음까지 편안하게 해주었다.

 

'소녀'는 박강수가 만난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사연을 담은 곡이다.

얼마 전부터 언론 실종의 시대에 대안 언론으로 자리해가는 국민TV 라디오에 출연해 매주 라이브를 들려주고 있는 그녀가

얼마나 자기 음악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지 엿볼 수 있는 노래다.

그녀는 곡 해설에서 여전히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픈 역사를 관심있게 바라보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고

자기 스스로도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도 말했다.

 

박강수를 좋아해야 하는 이유다!

 

 

 

11.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가판대에서 그녀의 책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를 구입했고 사인을 부탁했다.

그녀만의 사인엔 항상 '행복한 동행'이란 글귀가 채워진다.

 

그녀는 참 착한 가수다!

 

 

 

 

<足>

공연이 끝난 후 아이들과 돈가스를 먹기 위해 '유생촌'에 갔었지만

학생회관 옆으로 새로 이사한 '유생촌'은 우리 보다 앞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쉽지만 그 곳에서 멀지 않은 식당에서 돈가스로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

'유생촌'의 돈가스는 지금 어떤 맛일까?

 

 

 

 

 

 

 

 

 

 

 

 

 

[소녀_박강수 5집]

 

 

 

 

소녀_박강수 곡

 

 

장독대 옆 앵두나무 지나

하얗게 핀 함박꽃
이슬 내린 날 고개 숙인 게

아침 인사 같아

눈이 부신 날 너의 하얀 미소에

나의 꿈이 자라던
열두 살 기억 어디쯤엔가

나도 하얗게 핀

그 꽃을 닮은 소녀

봄을 지나던 기억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다고

미소를 피운다 하얗게


어느 꿈엔가 나는 어른이 되고

하얗게 핀 함박꽃
엄마 곁에서 손을 내밀다

하얗게 사라진다.

그 꽃을 닮은 소녀

봄을 지나온 기억
나도 이제 사랑을 배웠다고

눈물을 흘린다.

하얗게 하얗게

탐스러운 꿈이 피었다가...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