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11월 29일~12월 8일 노르웨이, 스웨덴 방문 에피소드 몇 가지!
노르웨이기관사노조(NLF)의 Rita(리타).
우리 일정을 책임지고 준비해준 담당자.
눈에 파묻힌 기관차 주변을 걷는 그녀는 여성 기관사.
1,600여명 노르웨이 기관사 중 6%에 불과하지만 노동조합 활동의 중요한 역할은 그녀들의 몫이다.
(6%는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의 여성기관사만을 보유한 우리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숫자다!)
주요한 회의때마다 알뜰하게 챙겨주는 Rita 를 비롯해 여성 조합원 대부분은 노동조합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NLF 오슬로지부 모임에서는 큼직한 실뭉치를 앞에 두고 바쁘게 뜨게질을 하고 있는 그녀들이 보였다.(헐~!)
뜨게질하는 손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질문들을 쏟아낸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와 달리 주변의 남성 기관사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며칠 뒤 열린 NLF 차원의 1박 2일 컨퍼런스에서도 마찬가지.
참석한 대부분의 남성 기관사들 속에서 편하게 뜨게질에 바쁜 여성 기관사들을 볼 수 있었다.
'도대체 아이들은... 가정은... 어떻게 하고 참석했을까?'
궁금한 우리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이렇다.
"남편이 아이들 셋을 돌봐준다. 아니면(남편이 돌보지 못하면) 데리고 오면 된다."
노동조합 1박 2일 행사에 참석하는 아내를 위해 아이를 챙겨주는 남편과
단 한 명의 아이가 있더라도 불편이 없도록 배려하는 노동조합.
여성 조합원 수련회에 설거지 등 허드렛일을 돕기 위해 참석한 남성 조합원들의 유쾌한 모습까지...
[사진(위, 아래) - NLF 여성 조합원들의 수련회 모습, 여성기관사들 사이로 남성기관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가정과 육아(셋까지는 아니라도!)를 챙기며 일하는 여성기관사가 얼마나 될까?
불규칙한 근무로 인해 남성들마저도 가정 생활의 불편을 호소하는 마당에 여성들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거기에 노동조합 간부로서 맡은 일도 이렇듯 가능하다니 그저 놀랄 뿐이다.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며
따뜻한 사회 분위기와 배려, 평등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전해져 온다.
북유럽 특유의 공동체적 정서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어쨌든....?!
Rita 는 출국 전날 마지막 만찬에서 특별한 메뉴를 준비해 주었다.
며칠 동안 느끼함(!)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간장과 겨자 소스를 곁들인 초밥 한 덩어리는 기가 막힌 맛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손님들의 취향을 고려한 마음씨가 너무도 감사했다.
힘겹게 젓가락질을 하면서도 맛있게 먹는 우리 표정을 천천히 쳐다보던 Rita의 얼굴이 선하다.^^
맛있는 초밥과 곁들여진 여러 종류의 술에 취기가 오르고 급기야 노래가 시작되었다.
'직녀에게', '철의 노동자', '파업가'를 차례대로 불렀다.
'인터내셔널가'는 각자의 언어로 합창!!
그리고, Rita에게 노르웨이 민중들의 음악을 듣고 싶다고 청했다.
그녀가 유튜브를 검색해 들려준 노래는...
통기타로만 연주된 노래는 놀랍게도(!) 우리네 단결과 투쟁의 기운이 그대로 옮겨진 듯 흡사하다.
난 비슷한 가락의 우리 민중가요를 흥얼거리며 박자를 맞춰 손을 흔들었다.^^
('전진가'와 아주 비슷하지 않은가?)
Revolusjonens røst
_Rudof Nilsen
Gi meg de rene og ranke, de faste og sterke menn,
de som har tålmod og vilje og aldri i livet går hen
og selger min store tanke, men kjemper til døden for den.
Gi meg de kolde og kloke, som kjenner min virkelighet.
Bedre enn mange som sier de tror, trenger jeg noen som vet.
Intet er mere som skrift i sand enn løfter om kjærlighet.
Gi meg de bitre og steile, som ikke har frykt i sitt blikk.
Gi meg de gudløse stolte, som ikke har trang til mystikk,
men dristig vil skape en himmel efter sin egen skikk.
Gi meg de brennende hjerter, som aldri gir tapt for tvil,
som aldri kan kues av mismot og trues av sorger til hvil,
men møter hver seier, hvert nederlag med det samme usårlige smil.
Ja gi meg de beste blant dere, og jeg skal gi dere alt.
Ingen kan vite før seiren er min hvor meget det virkelig gjaldt.
Kan hende det gjelder å redde vår jord. De beste blant dere er kalt.
'Revolusjonens røst' 는 루돌프 닐슨의 시를 옮긴 노래로 'The Voice of Revolution'.
루돌프 닐슨은 1901년부터 1929년까지 짧은 생을 살다간 노르웨이의 시인이자 언론인.
1923년 노르웨이 노동당의 분열 이후 공산당에 결합했다.
(1923년 노동당이 코민테른 탈퇴를 결정하자 탈퇴에 반대한 세력이 노르웨이 공산당을 창당한다.)
노르웨이어를 구글 번역해 매끄럽지는 못하지만 대략의 의미를 살펴보고
유튜브에 올라온 여러 버전의 음악을 들어보면 루돌프 닐슨의 좌파적 정서가 느껴진다.
항공, 철도 등 운수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유럽운수노련(ETF)에서도,
기존 질서를 개혁하고 새로운 투쟁의 기풍과 활동 방식을 모색하자는 노르웨이기관사노조(NLF).
아마도 이 노래는 그런 노르웨이기관사노조(NLF)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노래인 듯 싶다.
루돌프 닐슨과 노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루돌프 닐슨 (1901년에서 1929년까지) 을 참조!
위) 눈 속을 달리는 멋진 기관차의 모습은 리타의 핸드폰 속 사진들이다.
아래) 노르웨이기관사노조 사무실에 붙은 포스터.